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 자금 조달 돕는 중기특화…실효성 ‘의문’
온라인 소액투자 중개 접는 회사들…작년 IBK 1건 그쳐
기업·투자자 참여 유인 부족…“규제·제도적 보완 필요”
중소·벤처기업 대상 기업금융(IB)에 강한 증권사들을 육성하기 위해 도입된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 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기특화 IB가 제공할 수 있는 IB 업무인 크라우드펀딩(온라인 소액투자 중개)이 사실상 방치 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기특화 증권사 대다수가 크라우드펀딩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제도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기특화 증권사 제도는 중소·벤처기업의 자본시장 기반 자금 조달을 활성화하고 금융 업무에 특화된 중소형 증권사를 육성하기 위해 금융위원회가 지난 2016년 도입한 정책이다. 선정된 증권사들은 코넥스시장 지정 자문인, 중소·벤처기업 기업공개(IPO), 유상증자·채권발행 지원, 인수합병(M&A) 자문, 증권의 장외거래 중개, 크라우드펀딩 중개 및 투자 업무 등을 수행해야 한다.
금융위는 중소기업 지원 실적과 외부 전문가 평가 등을 바탕으로 2년마다 새로운 기수를 선정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6월 5기 중기특화 증권사로 지정된 증권사는 IBK투자증권, SK증권,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DS증권 등 기존 5개사에 DB금융투자, BNK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3개사가 새롭게 추가돼 총 8개사로 확대됐다.
그러나 제도 도입 이후 중기특화 증권사들이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IBK투자증권 1곳을 제외하면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은 데다 크라우드펀딩의 경우 대부분의 회사들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크라우드펀딩이란 창의적인 사업 아이템을 가진 기업가가 다수의 소액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뜻한다. 증권사는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자로 사업가와 투자자 사이의 펀딩 과정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증권사들은 지난 수년간 크라우드펀딩 시장에서 손을 떼왔다. 지난 2020년 다올투자증권이 관련 시장에서 철수한 뒤 2022년 키움증권도 사업을 폐지했다. 이어 지난해 유진투자증권·코리아에셋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을 비롯해 우리종합금융·와디즈파이낸스 등 네 곳이 중개업 사업을 접었다. 현재 금융권에서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을 유지하는 곳은 IBK투자증권 단 1곳뿐이다.
크라우드펀딩 중개 실적도 미미하다. 크라우드펀딩 사업을 지원하는 한국예탁결제원의 크라우드펀딩 포털 크라우드넷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가 중개를 맡은 거래는 IBK투자증권이 진행한 1건(긴꿈 크라우드펀딩)에 그쳤다. 2023년 역시 IBK투자증권이 맡은 1건(유브이글로비스 크라우드펀딩)이 유일했다.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크라우드펀딩 중개와 관련해선 지난해의 경우 6월에 진행한 1건이 맞다”면서 “다만 2023년 서정학 대표이사 취임과 함께 SME솔루션부문을 신설해 중소기업 금융 지원 전반에 걸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ME솔루션부문에선 기업금융과 IPO, 사모펀드(PE), 신기술투자조합 등을 통해 중소기업 자금 조달과 맞춤형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IBK투자증권은 코넥스 및 스팩(SPAC) 누적 상장 업계 1위,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P-CBO) 인수 실적 1위 등을 기록했다. P-CBO는 중소기업이나 중견 기업이 주로 활용하는 자금 조달 방식이다.
하지만 크라우드펀딩의 경우 IBK투자증권 역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기특화 증권사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증권사들의 크라우드펀딩 철수는 기업과 투자자의 참여 유인이 부족하고 규제·제도적 한계와도 연결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도 새해 중소·벤처기업 지원 활성화를 위해 중기특화 증권사 제도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아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자의 경우 법상 허용된 업무가 단순 중개에 그치고 있어 발행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후속 관리 등 적극적인 역할 수행이 어려운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