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한동훈, '김 여사 라인' 정리 두고 신경전 고조

韓 "공적 지위 없는 金 라인 존재하면 안돼"

대통령실 "여사 라인이 어딨나…비선 없다"

10·16 재보선 후 면담은 그대로 진행하기로

김 여사 보좌할 제2부속실, 연내 출범하기로

필리핀·싱가포르 국빈방문 및 한·아세안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환영나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실 내 이른바 '김건희 여사 라인' 인적 쇄신을 두고 대통령실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신경전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한 대표가 김 여사 측근 그룹을 뜻하는 '한남동 라인' 정리를 거듭 요구하자, 대통령실이 "여사 라인이 어딨는가"라며 정면 반박하면서다. 다만 대통령실은 10·16 재·보궐선거 이후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만남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김 여사 라인' 인사 청산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뭐가 잘못된 것이 있어서 인적 쇄신인가. 여사 라인이 어딨는가"라며 "공적 업무 외에 비선(秘線)으로 운영하는 조직 같은 것은 없다"고 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실의 라인은 오직 대통령 라인만 있을 뿐"이라며 "최종 인사 결정권자는 대통령"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대남 전 행정관과 같은 이런저런 사람의 유언비어 같은 얘기를 언론이 자꾸 확대해서 쓰면 안 된다"며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 얘기하는 유언비어에 언론이 휘둘리면 안 된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비선 조직이라는 것은 직책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인데, 대통령실 내 직책을 갖고 있는 분들이 여사 문제 논의와 대응 등을 위해 한남동 관저에 들어가서 보고하고 이야기 나눈 게 왜 비선 논란으로 보여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앞서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앞서 말했던 대통령실 인적 쇄신 요구와 관련해 김 여사 라인 정리를 말한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김 여사는)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라인은 존재하면 안 된다"고 했다. 친한(친한동훈)계에서 지목하는 대통령실 내 김 여사 라인은 7명 안팎이다.

한 대표는 지난 12일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유세 현장에선 "김 여사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하기 위해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대표가 최근 김 여사를 겨냥한 강경 발언을 잇따라 쏟아내면서, '윤 대통령·한 대표 만남'이 불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여권 일각에서 나왔지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은 10·16 재·보궐선거 후 일정 조율을 거쳐 내주 초 빠른 시일 내에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만남을 '독대'가 아닌 '면담'이라고 표현하면서, 향후 두 사람의 만남에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추경호 원내대표 등이 배석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면담 의제와 결과 역시 재보선 결과에 따라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 금정구청장과 인천 강화군수를 사수한다면,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만났을 때 발언권에 힘이 실려 '김 여사 리스크' 해소 등을 재차 촉구할 수 있겠지만, 정반대의 결과를 얻게 된다면 리더십에 타격을 입고 당내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는 탓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에 배석자가 있을지 없을지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며 "한 대표가 형식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는 만큼, 면담 형식은 (한 대표 측과) 잘 상의해서 결정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의제 조율과 관련해선 "아직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한편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를 보좌할 제2부속실과 관련해 "정확한 출범 시기는 미정이지만, 연내에는 꼭 출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2부속실 설치 공사는 현재 진행 중이다. 제2부속실은 용산 대통령실 내 윤 대통령의 귀빈 접견실이 위치한 층에 마련될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는 과거 정부와 마찬가지로 5~10명 규모로 꾸려질 것으로 전해졌다. 제2부속실장에는 장순칠 시민사회수석실 시민사회2비서관이 내정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