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통 제약사 중 매출 2위 오른 녹십자
알리글로 미국 진출 기반 매출 확대에 주력
해외 진출 넘어 글로벌 제약사로의 ‘도약’
도약. 성장과 발전, 변화를 의미한다. 조직이 현재 상태에서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는 것을 상징하기도 한다. 기업들의 궁극적인 목표인 도약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리더에게 우리는 흔히 ‘도약의 선봉장’이라는 호칭을 붙인다.
전통 제약사 중에서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기업이 있다. 허은철 대표가 이끄는 GC녹십자가 그 주인공이다. 혈액제제와 희귀의약품이라는 독자적인 영역을 성장 동력으로 확보한 허은철 대표는 글로벌 진출을 기반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양 날개로 비상(飛上)하라”
GC녹십자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전면에 내세운 문구다. 허은철 대표의 도약에 대한 의지가 함축적으로 드러난다. GC녹십자는 허은철 대표 체제 아래 실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오너 3세인 허은철 대표가 지휘봉을 처음으로 잡은 2015년 GC녹십자는 연결 기준 매출 1조470억원을 기록하며 연 매출 1조원 클럽에 진입했다.
허은철 대표는 2020년에 GC녹십자 매출을 1조5000억원까지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지난해는 1조6799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 유한양행에 이어 전통 제약사 중 매출 2위에 올라섰다.
GC녹십자의 가시적인 외형 확장 기반에는 ‘알리글로’가 있다. 알리글로는 2023년 12월 허은철 대표 체제 아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혈액제제다. 국산 혈액제제로서 미국 FDA 품목 허가를 받은 것은 알리글로가 최초다.
알리글로는 허은철 대표의 도약 의지가 집약된 제품이기도 하다. 허은철 대표는 취임 첫 해인 2015년부터 꾸준히 미국 진출을 준비했다. 당시 GC녹십자는 면역글로불린 5% 제품으로 FDA 문을 두드렸다.
2016년 주주총회에서는 “최종 관문을 눈앞에 둔 북미 시장 진입을 위해 녹십자 임직원 모두 총력을 집결하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2016년과 2017년 GC녹십자는 제조 공정 관련 자료 요청을 받으며 결국 FDA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계속되는 실패에 허은철 대표는 전략을 수정했다. 시장 규모가 더 큰 면역글로불린 10% 제품인 알리글로를 선보인 것이다. GC녹십자는 알리글로로 2021년 2월 FDA 문을 다시 두드렸고, 2023년 마침내 FDA 승인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대표 부임 초기부터 번번이 가로 막혔던 FDA 승인이라는 ‘벽’을 넘은 것이다.
허은철 대표의 의지가 집약된 알리글로는 GC녹십자의 성장을 이끌 신약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올해 알리글로의 미국 매출이 1500억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GC녹십자는 성장세를 이어가 2028년 알리글로의 매출을 4000억원까지 높인다는 목표다.
FDA 문턱 넘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
허은철 대표 체제 아래 GC녹십자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모두가 외면한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허은철 대표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만들기 힘든 약, 그러나 꼭 필요한 약’을 개발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허은철 대표의 사명감은 희귀의약품 파이프라인 강화에서 드러난다. GC녹십자는 최근 일본과 미국, 유럽의 연구 기관 및 제약사와 협력해 희귀 질환 치료제 및 mRNA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는 러시아 및 유럽 시장 진출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혈액제제와 희귀의약품 등 GC녹십자의 독자적 사업 기반을 구축한 허은철 대표의 다음 도약은 글로벌 제약사로서의 성장에 있다. 대표 취임 초반부터 글로벌 확장 의지를 확고하게 드러낸 허은철 대표는 미국 진출을 준비할 당시 기존 ‘녹십자’ 사명을 지금의 GC녹십자로 바꾸기도 했다.
허은철 대표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선도하는 것”이라며 “제2, 제3의 신약이 연이어 해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둬 전 세계가 우리의 일터가 되고, 마침내 선진 글로벌 제약사로 자리매김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허은철 대표가 글로벌 제약사로 변모하기 위해 펼치고 있는 전략은 단순 해외 진출에서 끝나지 않는다. 체질 전환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허은철 대표의 도약이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검증의 장이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