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고고학자 곽민수가 건축가 겸 방송인 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의 저서에 잘못된 내용을 지적하고 나섰다.
9일 곽민수 한국 이집트학 연구소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유현준과 '공간이 만든 공간'. 어제부터 화제가 되는 유현준의 책을 읽어보았다"며 "근사한 제목이 눈길을 끌었는데, 특히 2장 ‘문명을 탄생시킨 기후 변화’는 내 전공과도 관련이 있는 장이었기 때문에 특히 더 관심이 갔다. 그런데 내가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딱 이 2장까지였다"라며 글을 시작했다.
곽 소장은 "저자는 단편적인 사실적 근거를 토대로 꽤 진취적인 논리적 도약을 시도하는 것 같았고, 그런 '도약적 사유'는 내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그가 도약적 사유의 전제로 삼고 있는 사실적 근거들 가운데는 그 사실관계가 정확하지 않은 것들도 많았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책의 전반에 걸쳐서 그 사실을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고고학이라는 나의 전공을 토대로 확인할 수 있는 2장 부분에서는 적어도 그랬다"며 "이 불안불안한 문장들의 집합체를 2장 넘어서까지 읽어내는 것은 나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에서는 기원전 9500년경부터, 중국에서는 기원전 2500년경부터 농경이 시작됐다'는 문제의 여지가 상당한 문장"이라며 "최초의 농경이 확인되는 공간은 터키 동부-시리아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곽 소장은 "'지구 온난화가 인류가 농사를 짓게 했다'는 내용은 최신의 고고학적 연구와 정반대되는 설명"이라며 "'인류 최초의 도시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만들어진 우루크'라고 했으나 일반적으론 '차탈 회위크'를 언급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자는 '농업을 통해 수렵 채집보다 2000배가량 높은 인구 밀도를 가진 공간을 만들며 인류는 지능 상의 큰 변화를 만들었다'고 했지만, 실제로 농업이란 생계 경제가 인간의 지능에 변화를 가져오진 않았다"고 했다.
앞서 곽 소장은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클레오파트라 편의 자문을 맡았으나 실제 방송 내용에서 다수의 오류가 나오자 반박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역사 이야기를 재밌게 한다며 사실로 확인된 것과 풍문으로 떠도는 가십을 섞어 말하는 것은 정말 큰 문제"라며 역사 강사 설민석을 공개비판했다.
이에 제작진은 "방대한 고대사 자료를 리서치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던 점을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고, 설민석도 "제가 많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다. 앞으로 더 성실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사과했다.
이후 설민석은 2010년 연세대 교육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논문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서술에 나타난 이념 논쟁연구'의 표절률이 52%라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불거지면서 출연 중이던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