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가능성↑에 경쟁자들,
'개헌' 고리로 李 진정성 '공세'
김경수 만나서도 개헌엔 거리 뒀지만
박용진·김부겸·임종석·김동연 회동 직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비명(비이재명)계 대권 잠룡들과의 만남 일자를 속속 확정하고 있다. 매 주자들과의 만남마다 이재명 대표는 '개헌 논의' 공세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비명계의 '개헌 압박'은 이 대표의 잇따른 말바꾸기 논란 등을 조준해 비명 주자들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차원으로도 관측되고 있다.
최근 대선 비전으로 '잘사니즘' '실용주의' 등을 내세우고 있는 이 대표는 이 과정에서 '상속세' '주 52시간 근무제 제외' '지역화폐와 민생회복지원금' 등을 둘러싼 모호한 화법을 보였고, 이에 여권은 물론 당내 경쟁자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의 회동에서도 개헌에 대한 얘기가 나왔으나, 이 대표는 '내란 극복이 먼저'라며 입장 표명을 꺼린 바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후보 당시 '대통령 임기 1년 단축' 및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추진' 공약을 내세웠지만, 최근의 이 대표의 언동은 명백히 과거와 거리가 있는 모습이라는 관측이다.
이 대표의 비명계 연속 회동은 '당내 통합 행보'를 표방하고 있는데, 비명계 주자들을 만나야 하지만 이와 동시에 이들이 '개헌' 목소리를 연일 높이는 것은 이 대표의 입장에선 부담인 셈이다.
최근 여권뿐 아니라 야권 원로들도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개헌'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최대 화두로 자리했다. 하지만 이날도 이 대표는 개헌에 대해 선제적으로 발언하지 않는 등 언급을 극도로 삼가는 모습을 보였다.
여야 원로들은 지난 17일 분권형 권력구조 개헌 추진을 위해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를 구성하고 여야정 국정협의회에 개헌 과제를 상정해 논의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도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또는 내각제와 같은 분권형 권력 구조에 관한 원포인트 개헌 촉구, 개헌 국민투표 차기 대선과 동시 실시 등에 의견을 같이 한 바 있다.
간담회에는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을 비롯해 김원기·박병석·정세균 전 국회의장, 김부겸·이낙연 전 국무총리, 김무성·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이 참석했다.
뿐만 아니라 전날 열린 비명계 주도 야권 대선주자 연대 플랫폼 '희망과 대안' 포럼 출범식에서도 야권 주자들을 일제히 이 대표가 개헌에 대해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는 것을 저격했던 상황이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런 (비상계엄으로) 헌정질서를 짓밟는 대통령의 절대적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며 "견제가 가능한 권력구조로의 개편을 포함해 국민소득 3만5000달러 시대에 맞는 헌법, 지방분권이 포함된 헌법을 위해 개헌안의 로드맵을 제시하고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행사에 참석한 김두관 전 의원도 "우리 당 이재명 대표와 당 지도부는 '내란 제압이 먼저'라고 말하는데, 내란 세력을 진압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면서도 "조기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서 민주정부를 수립하는 과제를 등한시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제왕적 대통령 5년 단임제로 드러난 폐해와 모순을 극복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4년 중임제와 분권형으로 지방정부에 (중앙정부의 권한을 이양하고) 지방소멸이 안되도록 7공화국으로 개헌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용진 전 의원도 "앞서 두분 선배들이 말한 개헌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힘을 보탰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직접 참여 대신 영상축사를 보냈는데, 김 지사는 앞서 17일 출연한 JTBC '장르만 여의도'에서 "이제는 87(년)체제를 바꾸는 제7공화국이 만들어져야 되겠다. 지금의 이 내란과 계엄을 뒤집는 정권교체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개헌 구상과 관련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권력구조 개편과 선거제도 개혁과 함께 본인(대통령)의 임기를 줄이는 개헌을 얘기했었다"며 개헌이 노 전 대통령의 유산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같은 비명계의 공세가 고조되는 가운데 민주당은 이날만 이 대표와 박용진 전 의원, 김동연 경기도지사와의 회동 일자를 각각 확정 지었다.
이로써 이 대표는 지난 13일에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국회에서 90분간 차담을 나눈 데 이어 오는 21일 박용진 전 의원, 24일 김부겸 전 국무총리, 27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28일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회동을 각각각 앞두고 있다. 이 대표는 김두관 전 의원과의 만남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이어질 각 주자들과의 회동에서, 이 대표가 '개헌론에 호응을 할지' 여부가 회동 성과를 판단하는 최대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