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 참석 16명이 친한계
'원내사령탑' 추경호는 집결 위치 우왕좌왕
韓, 대통령 탈당 요구 등 리더십 증명 시도
친윤 일부 공감 표하면서 韓에 힘 실릴 전망
'계엄의 밤' 당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일부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이 본회의에 참석해 계엄 해제에 동참하면서 일단 '계엄에 동조한 정당'이라는 최악의 평가는 면하게 됐다. 밤새 표결 문제를 두고 혼란을 빚었던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는 달리 빠르게 국면을 수습했다는 평가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 대표를 중심으로 국면을 수습하는데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를 비롯한 여당 의원 18명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즉시 국회 본회의에 모여 비상계엄 사태 상황 파악 및 해제 요구안 표결에 참석했다. 18명의 의원들은 주로 친한계로 구성됐다. 표결 참여 의원은 조경태 의원과 서범수 사무총장, 한지아 수석대변인을 비롯해 정연욱·신성범·우재준·김재섭·김상욱·박정하·장동혁·주진우·곽규택·정성국·김형동·김용태 의원이다. 이 중 16명은 친한계로 분류된다.
한 대표와 친한계가 일사분란하게 국회 본회의장으로 뛰어가는 동안 추 원내대표는 계속해 지시를 바꾸며 의원들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었다.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본회의 개의 당시 본회의장으로 이동해 달라는 한 대표 요청에도 국회 본관 원내대표실을 지켰는데, 긴박했던 당시 의원들에게 본회의장이 아닌 국회 밖에 위치한 당사에 집결을 요청하는 문자를 보냈던 것으로도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선 상황이다.
이에 대해 계엄 해제 요구안 찬성표를 던진 김상욱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추 원내대표가) 의도는 알 수 없지만 혼선을 줘서 방해한 결과가 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처럼 여당 '투톱'이 상반된 모습을 보이면서 여당 의원들의 동요가 커지고 있다. 이번 국면을 계기로 한 대표를 중심으로 한 여당의 체제개편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를 통해 당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윤 대통령의 탄핵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성난 민심을 외면할 수도 없는 처지이고, 계엄 당일 추 원내대표의 태도로 신뢰성이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계엄 해제 이후 한 대표는 4일 개최된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에 탈당을 요구하며 강하게 그립감을 잡았다.
한 대표는 "대통령께서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안 결의에 따라 비상계엄을 해제하기는 했지만, 12월 3일의 반헌법적인 계엄은 지워질 수 없는 역사로 남았다"며 "이번 사태가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고 국민의 자유와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했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무위원들의 전원 총 사퇴 △국방장관 즉각 해임 등 비상계엄 책임자에 대한 엄중 문책 △윤석열 대통령의 탈당 총 3가지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 중 내각 총사퇴, 국방장관 해임에만 합의했다. 윤 대통령의 탈당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인요한 최고위원 등 일부 친윤계 의원들은 한 대표의 3가지 요구에 공감을 표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향후 한 대표를 중심으로 여당이 위기 수습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친윤도 친한도 아닌 무계파 의원들도 이번 국면 해소를 위해 한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커졌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어쨌든 지금 여당의 구심력이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윤 대통령을 옹호하면 당은 다 죽는다"라며 "한 대표 중심으로 뭉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