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드오픈리서치, 원화 스테이블코인 필요성 강조한 보고서 발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달러 지배력 강화를 예고한 가운데, 국내 금융시장 경쟁력 유지를 위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법제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글로벌 웹3 벤처캐피털 해시드의 싱크탱크인 해시드오픈리서치(HOR)는 24일 '원화 스테이블코인 필요성과 법제화 제안' 보고서를 발간하고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테더(USDT)나 USD코인(USDC) 등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이 원화의 사용성과 금융 주권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업비트, 빗썸 등 주요 국내 거래소에 USDT가 상장된 이후, USDT 주간 거래량이 10억 달러를 넘어서는 등 영향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HOR은 이러한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사용 목적이 자산의 해외 유출에 집중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탈한국 자본' 흐름이 심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2022년 하반기 약 21조6000억원이던 국내 가상자산의 해외 유출 규모는 스테이블코인 도입 이후인 2024년 상반기 약 74조8000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HOR은 이 추세가 지속되면 추후 가상자산과 실물 경제의 경계가 흐려지는 임계점에 도달할 경우 원화의 사용성과 통제력 약화는 불가피해질 것이라 진단했다. 현재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개인 스마트컨트랙트와 연동된 비자나 마스터카드, 페이팔, 스트라이프, 쇼피파이 등의 온라인 결제 솔루션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으로 직접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향후 우리나라도 이 같은 결제 솔루션이 보편화되면 원화 자산이 부재한 상황에서 현재와 같이 달러화 스테이블코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HOR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핀테크나 결제, 자산관리 등에 USDT 등의 달러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연동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 한국 디지털 자산 시장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글로벌 투자자들이 원화 기반 가상자산에 직접 접근할 수 있게 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김치 프리미엄 등 다양한 시장 왜곡 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에 남아있을 유인을 확보하고 국내 자본의 불필요한 해외 유출을 방지하는 데 기여해 디지털 금융 시장에서 원화의 지배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내에는 자본시장법과 전자금융거래법 등의 관계 법령이 있지만, 국내 발행인에게 공시의무를 강제하는 구조인 자본시장법은 해외 발행인이 존재할 수 있는 가상자산 시장과 맞지 않는다. 또한 중앙 전산 시스템을 전제하고 있는 전자금융거래법은 블록체인의 탈중앙적 특성을 고려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상자산과 스테이블코인 특성에 맞는 독자적인 규제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용범 HOR 대표는 "스테이블코인이 다양한 측면서 주목받으며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주요국이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 및 입법을 최우선 과제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원화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제도적, 정책적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