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수권법, 예산지속결의안 불포함
우시바이오로직스, 美 공장 건설 재개
“기존 협력 관계엔 큰 영향 없어”
미국이 중국 바이오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하던 ‘생물보안법’ 통과가 불발됐다. 제약 바이오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내 중국 규제가 무산된 가운데 반사이익을 기대하던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지난 19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미국 의회가 추진하던 생물보안법이 국방수권법안(NDAA)에 이어 예산지속결의안에도 포함되지 못해 사실상 연내 통과가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생물보안법은 미국 정부에게 예산을 지원 받는 기업이 정보 유출의 우려가 있는 중국 바이오 기업과 거래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과 중국 패권 경쟁이 제약, 바이오 분야까지 확산되며 추진됐다.
올해 미국 공화당 및 민주당의 지지를 받아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졌으나, 짐 맥거번 민주당 매사추세츠주 하원의원과 랜드 폴 공화당 캔터키주 상원의원 등 주요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히며 결국 무산됐다.
생물보안법 내 규제 대상으로 지명된 우시앱택, 우시바이오로직스, BIG그룹, 컴플리트제노믹스 등 중국 바이오 기업들도 적극적인 외부 로비를 통해 생물보안법 통과를 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올해 중국 기업들이 생물보안법안 (통과를) 방어했다”며 “생물보안법이 내년에 다시 입법 절차를 거치더라도 규제 대상 기업에 대한 지정 및 해제 절차 등 논란이 됐던 조항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시장 내 퇴출 위기를 넘긴 중국 바이오 기업은 중단했던 생산공장 건설을 재개하고 나섰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3억 달러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을 설립하고 있는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생물보안법 통과가 유력해지자 지난 6월 중단했던 공사를 재개했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월 미국 내 증가하는 수요에 맞춰 공장 규모를 2만4000리터에서 3만6000리터로 확대 건설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바이오 기업 규제를 앞세운 생물보안법이 불발되면서, 반사이익을 기대한 국내 CMO(위탁생산),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들의 아쉬움도 커지고 있다. 현재 미국이 중국 CMO, CDMO 바이오 기업에 위탁하고 있는 물량은 연간 2조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넥스, 에스티팜 등의 기업들이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으로 제약사의 CMO, CDMO을 맡고 있다. 생물보안법이 통과될 경우 중국 고객사 이탈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수주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시점이었다.
실제로 에스티팜의 경우 지난 8월 글로벌 10위 안에 드는 글로벌 제약사와 블록버스터 신약의 저분자 화학합성 원료의약품(API)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구체적인 신약 명칭과 계약 규모는 비공개지만, 원래 중국 기업이 담당하던 자리로 알려졌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생물보안법 불발이 기존 협력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 국내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법안 통과는 어려워졌지만, 기존 고객사와의 관계는 견고하다”며 “미국이 바이오 산업 공급망 재편 의지를 드러낸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미국 외에도 사업 확장의 활로를 찾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0월 아시아 소재 제약사와 1조7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CMO 계약을 체결했다. 2023년 전체 수주 금액의 절반에 가까우 수준으로 회사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단일 CMO 계약이다. 후발 주자인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최근 독일의 CDMO 기업 IDT 바이오로지카 인수를 완료하며, 사업 다각화를 기반으로 5년 내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