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한동훈·안철수 '임기단축 개헌' 가세
주호영도 "대선 후보들 개헌 이행 담보해야"
여야 원로도 개헌론…"한 사람만 설득하면"
與 "이재명 '이중성 알릴 전략' 마련해야"
대권주자들이 잇달아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줄이는 희생을 하고, 2028년 총선에 때맞춰 권력구조를 개편하는 개헌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계점을 드러낸 87년 체제를 종식하고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단 여론에 따라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만이 '희생'의 예외가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권 대권 잠룡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 등은 조기 대선이 현실화할 경우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3년으로 축소하고, 권력구조를 바꾸는 개헌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를 스스로 5년에서 3년으로 줄이는 희생 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야 개헌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87년 체제는 수명을 다했기 때문에 개헌해야 한다. 임기단축 개헌을 좋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한동훈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언론 인터뷰에서 "만약 올해 대선이 치러지면 새 리더는 4년 중임제로 개헌하고 자신의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해, 2028년에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도 지난달 28일 YTN라디오에 나와 "우리 당에서 어떤 후보가 되더라도 그 다음 총선 시기에 맞춰 대통령 임기를 3년만 하고 물러나자"고 제안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보다 앞선 지난 1월 22일 TV조선 유튜브에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차기 대통령은 임기를 3년으로 줄이고, 대선과 함께 개헌 투표를 하는 결단을 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같은 대권주자들의 주장에 정치권에서도 호응하고 있다. 이날 처음 출범한 국민의힘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이끄는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개헌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선에 나오는 후보들이 자신의 개헌 계획을 밝히고 이행 약속을 담보하는 것까지 가야 한다"고 거들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여태껏 개헌이 뜬구름 잡는 정치공학적 이슈에 불과했다면 계엄을 거치면서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큰 이슈가 된 지금이야말로 개헌의 적기"라며 "임기를 줄이는 희생을 담보하고라도 대선 후보들이 개헌에 대한 선명한 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자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대권주자들의 자기희생을 통한 개헌 추진 의지에 긍정적인 시각이 감지되고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임기단축 후 개헌이) 공통 공약식으로는 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며 "기득권을 낮추고 3년 후에 제도를 만들기 위해 (개헌을) 만들어나갈 것이라는 걸 보여줄 때 중도층 내지는 여당을 지지하지 않는 쪽에서도 '우리가 지지하지는 않지만 저 사람들이 집권하더라도 돌아갈 수 있겠구나'는 걸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제 정치권의 시선은 이재명 대표에게로 향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대선 후보 당시 '대통령 임기 1년 단축' 및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추진' 공약을 내세웠던 이 대표는 정작 개헌 여론이 한껏 고양된 현 시점에서는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1월 23일 신년 기자간담회)라거나 "블랙홀 같은 문제"(2월 28일 SBS 유튜브)라면서 개헌과 관련해 거리를 둔 상태다.
전직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등 여야 정치 원로 12인은 이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대담회에서 이 대표를 향해 개헌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요구했다. 특히 민주당 출신인 이낙연 전 총리는 "민주당의 '어떤 분'만 개헌에 소극적인데 그분이 n분의 1이 아니다"라며 이재명 대표를 직격하기도 했다. 역시 민주당 출신인 정대철 헌정회장도 "여러분이 압력을 가해서 이재명 대표 한 사람을 설득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시국이 어려워진 이후 중도보수니 엔비디아니 자신에게 도움되는 말들은 서슴없이 꺼내면서 2년 더 대통령을 하고 싶어 개헌 얘기를 꺼내지 않는 이 대표의 모습을 보면 국민들이 얼마나 기가 차겠느냐"라며 "이런 이중성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 여태 개헌과 관련해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떻게 이 대표가 말을 바꿔왔는지를 상세하게 알릴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