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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서 옮겨붙은 미정산 공포…홈플러스 사태 어디까지?


입력 2025.03.07 10:28 수정 2025.03.07 11:04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4일 기업회생 개시 신청…“자금 이슈 선제 대응”

협력업체들, 납품 일시 중단…중소 협력사는 ‘눈치’

홈플러스, 정상영업에 ‘힘’…“순차적 전액 변제” 강조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모습.ⓒ뉴시스

티메프 사태로 인해 정산금을 받지 못한 경험이 있는 식품 제조사들이 홈플러스의 재무 불안정성을 우려하며 납품을 중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진행 상황에 따라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는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제품 출하를 일시 중단하는 결정이 잇따르고 있다. 홈플러스에 부도가 발생한 상황은 아니지만, 지난 4일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함에 따라 납품업체들과 투자자들을 충격에 빠뜨리면서다.


특히 협력업체들을 중심으로 지난해 티몬·위메프(티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처럼 홈플러스의 회생 절차 진행에 따라 납품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로 인해 식품업체와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납품 물량을 축소하거나 중단을 결정한 바 있다.


그러다 지난 6일부터 일반 상거래 채권 대금 지급을 재개하고 주요 협력사와 대금 지급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면서 이날부터 속속 납품이 재개되는 분위기다.


이 같은 납품 중단 움직임은 매장이나 앱을 찾는 소비자들로서는 구매행위에 타격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할인행사를 하더라도 선택할 수 있는 품목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데다, 판매할 품목이 줄게 되면 소비자들의 유인책과 만족도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매장에서 상품권을 사용하려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손해다. 마트 구비 물품이 부실하면 사려던 물건을 살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홈플러스 상품권의 가치도 떨어진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 5일 CJ푸드빌과 신라면세점 등 홈플러스 상품권 제휴처들은 결제를 중단한 바 있다. 상품권은 상거래채권이어서 정상 거래가 되고 있으나 시장 전반에서 MBK에 대한 불신과 떼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탓으로 분석된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에 들어가도 상거래채권은 100% 변제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대금 지급 시기가 지연되면서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입점 업체 중 매출의 일정 비율을 임대료로 내는 ‘임대을 방식’ 계약 업체 일부가 1월 매출을 아직 정산 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모습ⓒ뉴시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기업·중견기업보다 홈플러스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의 고민이 더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자금 회전이 빠듯한 중소기업의 경우 납품대금 지급이 장기간 지연되면 회사 존폐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과 달리 중소·중견업체들은 미지급을 우려하며 납품을 중단할 경우 자칫 거래 대형 거래처를 잃을 수 있다. 반대로 이런 우려에도 납품했지만 회생 절차 과정에서 정산 계획이 틀어질 경우 경영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납품사들끼리 '눈치 게임'에 돌입한 상황"이라며 "한 곳이 납품을 중단하면 연쇄적으로 중단될 수 있다. 홈플러스 판매 상품이 줄어 고객 발길이 뜸해지면, 현금 창출이 감소해 정산이 지연되면서 상황이 급격히 악화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정상 영업을 위해 납품업체들을 상대로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 먼저 상거래 채권은 정상적으로 처리하고 매장을 정상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자금 지출을 하려면 법원에 보고해야 하므로 납품 대금과 입점 업체에 대한 자금 지출 지연이 불가피하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지난 4일에 법원 승인을 기다리느라 잠시 변제가 일시 중단됐지만 회생절차 개시로 일반 상거래 채권에 대한 지급도 재개됐다”면서 “가용자금이 6000억원을 웃도는 상황이라 일반상거래 채권을 지급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순차적으로 전액 변제할 것”이라고 했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한 직접적인 이유는 신용등급 하락이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자금조달비용이 높아지다 보니 이를 기업회생 신청으로 타개하려 했다는 것이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신청을 ‘선제적 조치’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다만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회생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협력업체들이 납품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면서 영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 계획대로 현금 확보가 가능할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또 유통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행보가 소탐대실로 결론 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자는 좀 아낄지 몰라도 소비활동(쇼핑)에 대한 평판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MBK파트너스의 책임 있는 대응을 요구하고 있고, 협력업체들은 납품 대금 지급 지연 등의 문제로 불안해하고 있다”며 “대형 유통업체의 위기가 불러올 파장에 업계 전체가 촉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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