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그룹 의존도 낮춰라” 현대오토에버, 동남아서 '신사업' 찾는다


입력 2024.12.18 13:00 수정 2024.12.18 14:45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인도 '맵마이인디아'와 동남아 합작 법인 설립

현지 차량용 지도 및 내비게이션 서비스 고도화

차량 수요 높아진 '기회의 땅' 동남아, 맞춤형 내비 부재

동남아 공략하는 현대차 뒷받침, 현지 OE 공략 '시동'

'2024 레드닷 어워드'에서 '디자인 콘셉트' 부문 본상을 수상한 현대오토에버가 자체 개발한 내비게이션 사용자 인터페이스(UI)ⓒ현대오토에버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계열사 현대오토에버가 '기회의 땅'으로 떠오른 동남아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해외 법인 중 최초로 인도 최대 지도 전문 업체와 합작해 동남아 전역의 맞춤형 내비를 구축하기로 하면서다. 최근 동남아 시장을 공략 중인 현대차·기아의 내비게이션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현지 시장에 진출한 타 브랜드까지 공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기아 차량 내 소프트웨어 및 내비게이션을 포함해 스마트 팩토리 등 그룹 내 사업이 수익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한계에서 벗어나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토에버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인도 맵마이인디아와의 합작법인 ‘테라 링크 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맵마이인디아는 인도 최대 지도 전문 기업으로, 현대오토에버가 해외 합작 법인을 설립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양 사가 손을 잡은 건 동남아시아 내 차량용 내비게이션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다. 마이맵인디아는 인도 지도 전문 기업으로서 동남아 시장 내 정확한 지도 데이터를 제공하고,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그룹 내 차량 내비게이션 기술을 담당해온 만큼 현지 맞춤형 내비게이션을 구축하는 역할을 맡는다.


동남아시아는 경제 성장과 함께 최근 차량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신흥 시장으로 꼽힌다. 국가별로 통행방향, 노면표시 등 도로 환경의 차이가 있어 각 지역에 맞춘 지도 데이터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고, 각 국가별 실시간 교통정보를 반영한 자체 내비게이션이 부재한 상황이다. 최근 인도에선 구글 지도를 따라 운전하던 차량이 끊긴 다리로 진입해 추락하면서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현대오토에버는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폴 등 6개국의 지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향후 브루나이, 미얀마 등 인접 국가 지도까지 확보해 사업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시도가 주목되는 건 현대오토에버가 현대차·기아를 지원 사격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인 수익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간 현대오토에버가 설립했던 해외 법인의 경우 현지 시장에 진출한 현대차·기아의 내비게이션 및 소프트웨어를 고도화하는 것이 주요 임무였다. 차량 자체 내비게이션의 정확도가 각 시장에선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인 만큼, 철저히 현대차그룹의 현지 시장 공략을 위한 작업이었던 셈이다. 북미, 유럽 등은 이미 자동차 시장이 확대된 국가인 만큼 경쟁사들 역시 자체 내비게이션을 구축했을 가능성이 높다.


동남아 역시도 일차적인 목적은 현지 맞춤형 내비게이션을 현대차그룹 차량에 탑재하는 것이겠지만, 주요국과 달리 향후 다른 제조사들로부터의 수요도 충분히 기대해볼 만 하다. 얼마나 확대될 지 모르는 신흥 시장을 위해 내비게이션 현지화를 위한 투자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오토에버를 통한 현대차그룹 차량의 내비게이션이 현지에서 호평을 받는다면, 현대오토에버의 내비게이션 기술을 사용하려는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여지가 크다. 현대차·기아의 동남아 공략을 위해 현지화한 내비게이션이 현지 표준 내비게이션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테슬라가 자사 모델을 위해 자체 구축한 충전 기술을 타 전기차 제조사들에게 판매하면서 미국의 표준 충전 규격으로 자리잡은 것처럼 말이다.


현지 맞춤형 내비게이션이 동남아에 진출한 제조사들로부터 선택을 받게 된다면, 현대오토에버의 큰 숙제인 '의존도 낮추기'도 물꼬를 틀 예정이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기아 차량 소프트웨어 기술, 현대차그룹 스마트 팩토리 기술, 그룹 내 전사 IRP 관리 등 내부거래를 통한 수익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현대오토에버 관계자는 "고품질의 차량용 지도를 구축해 현지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내비게이션 사용 경험을 제공하고,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가 내비게이션 영역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