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빨리 그런 토론회 하면 안 되나…”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있는 A 지방자치단체장의 절박함이 담긴 통화 내용 한 토막이다.
국민의힘 신성범 의원(산청·함양·거창·합천)은 지난 7일 합천군종합사회복지관에서 ‘스포츠 비즈니스로 지역의 경제와 복지를 그린다’는 주제의 정책토론회를 개최, 스포츠를 활용한 지역의 재정적 지원과 제도적 개선책 마련의 사례들을 분석했다.
급격한 인구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 지역에서 스포츠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 각 지역의 인프라를 활용한 스포츠 비즈니스 전략과 타 지역 성공 사례와 실질적인 발전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신성범 국회의원(정보위원장)을 비롯해 김윤철 합천군수, 이승화 산청군수, 구인모 거창군수, 백삼종 함양부군수를 비롯해 김수한·이재운·정봉훈 군의회 의장, 신종철·김재웅·김일수·박주언·장진영·이춘덕 도의원과 군의원, 권희성·안병명·유인환·이달형 군체육회장, 류명현·박일동 경남도국장 등 500여명이 참석하는 등 지역 리더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8일 보도를 통해 정책 토론회를 접한 인구감소지역의 A 단체장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도 빨리 그런 토론회 열면 안 되나. 우리도 거기(산청·함양·거창·합천)처럼 인구감소지역이 몰린 지역구다. 우리 쪽 (국회)의원에게도 이런 토론회를 제안해야겠다. 옆 군이나 우리 군이나 서로가 경쟁관계이기도 하지만, 협력하면 더 큰 덩어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상생을 이끌 수 있는 지역구 의원의 리더십이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A단체장 말대로 이번 스포츠 비즈니스 토론회는 산청·함양·거창·합천의 건강한 경쟁과 생산적 논의, 그리고 협력 의지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양한 근거와 발제 교수들의 객관적인 자료와 냉철한 분석 등으로 “스포츠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도구”라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도 축사를 통해 “스포츠는 단순한 경기와 활동을 넘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강력한 동력이다. 스포츠관광과 레저산업, 스포츠 행사 등 스포츠 사업은 지역민들에게 새로운 일자리와 소득 창출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스포츠 비즈니스(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날의 정책토론회를 기획하고 4개 군에 제안한 신성범 의원은 “우리 지역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것을 받아들이자. 위기를 인식하고 대응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제 스포츠는 단순한 여가활동을 넘어 지역경제를 견인하는 핵심 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스포츠 이벤트 개최, 대회 및 전지훈련유치는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한다. 또 관광산업과 연계되어 지역발전에 크게 기여한다”고 말했다.
이어 “토론회에 앞서 4개 군이 모여 협의체를 구축했다. 이번에 우리 4개 군이 협력해 경남도민체전 유치에도 나서기로 했다. 그것으로 체육 인프라 등을 더 확충해 스포츠 비즈니스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고령층 복지 향상을 위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토론회에 앞서 지난해 8월, 신 의원 제안으로 4개 군 행정협의체가 구성됐다. 신 의원을 비롯해 4개 지역 군수가 머리를 맞대고 △지방소멸과 인구 증가를 위한 공동 대응 △일자리·주거·의료·복지 주요 현안사업 공동 대책 마련 △4개 군 연계·협력사업 발굴 △상호 협력, 정보 공유 등을 추진하는 협의체인데 이것을 바탕으로 이날의 정책토론회가 성사됐다.
7일 토론회는 신 의원의 개회사 및 인사말을 시작으로 △지자체 스포츠마케팅 비즈니스의 성과와 한계 △스포츠를 통한 지역개발 필요성과 과제 △지역 스포츠 발전을 위한 재정확보 및 제도개선 방안 3가지 주제 발표와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김미옥 교수(한국체육대학교)가 경남서부 4개 군의 스포츠 비즈니스 추진실적을 분석하면서 대회 및 전지훈련 유치 강화, 신규시설 확충, 4개 군 협력체계 구축 등의 전략을 거듭 제안했다.
김 교수는 폐교 및 빈집을 체육시설로 활용하는 해외사례를 소개, 이를 지역 스포츠 인프라 확충 방안으로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폐교 학교는 3955개소로 전남 21.3%, 경북 18.5%, 경남 14.8%로 3개 지역이 전국 절반을 넘었다. 전국 보유 폐교 중 27.2%가 미활용 상태다. 경남은 보유폐교 220개 중 72개소 미활용.
또 김 교수는 “일본의 사례처럼 폐교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체육시설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일본은 폐교 활용률이 80%에 달하며, 이중 고령층 대상 소규모 운동교실 등 사회체육시설로의 활용은 약 32%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휴자원 활용 및 지역개발 연계 방안 외에도 시설 운영 및 관리 방안, 고향사랑기부제 등을 통한 다양한 재원확보, 중앙정부 공모사업 대응 방법을 제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대희 교수(국립부경대학교)는 지역 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법적 근거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생활체육 활성화, 대회 개최, 전지훈련 유치 등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위해 관련 법 개정이 필수적이며, 지방 조례 제정을 통한 유기적인 발전 연계를 강조했다.
김 교수는 부산시가 전국체육대회 이후 스포츠를 통한 도시브랜드화에 성공하고 ‘스포츠 천국 도시’를 주제로 광역시도 최초로 체육국을 신설한 것처럼 산청·함양·거창·합천군은 경남도민체육대회의 공동 유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일례로 강원도 양구군(군수 서흥원)은 2024년 14개 종목에서 104개 대회, 11개 종목에서 90여개의 전지훈련팀을 유치해 232억 원의 경제효과를 달성, 군사도시에서 스포츠마케팅 중심도시로 도시브랜드를 바꾸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민복지 증진에 성공했다.
또 예술인 마을처럼 지역관광자원을 활용한 ‘스포츠빌리지’ 운영을 통해 올림픽 메달리스트 등 유명 스포츠 선수들이 경남에서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부지와 주택을 제공해 스포츠를 통한 지속 가능한 관광상품 개발을 통해 지역경제를 바꾸어가자는 제안도 내놓았다.
이 외에도 재정확보를 위한 거버넌스 구축 방안, 4개 군 연합 지역관광자원 활용한 스포츠도시브랜드 방안 등을 제시했다.
종합토론에서는 스포츠 시설 부족 문제, 운영 재원 확보 방안, 스포츠 산업의 지속가능성 확보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참석자들은 법적·행정적 지원을 강화하고, 4개 군이 협력해 스포츠 비즈니스를 지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토론회에 참석한 4개 군 지자체 관계자들은 “스포츠 비즈니스 토론회를 통해 우리가 건강하게 경쟁하면서 협력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회 종료 뒤에는 각 지자체 관계자들이 발제한 교수들을 찾아가 ‘질문 폭탄’을 던졌다. 한 지자체 단체장은 “발제한 교수들 연락처부터 확보하라”고 지시할 정도.
이번 토론회를 기획하고 제안한 신성범 의원은 “스포츠 비즈니스는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복지를 증진할 수 있는 중요한 분야”라며 “토론회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산청·함양·거창·합천군이 협력해 실질적인 정책 대안을 마련하고, 스포츠 시설 확충과 법적 지원 체계를 갖추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의원실 관계자들은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참석하셨는데 자리를 뜬 분들은 거의 안 보였다. 대개 토론회 후반으로 갈수록 자리를 떠나는 분들이 많은데 이번 토론회에서는 정말 끝까지 집중하셨다”며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가 스포츠 비즈니스라는 것에 모두가 공감하며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를 단순한 경기와 이벤트 개념에서 벗어나 지역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의미 있는 과정의 토론회였다.
스포츠 사업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특색을 살린 스포츠산업 콘텐츠를 개발하고 체계적인 스포츠마케팅 전략을 마련해야 성공할 수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우수한 문화유산을 보유한 4개 군의 매력을 뽑아내 스포츠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한다면, 지역 주민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지방소멸 위기에도 대응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토론회는 다른 인구감소지역 지자체들의 우수한 모델이 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