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철강맨의 의지 “전기차는 꼭 가야 할 방향…투자 축소는 없다”
철강과 에너지 소재 중심의 ‘2코어+뉴엔진’ 전략 추진으로 사업 재편
염수·광석리튬 원료 등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취임한 뒤 가장 큰 우려는 철강 사업과 함께 그룹의 양대 축인 배터리 소재 사업의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었다. 장 회장은 포스코에서만 33년 일한 ‘정통 철강맨’이라 불리는 인물로, 단순한 신사업이 아닌 그룹 전체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축인 배터리 소재 사업에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장 회장은 이런 우려를 불식하듯 취임 직후부터 배터리 소재 사업 강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그는 취임 초반부터 “전기차는 꼭 가야 하는 방향으로 그룹 차원에서 투자 축소는 없을 것”이라며 “원료부터 소재까지 배터리 소재 풀 밸류체인 구축이 포스코그룹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취임 100일 기념사에서도 장 회장은 현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65%)을 오는 2030년까지 배터리 소재(30%)와 동일한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철강과 에너지 소재 중심의 ‘2코어+뉴엔진(Core+New Engine)’ 전략을 추진하며 그룹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다만, 배터리 소재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와 다르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최근 배터리 업계는 전방시장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기)으로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다. 배터리 소재 사업을 주도하는 포스코홀딩스 역시 예외는 아니다. 포스코퓨처엠의 실적을 포함한 포스코홀딩스의 배터리 소재 부문은 영업이익은 2023년 연간 적자 161억원에서 지난해 278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만 203억원에 달해 업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장 회장은 이런 위기 상황을 오히려 내실을 다질 기회로 보고 있다. 캐즘 이후 고성장할 시기를 대비하기 위해 캐즘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우량 자원을 선점하고 효율적인 양산체계를 구축하는 등 근원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톱티어 수준의 원료·소재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장 회장이 가장 주력한 분야는 공급망 안정화다. 특히, 해외 염호와 광산에 대한 소유권과 지분을 통해 염수·광석리튬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국내·외 사업장에서 수산화리튬을 생산해 국내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했다. 이에 다양한 조건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배터리 소재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글로벌 리튬 공급사로서의 입지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10월 국내 기업 최초로 해외 리튬 염호에서 배터리 소재용 수산화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아르헨티나에서 준공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올해 하반기 2단계 상공정을 건설해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수산화리튬은 배터리 소재의 핵심인 양극재 주원료이자 '리튬→양극재→리사이클'로 이어지는 포스코그룹 배터리 소재 사업 밸류체인의 시작점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아르헨티나 현지 염수리튬 공장 준공으로 전남 광양 율촌산단에 가동 중인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의 2만1500t 규모 광석리튬 기반 수산화리튬 공장을 포함해 염수와 광석자원 모두에서 배터리 소재용 수산화리튬 총 4만6500t 생산 체제를 갖추게 된다.
또한, 장 회장은 공급망 확보를 넘어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의 광석리튬 공장의 종합 준공을 지난해 완료하며 시장 성장기에 적기 대응할 수 있도록 에너지 밀도·출력이 높은 고부가 양극재 생산체계도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수익 우량 자원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행보도 지속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염수 리튬 및 호주 광석 리튬 사업 등을 통해 검증된 리튬 생산공장 건설 및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남미와 호주 등에서 우량 리튬 자원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 노력하는 한편, 탄자니아 마헨게 흑연광산 공동 투자계약도 체결했다.
장 회장은 올해도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 속에서 기업 경영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지금 우리는 강대국 간 패권 경쟁에 따른 교역 위축과 국내외 수요 산업 부진으로 오늘의 생존과 내일의 성장을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가 이런 위기를 철강·배터리 소재의 시너지를 내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자리잡아 극복하겠다고 강조한 만큼 앞으로 경영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