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관세’는 면했지만...이미 수출 타격 시작
중소업체는 속수무책...현지화 역량 격차 드러나
업계 “장기전 대비해야”...북미 전략 수정 신중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주요 교역국에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철강과 알루미늄 등 기존 고율 관세가 적용 중인 품목은 예외로 분류됐다. 국내 철강업계는 ‘이중 관세’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이미 부과된 25%의 고율 관세 여파로 수출 감소가 가시화되며 위기감은 여전히 짙다.
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상호관세 중복 적용은 면했지만 기존의 고율 관세가 지속되는 만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분위기다. 특히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장기적인 대응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 연설에서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에는 25%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그러나 백악관은 이후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 기존 관세 부과 품목은 상호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한국 철강제품에는 기존 25% 관세만 유지되며 추가 관세는 부과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의 관세만으로도 철강업계는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다. 특히 수요 위축과 중국산 저가 공세로 가동률이 낮아진 가운데 고율 관세까지 더해지며 수익성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실제 수출 지표도 하락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철강 수출액은 25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6% 줄었다. 같은 기간 대미 수출은 2억3000만 달러로 15.9% 감소했는데 이는 전체 철강 수출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업계는 수출계약과 통관 사이의 시차를 감안할 때 4월 이후 관세 충격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도 “4월 이후 수출 전망은 불확실하거나 흐림”이라는 표현으로 상황을 진단했다.
이 같은 위기감 속에서 주요 철강사들은 현지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총 58억 달러를 투자해 전기로 기반의 일관 제철소를 건설한다. 제선부터 압연까지 한 공장에서 처리할 수 있는 완결형 구조다. 포스코도 기존 하공정 위주에서 벗어나 현대제철과 유사하게 쇳물부터 열연·냉연 제품까지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상공정 진출을 검토 중이다.
문제는 중소업체들이다. 현지 공장 없이 미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강관업체들은 더욱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철강 관련 중소기업의 42.8%가 미국 관세정책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업체당 평균 피해 예상액은 181억5000만 달러에 달했다. 연매출 200억 원 이상 기업의 경우 평균 피해 예상액이 328억20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최근 4대 그룹 총수들과 함께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민관 합동 대응 방침을 밝혔다. 다만 장기화된 국정 공백 속에 대미 통상외교의 대응력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철강업계는 향후 미국과의 개별 협상을 통해 국가별 관세율 조정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당장 뚜렷한 돌파구가 마련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특히 현지 시장 상황과 가격 경쟁 구도 등을 감안하면 대응 전략 마련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조영철 HD현대사이트솔루션 사장은 이날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 서울 모빌리티쇼’ 기자 간담회에서 철강 관세와 관련해 “많은 경쟁자 업체들과 미국 회사들도 해외에서 철강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다 가격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사장은 “오늘 발표된 내용만으로 섣불리 입장을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북미 시장에서 스탠스를 크게 변화시켜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