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윤 대통령 심리 속도에 운명 달려
180일보다 빨리 결론 낼수록 李 유리
앞서 공직선거법 1심 유죄 난 가운데
대법원 '6·3·3 원칙' 지켜질지 관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대선 시계가 빨라졌다. 조기 대선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지만,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관측이다.
결국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 시계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2·3심 선고 시점이 어떻게 맞물려 돌아갈지가 관건이 됐다. 사법부의 측면에선 선거법 담당 재판부가 차기 유력 대권 주자의 정치 명운을 결정하게 되는 만큼, 재판 속도의 부담감을 떨쳐낼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14일 2번의 표결 시도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탄핵 당론 반대'였던 국민의힘에서 내부 이탈표가 더해지면서, 여야 의원 총 204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로써 12·3 비상계엄 선포 후 11일만에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의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만약 탄핵이 인용될 경우 '조기 대선'으로의 전환을 피할 수 없게 되는데, 이 대표의 운명은 대선이 몇 월에 열릴지가 좌우하게 된다.
헌재의 탄핵심판은 최장 180일 이내에 결정 내려진다. 역대 탄핵소추안 통과로 직무정지가 됐던 대통령들은 헌재의 결정이 나오는데 100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고(故)노무현 대통령(2004년)은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2016년)은 91일만에 헌재의 결정을 받았다. 이 중 노 전 대통령은 기각 결정이 돼 대통령직에 복귀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파면 결정된 바 있다.
만약 헌재가 윤 대통령의 경우에도 파면 결정을 한다고 전제할 경우, 180일 동안의 심리 기간을 꽉 채울 때는 5월 중순쯤 탄핵이 인용되고 7월에 대선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더 이른 시점의 '벚꽃대선'이나 '장미 대선'이 벌써부터 언급되는 등 헌재가 탄핵 인용을 앞당길 가능성도 거론된다.
민주당으로선 차기 대선일 전에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유죄 판결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기라도 하는 경우가 제일 꺼려지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위증교사 혐의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을 대비하고 있다. 이외에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및 성남 FC 불법 후원금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재판도 받고 있다. 다만 1심 판결조차 나지 않은 이외 사건들은 사실상 대선 전에 확정 판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이 대표는 지난달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앞서 지난달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선고 공판에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피선거권 박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특히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에서 이미 유죄가 나온 것이 가장 큰 뇌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6·3·3 원칙(선거법의 경우 1심 6개월, 2·3심 각 3개월 내 처리)' 원칙이 제대로 지켜질 경우, 이 대표의 2심은 내년 2월, 최종심은 5월까지 선고가 돼야 한다. 하지만 이 원칙은 그동안 잘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 후 이 같은 원칙을 계속 강조해 왔지만, 이날 윤 대통령 탄핵안 계기로 이 대표에 대한 남은 공직선거법 위반 선고들(2·3심)이 제대로 시간 안에 진행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로선 공직선거법 위반을 심리하는 재판부의 판결 예상 시점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후 국회 앞 '탄핵 촉구 범국민국민대회장' 무대에 올라 '국민 머슴'을 자처했다.
이 대표는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아도 결국은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충직한 도구로서 국민의 명령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머슴으로서, 국민의 주권 의지가 일상적으로 관철되는 진정한 민주국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최근에도 종교계와 재계 인사들을 잇따라 만나는 등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강조하는 행보를 지속 중이다. 지난 10일 헌정 사상 최초의 '야당발 감액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도 민주당은 원내대표 등이 추경(추가경정예산)을 언급하는 등 곧 수권정당이 되는 것을 염두에 둔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실제 대선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시간이 남아있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여전한 만큼 정치권 안팎에서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