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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 보증한도 축소에 ‘빌라=주거사다리’ 연결고리 ‘흔들’


입력 2025.02.12 07:00 수정 2025.02.12 07:00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1Q 중 전세대출 보증 비율 축소…100→90%

‘묻지마 보증’ 그만…상환 능력따라 한도 산정

보증 강화에 비아파트 시장 침체 장기화 우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대출 보증비율이 100%에서 90%로 낮아질 예정이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100%에서 90%로 하향 조정하는 가운데 하반기부터는 소득이나 기존 대출 등 상환 능력을 고려해 전세보증 한도를 산정하기로 했다.


전세사기 여파 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빌라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기피 현상이 짙어지는 상황에서 대출 한도까지 줄게 되면 주거사다리 회복은 커녕 주거비 부담만 키울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올 1분기 중 현재 100% 수준인 HUG와 서울보증보험(SGI)의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주택금융공사(HF) 수준인 90%까지 낮출 예정이다.


전세대출을 받으려는 세입자들은 HUG·SGI·HF 등 보증기관의 보증을 바탕으로 대출을 받는다.


특히 HUG는 세입자의 소득, 기존 대출 여부 등을 따지지 않고 임대 보증금의 80% 이내에서 수도권은 최대 4억원, 지방은 최대 3억2000만원까지 대출금의 전액 보증을 제공했다.


이에 은행은 세입자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더라도 보증기관이 전액 대신 갚아주기로 한 보증을 조건으로 별도의 담보 없이 전세 대출을 실행했다.


무주택 실수요자의 전세대출 이용이 많은 만큼 그동안 정부는 대출 문턱을 상대적으로 낮춰 운영해 왔다. 하지만 전세 대출 규모가 불어나면서 전셋 가격 상승, 집값 불안 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보증 한도를 축소하기로 한 것이다.


HUG의 전세대출 보증 규모는 지난해 32조9397억원 수준이다. 지난 2019년 16조8291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최근 5년 사이 약 2배 가량 불어난 것이다.


대출 심사를 더 까다롭게 해 무분별한 대출을 줄이자는 취지다. 문제는 보증 한도가 줄면 전세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단 점이다.


가령 수도권 4억원 아파트 전세 세입자의 경우, 기존에는 전세보증금의 80%인 3억2000만원까지 HUG의 보증을 거쳐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 보증비율이 90%로 낮아지게 되면 이 세입자는 기존보다 3200만원 적은 2억8800만원까지 대출 가능 금액이 줄게 된다. 여기에 소득 및 기존 대출 등 심사에 따라 대출 규모는 더 축소될 수 있다.


이에따라 비아파트 시장 위축은 더 심화할 전망이다. 국토부가 빌라 등 비아파트를 포함한 여러 주택 유형에 예외 없이 전세대출 보증 강화를 적용하기로 하면서다.


앞서 정부는 전세사기 여파 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를 통해 서민 주거사다리를 회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국토부는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를 위해 청약제도 손질과 LH 신축 매입임대 확대 등 다양한 정책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세대출 한도가 축소되면 정부의 지원 정책 실효성은 반감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비아파트 시장은 장기간 힘들 것”이라며 “전세사기 여파가 가시지도 않았는데 대출 한도까지 축소하게 되면 정상화는 당분간 물 건너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세대출 보증 기준을 강화하게 되면 HUG의 재정 건전성이 좋아지고 반대로 기준을 완화하면 부실화로 인해 국민 세금이 많이 투입된다”며 “적정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서민 주거 안정과 HUG의 재무건전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아파트로 갈 수 없는 수요자들은 비아파트 시장에 머물 수 밖에 없을 텐데 대출 규제 강화로 은행권 심사가 깐깐해지면 이들부터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대출로 충당하지 못한 금액은 월세나 관리비 명목으로 전환될 테고 주거비 부담이 늘어 실질적인 주거 사다리 회복은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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