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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프도, 시청자도 떠난 뒤…‘쓰레기’ 되는 촬영 현장 [‘친환경’ 제작을 위해②]


입력 2024.12.13 08:43 수정 2024.12.13 08:43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관광지 활용도 쉽지 않은 세트장

아직 더딘 스태프들 인식 발전

가상의 땅 아스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전쟁 드라마 ‘아라문의 검’은 제작비 500억원이 투입된 ‘대작’이었다. ‘아스달 연대기’의 후속작인 이 드라마는 아스 대륙 정벌기를 방대한 스케일로 담아냈는데, 새로운 세계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세트장 제작에만 150억원이 들었다.


그리고 드라마가 끝난 후 이 세트장을 철거하는데 50억원의 비용이 발생했다고 알려졌다. 제작비의 3분의 1이 투입된 셈이다.


'아라문의 검' 속 한 장면ⓒtvN

촬영지의 기능은 잃더라도, 관광지로 탈바꿈해 세트장을 유지하는 작품도 없지 않다. 다만 이 또한 종영 후 ‘반짝 인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으며, 관리가 되지 않아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6년 방송돼 3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은 ‘태양의 후예’를 촬영한 강원도 태백시의 세트장은 폐허가 된 지 오래다. 작품을 향한 관심에 힘입어 태백시가 20억원을 들여 세트장을 복원했고, 이에 2016년 기준 전년 대비 관광객이 10% 증가하는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신드롬급 인기를 누리며 해외 팬들의 관심까지 받은 드라마 세트장의 수명도 그리 길지는 않았다.


관계자에 따르면 철거되는 세트장에서는 하나의 동에서만 1톤 이상의 쓰레기들이 나온다. 세트장 자체의 재활용은 물론, 처음부터 환경오염 문제에 신경을 쓰며 제작한 세트장이 아니면 자재들을 재활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 예능 PD는 “세트장 촬영이 훨씬 효율적이다. 일일드라마나 아침드라마들이 ‘비슷하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왜 세트장에서 촬영하겠나. 로케이션보다 세트장에서 하는 것이 비용면에서도, 또 시간 면에서도 효율적”이라고 설명하면서 “또 예능은 세트를 통해 고유의 색깔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예 새롭게 세계관을 재창조하는 큰 규모의 세트장이 아니더라도, 콘텐츠에 세트장은 필수”라고 어쩔 수 없는 부분을 언급했다.


다만 그럼에도 대다수의 업계 종사자는 세트장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쓰레기에 대해 “자세히는 모른다”, “관심이 없다”고 답할 만큼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이 뒤처진 것도 사실이다.


한 드라마 스태프는 “촬영하고 떠나면 남는 것들은, 전문 업체에서 처리해 주니까 ‘괜찮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며 “그러한 영역까지는 아마 대부분이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장에서 ‘촬영이 잘 돌아가게 하는 것’ 외에는 무언가를 고려할 여유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만약 환경오염 문제를 개선하고 싶다면, 촬영 전부터 계획이 돼야 할 것 같다. 스태프 개개인이 노력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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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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