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삼대청 토허제 해제 후 ‘반짝’ 회복 조짐 이후 다시 ‘냉각’
정부의 규제 강화 기조에 외곽 지역까지 불똥 우려도 감지
커진 불확실성에 짙어진 관망세…당분간 거래 위축 지속
정부가 지난 19일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일대 아파트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을 확대 재지정했다. 앞서 지난달 12일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 지역의 토허제를 해제한 지 불과 35일만이다. 규제 해제 이후 집값이 단기간에 급등하자 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한 달 여 만에 180도 선회한 것인데 일관성 없는 결정으로 정책의 신뢰도는 하락했고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혼란이 커지고 있는 서울의 집 문제를 권역별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토허제(토지거래허가제)가 해제됐을 때는 반짝 호가도 오르고 거래가 조금 늘어나는 것 같더니 규제가 다시 살아나면서 이마저도 차갑게 식어버렸죠. 저가 매물은 간간이 문의가 들어오는데 크게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진 않습니다.” (금천구 공인중개사 A씨)
“강남 진입을 생각하던 수요자들이 그게 막혔다고 여기로 오겠습니까? 재건축 속도가 좀 빠른 단지들은 투자 목적으로 들어오는 수요가 약간 있긴 한데 전체 가격을 움직일 정도는 아닙니다. 토허제 영향이 여기까지 미치긴 힘들죠.” (노원구 공인중개사 B씨)
정부가 강남3구와 용산구 등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을 확대 재지정하면서 인접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단기간 서울 외곽 지역까지 그 영향이 미치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기자가 지난 26일 만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토허제 재지정에 따른 반사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앞서 서울시가 지난달 12일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 지역의 토허제를 해제한 이후 한 달 남짓 기간 노도강과 금관구 일대 단지도 차츰 온기를 회복하는 듯했다. 하락세를 유지하던 집값은 속속 상승세로 돌아서고 일부 단지에선 신고가를 기록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 3주 기준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값 변동률을 살펴보면 노원구는 0.01%, 도봉구와 강북구는 각각 0.03%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금천구와 관악구는 0.01%, 0.05% 올랐으며 구로구는 보합(0.00%)을 보였다.
도봉구 창동 ‘삼성래미안’ 전용 66㎡은 지난 7일 6억5000만원에 매매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직전 최고가인 5억8000만원 대비 7000만원 오른 수준이다. 노원구 상계동 ‘노원롯데캐슬시그니처’ 전용 85㎡는 이달 15일 12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10월 11억2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9800만원 올랐다.
하지만 지난 24일부터 토허제가 적용 지역이 확대되고 전세대출 강화 등 갭투자(전세 낀 매매)에 대한 규제가 한층 강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매수 심리는 종전보다 더 위축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관악구 소재 한 공인중개사는 “금관구는 가격이 저렴하고 규제를 비켜간 만큼 정부 정책에 금액이 즉각 변경되거나 수요자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진 변화를 나타내진 않는다”며 “지난달 규제가 풀리고 집주인들이 호가를 살짝 올리거나 매물이 더 나오는 것 같더니 거래로 이어지기도 전에 분위기가 다시 꺾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전보다 더 짙어질 것”이라며 “아무래도 몸값을 낮춘 매물이나 빨리 처분하려는 급매 위주로 소소하게 거래가 이뤄지는 지지부진한 상태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봉구의 한 공인중개사도 “규제가 한시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짧다”면서도 “강남권 중심으로 갭투자가 막히고 정부가 시장 과열이 지속되면 규제를 더 강화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여서 괜히 여기까지 불똥이 튀는 게 아니냐는 우려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토허제뿐만 아니라 지금은 시장 불확실성이 워낙 큰 상태여서 매수세가 살아나기 힘들다”며 “노도강·금관구에서 마용성으로, 또 마용성에서 강남권 진입 등을 염두에 두고 수요자들이 움직일텐데 지금은 어디로든 이동이 쉽지 않은 만큼 당장 필요에 의해 이사하는 수요를 제외하면 거래가 뜸하지 않겠냐”고 밀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전국적으로 주택을 사야겠다는 매수 우위 분위기가 아닌 데다 최근에는 안전자산, 향후 가치 상승 여력이 확실한 지역들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해당 지역에서 최근 거래되는 매물들은 결이 다른데 전세시장이 불안하다 보니 실수요자 위주로 매매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위원은 “노도강·금관구까지 토허제 풍선효과가 확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토허제가 6개월 정도로 짧은 데다 정권이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는 부분도 있어서 수요자들이 섣불리 움직이기보다 좀 더 지켜보자는 쪽이 더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