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가장→'흙수저 신화' 입지전적 인물
대선 앞두고 파격…"李의 민주당 아냐"
국민소환제·30조원 추경·트럼프 대응 등
중앙정치보다 한 발 앞서가는 정책제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리가 막바지를 향하면서 조기 대선 실시 가능성이 커지자 야권 잠룡들이 각자의 대권 행보를 본격화 하고 있다. 차기 대권 유력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한참 뒤에 위치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평균 한 자릿수의 지지율을 안고 꾸준히 이재명 대표를 추격하고 있다.
야권 잠룡 가운데 하나인 김동연 지사는 정치권에서 '흙수저 신화'라는 별명과 함께 '경제·정책·행정통'으로도 정평이 나있다. 11세에 부친을 잃고 소년 가장으로서 25세에 행정고시와 입법고시를 모두 합격한 사실은 유명하다.
나아가 노무현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도 관료를 거쳤으며 문재인정부에서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파격 발탁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심지어 그가 이미 내놓은 행정·경제 정책, 예컨대 △국민소환제 △30조원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트럼프 2기 정부 대응을 위한 대응기구 마련 등을 이재명 대표가 사실상 비슷한 내용으로 공식 석상에서 거론하는 상황도 종종 연출된다. 관료 출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차기 대선에 '재도전' 할 것으로 전망되는 김 지사의 행보가 주목된다.
13일 야권에 따르면 최근 김 지사의 행보는 넓어졌고, 발언 수위는 한층 강해졌다. 김 지사는 이날 1박 2일 일정으로 광주를 찾아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그는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닌 민주당의 김동연, 민주당의 김경수, 민주당의 김부겸 등 다 같이 더 큰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SBS 유튜브에 출연해서는 자신이 이 대표보다 나은 점으로 "국민과의 공감 능력·경제 전문가·비전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일머리"라고 꼽았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의) 지금의 지지도, 국민들의 도덕성이나 사법리스크에 대한 정서로 봤을 적에 만약에 2심에서 당선무효형이 나온다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6~7일 100% 무선 ARS 방식으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이 대표가 40.8% 지지율을 기록해 2위인 김 지사(7.7%)와 5.3배의 격차를 보였다. 이 대표와 자신의 지지율 격차가 상당한 가운데 발현된 자신감의 원천은 앞서 본인이 밝힌 '경제 전문가' '비전 실행가'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 지사가 먼저 내놓은 행정·정책과 비슷한 내용을 이 대표가 나중에 재언급하는 경우다.
우선 최근 이 대표가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언급한 '국민소환제'다. 김 지사 측에 따르면 국민소환제는 지난 2022년 3월 대선 당시 정치교체를 위한 두 사람의 '공동선언'이자 '합의사항'이다. 그럼에도 마치 이 대표가 대표연설에서 처음 꺼낸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면 문제다. 당해 6월 김 후보는 경기지사 당선 이후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소환제를 도입해서 국회의원 평가와 심판을 할 수 있게 하자"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해 12월 19일 경기도청에서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에 따른 경제위기 대응을 위한 '30조원 추경' 예산을 편성하고, 기준금리 0.5%p 인하 등 구체적 수치를 들어 재정·금융정책의 반전을 촉구했다는 게 김 지사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당시 이 대표는 추경 필요성만 언급했을 뿐 구체적 필요 액수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다가 지난 10일 대표연설에서 "최소 30조원의 추경을 제안한다"고 했다.
특히 김 지사는 트럼프 2기 정부에 대응하기 위해 이 대표가 지난 3일 국회에 제안한 '국회 통상특별위원회' 구성보다 약 한 달 앞서 '경제전권대사'를 여야 합의 전제로 지정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경제전권대사는 김 지사가 처음으로 제안한 개념이다.
김 지사는 지난달 13일 수원시 한 설렁탕 가게에서 신년간담회를 열어 "트럼프 2기 정부를 상대할 우리 측 대표 '대한민국 경제전권대사'를 임명하자"며 "경제전권대사를 중심으로 국회·정부·경제계가 '팀 코리아'로 움직여 트럼프 2.0에 전면 대응하자"고 말했다.
경제·정책·행정통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게 중앙정치권보다 한 발 앞서 △국민소환제 △추경 △트럼프 2기 정부 대응방안 등의 대안들을 제시해 온 것이다.
문재인정부 시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던 민주당 한 의원은 "능력으로 보면 김 지사는 입지전적 인물"이라며 "다만 우리나라 정치사에 관료 출신의 대통령이 전무한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개인의 능력과 국민에게 비춰지는 이미지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보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대권주자로서 김 지사의 장점은 '안정감'인 반면, 단점은 '존재감'이 약한 것"이라며 "김 지사가 바닥으로부터 일어난 '흙수저 신화'라는 정치인에게 좋은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지만, 이 대표도 '소년공'이라는 비슷한 스토리를 갖고 있는데다 우리나라 국민 정서상 관료 출신은 대권주자로 주목 받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