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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마약…요즘 학원물이 반영하는 현실 [청소년 콘텐츠②]


입력 2025.04.16 03:52 수정 2025.04.16 03:52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사회문제로 대두 된 청소년 마약 문제

‘선의의 경쟁’·‘하이쿠키’ 등 마약 문제 은유한 청소년 콘텐츠 늘어

“약 팝니다”, “X 게임장 청소도구함에 현금 10만원 넣어두면 한 시간 내로 물건 픽업 가능!”


이는 10대 청소년들의 치열한 입시 경쟁을 다룬 드라마 ‘선의의 경쟁’에 등장하는 SNS와 메시지 내용이다. 집중력을 올려주는 약이 떨어지고, 병원에서도 거짓 처방이 불가능해지자 주인공이 SNS 검색을 통해 손쉽게 약을 구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공급책부터 유통책까지. 이 모든 과정을 같은 반 학생들이 담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놀라움을 안긴다.


이 드라마 외에도 ‘하이쿠키’, ‘비행소년’ 등 다수의 드라마들이 청소년 마약 문제를 소재로 삼았었다. 입시 비리·학교 폭력은 물론, 중독성 강한 약물에 취한 10대들까지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고 있는 것이다.


마약·학교 폭력 등 청소년 문제 다룬 ‘선의의 경쟁’ⓒ‘선의의 경쟁’ 스틸

2022년 드라마 ‘비행소년’은 고등학생 주인공들이 대마밭을 발견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루며 마약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해 공개된 ‘하이쿠키’에서는 신종 마약을 연상케 하는 ‘의문의 쿠키’가 메인 소재였으며, 최근 공개를 마친 ‘선의의 경쟁’은 불법적인 약을 사고파는 10대 주인공들의 모습을 담으며 청소년 마약 문제를 반영했다.


우정과 사랑, 그리고 성장 서사로 훈훈한 분위기를 조성하던 과거의 청소년 드라마와는 사뭇 다른 모양새다. 물론 1990년대 첫 방송을 시작한 ‘학교’ 시리즈는 입시 위주 수업의 폐해, 떨어진 교권 문제, 왕따 등 당시 10대들의 고민과 그 시기 중요하게 대두된 사회문제도 적극적으로 담았다. 그러나 지금처럼 현실을 극대화해 다소 잔혹하게 표현하는 OTT 청소년물과 비교하면 ‘순한맛’에 그쳤다.


‘학교’ 시리즈는 ‘청소년 드라마치고는 어둡다’는 평을 받으며 마니아를 저격했다면, 10대들의 귀여운 로맨스를 부각해 설렘을 유발한 2000년대 ‘반올림’ 시리즈, ‘로맨스 웹드라마’로 장르를 설명한 웹드라마 ‘에이틴’ 시리즈 등, 청량하고 풋풋한 매력으로 ‘편안한’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들이 ‘청소년 드라마’의 정석으로 꼽히곤 했다.


플랫폼이 달라지면서 소재와 내용, 표현 모두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가볍지만, 일상적인 소재로 공감을 파고드는 유튜브 플랫폼에서는 달달한 로맨스가 시도됐다면, OTT에서는 10대 문제를 조금 더 적나라하고 과감하게 표현해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가장 중요한 변화 이유는 마약 문제가 이제는 10대들과도 무관하지 않아진, ‘현실’이다. 특정 계층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이제는 모두가 함께 경각심을 가져야 할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된 마약이, 10대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지 이미 오래다.


특정 계층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이제는 모두가 함께 경각심을 가져야 할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된 가운데, 10대들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도 청소년 드라마의 주제가 달라진 배경이 되고 있다.


지난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윤건영 더불어민주당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2015∼2023년 연령별 마약사범 검거 인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검거된 총 1만 7817명의 마약사범 중 10대는 1066명으로, 2022년(294명)의 3.6배에 육박했다. SNS 등 온라인 경로를 통해 마약을 구하기가 쉬워지면서 10대 청소년들의 마약 중독이 심각한 문제가 됐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소년 드라마의 소재와 메시지가 달라진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입시 등 경쟁에 지친 청소년들까지 불법 약물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냈던 ‘선의의 경쟁’처럼, 마약 문제가 청소년 사이에서 얼마나 만연하고, 또 심각한 문제인지를 많은 드라마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


혹은 잔혹한 학교 폭력에 맞서는 과정을 통쾌한 액션극으로 풀어낸 웨이브 ‘약한영웅 Class1’, 티빙 ‘스터디 그룹’처럼 이미 만연해 대중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학교 폭력 문제에 대해 시원하게 맞서며 대리만족을 선사하기도 한다.


다만 앞서 언급한 마약, 학교 폭력을 소재로 한 대다수의 학원물이 청소년 관람 불가로 정작 청소년들은 관람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극적인 소재를 색다르게 풀어내기 위한 한 선택지로 10대들이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10대부터 20대까지, MZ세대가 모여 콘텐츠를 제작하는 틴스튜디오의 상정태 대표는 제작진부터 일부 출연진들이 모두 ‘성인’인 최근의 OTT 콘텐츠에는 젊은 층이 ‘공감’하기 쉽지 않은 현실을 짚었다. 그는 OTT표 확원물들에 대해 “재밌는 장르물로 여겨지는 편”이라면서 “지금의 10대들은 오히려 유튜브 콘텐츠들이 묘사한 일진 문제 등 이러한 리얼한 콘텐츠에 끌리는 편”이라고 달라진 상황을 짚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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