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앞서 샌디스크·YMTC 등도 인상 단행
국내 유통시장서 PC용 D램 가격은 이미 상승세
증권사들, '삼성전자 수혜' 예상하며 목표주가 올려
SK하이닉스 측은 "신중하게, 유동적 대응할 것"
메모리 업계가 제품 가격 인상을 시도하면서, 최근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던 메모리 시장 업턴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범용 제품 가격이 회복되면서 메모리 업계 훈풍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은 글로벌 영업 담당 부사장 명의로 고객사 및 협력사들에 서신을 보내 "제품 인상을 단행하겠다"고 지난 25일 공식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상 폭은 약 10% 정도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감산 기조를 이어가며 공급을 줄인 상태에서 중국 내수 소비가 증가하자 가격 인상을 선언한 것이다. 마이크론은 "최근 메모리 반도체와 SSD 시장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이 추세는 2026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론에 앞서 이미 여러 메모리 기업이 가격 인상에 나선 바 있다. 이달 초 미국 샌디스크는 다음 달 1일부터 낸드 가격을 10% 이상 인상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YMTC의 소매 브랜드인 즈타이도 최근 유통업체에 다음 달부터 최소 10% 상당의 가격 상승이 있을 것이라고 통보했다.
여기에 중국의 이구환신 정책으로 스마트폰과 PC 수요가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그간 HBM(고대역폭메모리)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만이 수익을 낸 것과 달리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업체들이 높은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PC용 D램 가격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커넥트웨이브 가격비교서비스 다나와에 따르면, 지난주 D램 평균 구매가가 10% 이상 오르는 등 최근 뚜렷한 가격 상승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 제품에서도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지난 24일 삼성전자의 ‘DDR5-5600’ 32GB 평균 구매가는 16만8000원대로 지난 18일의 15만5000원대 대비 8.6% 올랐다. 또한 16GB 형의 24일 가격은 10만2000원대로 같은 기간 대비 22.8% 상승했다.
이처럼 메모리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국내 소매 시장에도 반영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메모리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실제로 이같은 기대감에 증권사들은 이날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올려잡고 있다. DS투자증권은 메모리 업황 회복 기대감을 반영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7만1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올리고 투자 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최근 중국 내 모바일 D램 재고 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가까워지며 DDR5에 이어 DDR4도 현물가(스팟 가격)가 상승하고 있다"며 "상반기는 확실히 가격이 상승 흐름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메모리 업체들이 보수적 공급 기조를 유지하기 때문인데 가격 상승에도 공급 확대 기조가 없다는 점이 고객사의 재고 축적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SK하이닉스 측은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지난 27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상락 SK하이닉스 GSM(글로벌세일즈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지난해 하반기 고객의 소비가 많아졌고 공급자의 판매 재고도 줄어든 상황이지만 관세 이슈도 관련이 있다. 중장기적으로 시장 분위기가 어떻게 갈지 모니터링하면서 고객 수요에 유동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