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밈코인 시총 135조원......삼성전자 절반 수준
내재 가치 없다지만 유행 민감하고 돈 몰려
'먹튀'도 잦은 만큼 밈코인 '몰빵'은 삼가야
#포지티브적 해석 : 전체 밈코인 시총 135조원 시대…음지 아닌 주류
#네거티브적 해석 : 내재적 가치 없고 그저 장난 불과하다는 지적
요즘 연말 모임을 가면 빠지지 않는 대화 주제가 바로 '가상자산'입니다. 많은 이들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리플보다도 관심 갖는 가상자산은 단연 '도지코인(DOGE)'이죠. 이처럼 평소에 코인 투자를 하지 않았던 사람마저도 밈코인(Meme Coin)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뭘까요?
밈코인은 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 유행, 농담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가상자산을 의미합니다. 밈코인의 시초격이자 가장 시가총액이 큰 도지코인은 지난 2013년 최초 발행했지만 2021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언급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했죠. 당시 일론 머스크가 도지코인을 지지하는 X(구 트위터)를 수차례 올렸고, 덩달아 도지코인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시장 주목을 받았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D.O.G.E.)를 신설하고 수장으로 일론 머스크를 임명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도지코인의 가치는 또다시 상승했습니다.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코인마켓캡이 계산한 전체 밈코인 시총은 930억 달러(약 135조원)으로 삼성전자(약 358조원)의 절반 수준입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뜻입니다.
밈코인은 내재적 가치가 없는 그저 장난에 불과하다는 비판에도 이처럼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짧은 시간 안에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밈코인은 다른 가상자산과 달리 시장 자체 유행이나 예측하기 어려운 사건에 따라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죠.
또 대부분 밈코인은 1개당 가격이 낮게 형성돼있어 젊은 층이 주력인 가상자산 시장에서 접근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초기 시가총액이 작은 만큼 약간의 유동성만 유입돼도 큰 폭의 상승이 나타날 수 있는 거죠. 물가 상승과 실질 임금 감소로 인해 전통적 금융 시스템에 실망한 젊은 세대들이 대안 자산으로 밈코인을 선택합니다.
가상자산과 블록체인에 큰 이해도가 없는 투자자들은 기술적 혁신보다는 직관적인 매력에 주목하곤 합니다. 대부분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은 기술과 혁신을 강조하지만 내용이 복잡한 만큼 실제 대중들에게 와닿지 않습니다. 밈코인은 기술적 논리보다는 간단하고 직관적인 매력을 통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어내는 겁니다.
단순 투자 자산을 넘어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커뮤니티 소속감을 주기도 합니다. 밈코인은 태생부터 특정 인물, 캐릭터 등에 기반을 두고 있어 커뮤니티에 소속감을 불어넣을 이미지가 존재합니다. 주로 개, 고양이 등 동물 캐릭터가 대상이므로, 이를 활용한 굿즈 제작 및 커뮤니티 구성원의 2차 창작이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있죠.
단순한 만큼 이해하기 쉬운 밈코인의 대표 이미지는 커뮤니티 진입 장벽을 낮춰주며 다양한 방법으로 응용할 수 있어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밈코인은 최근 일반 투자자들도 쉽게 발행할 수 있는 플랫폼이 생기면서 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솔라나(SOL), 텔레그램 디오픈네트워크(TON) 등 여러 블록체인에서 밈코인을 직접 만들 수 있는 토큰 발행 플랫폼(런치패드)을 출시했습니다.
이런 런치패드를 통해 밈코인을 발행하려면 우리 돈으로 수천원~수만원가량의 수수료만 지불하면 되는데요. 10~11월에는 솔라나 기반의 런치패드가 흥행하면서 SOL의 가격이 크게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솔라나에서 새로 생긴 몇몇 밈코인들은 업비트, 빗썸 등 국내 거래소에까지 상장될 만큼 투자자 관심도 큽니다.
시장에서는 밈코인 열풍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밈코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극명하게 나뉩니다. 누군가는 밈코인이 가상자산에 대한 인식을 부정적으로 바꾼다고 말합니다. 밈코인은 그저 위험한 카지노일 뿐, 이로 인해 가상자산에 대한 대중, 규제 기관, 기업가들의 인식이 왜곡되고 있다는 겁니다.
반면 밈코인은 처음부터 '가치 창출' 목적보다는 사람들을 가상자산 생태계로 유입시키는 데 의미가 있다는 반박도 나옵니다. 복권을 사듯 소액을 밈코인에 투자했다가 가상자산에 관심을 갖고 유망한 프로젝트의 토큰을 사는 경우도 많다는 거죠.
실제로 대부분 가상자산 전문가들은 밈코인만을 거래하기엔 위험도가 너무 크다고 지적합니다. 발행 자체에 큰 비용과 시간이 들지 않는 만큼 허위 프로젝트들도 많고, 몇몇 사람들이 초기 물량을 대규모 선점하고 나서 홍보를 거친 뒤 가격이 오르면 한 번에 매도해 버리는 먹튀(러그풀) 현상도 자주 나타납니다.
하지만 젊은 층이 많고 유행, 트렌드에 민감한 가상자산 업계에서 밈코인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산업이 성숙하면 분명 기술력, 실생활 이용 가능성 등 소위 '펀더멘털'이 중요해질 것이고, 밈코인을 통해 가상자산 업계로 유입된 돈(유동성)은 다른 분야로 재투자되면서 생태계에 활력을 줄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비판에도 살아남은 밈코인들은 정말 팬층이 탄탄한 일종의 연예인 팬클럽처럼 여겨지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