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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지도 앱 오류로 애먼 곳 출동한 소방대원…신고자 사망 책임은? [디케의 눈물 301]


입력 2024.10.15 05:06 수정 2024.10.15 05:06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홀로 살던 50대, 몸 이상 감지하고 119 신고…소방대원 출동했지만 민간 지도 앱 오류로 철수

법조계 "소방관, 위급한 상황서 국민 생명 보호할 의무 있어…현장 철수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

"유족,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 제기 가능, 승소할 것…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인정은 어려울 듯"

"국민 생명·재산 보호해야 할 국가가 민간 기업에만 의탁하고 있는 꼴, 더 세분화 된 지도 앱 개발해야"

ⓒ연합뉴스

홀로 지내던 50대 남성이 몸에 이상을 감지하고 119에 신고했지만, 민간 지도 시스템 오류로 구조대에 발견되지 못하고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법조계에서는 소방관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의무가 있음에도 위치가 정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철수 결정을 내린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다면 승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민간기업에만 의탁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국가적 차원에서 더 세분화 된 지도 앱을 개발해 유사 사례를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5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달 8일 부산 서구에 사는 A(50대)씨는 119에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며 전화를 걸어 자신이 있는 오피스텔 주소와 건물명, 호수 등을 말했다.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A씨 휴대전화를 위치추적을 한 뒤 A씨 주소를 시스템에 입력하고 구급대원에게 출동 지령을 내렸다. 하지만 소방당국이 신고자 위치를 찾기 위해 사용하는 긴급구조 표준 시스템이 길을 잘못 안내했고, 출동 대원은 A씨를 발견하는 데 실패했다.


결국 남성은 신고한 지 일주일 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재 부산소방재난본부를 포함한 17개 시·도 소방본부 모두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민간기업이 만든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한 긴급구조 표준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어떤 포털 사이트 지도를 써야 하는지 뚜렷한 기준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유족은 국가 배상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형사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뉴시스

판사출신 문유진 변호사(판심 법무법인)는 "소방기본법에 따르면 소방관은 위급한 상황에서의 구조·구급 활동 등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당시 신고자가 119에 신고전화를 했고 몸상태까지 전달했지만, 담당자는 위치가 정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철수 결정을 내렸다"며 "소방관이 신고자 주소를 찾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신고를 받고 최선을 다하지 않고 철수했다거나, 경찰에 연계해 가족에게 연락해 신고지의 위치 등을 파악할 수 있었을 가능성까지 입증된다면 소방대원을 상대로 직무유기, 국가배상 등 민형사적 절차가 가능하다. 또한 국가배상청구에서도 승소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급상황에서는 경찰에 연락해서 충분히 주변탐문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된다. 신고자의 위치를 찾지 못했다고 해서 현장을 철수하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라며 "현재 국가기관이 민간지도앱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런 상황을 방지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더 세분화된 지도 앱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소방당국이 민간지도만 믿고 신고자를 찾기 위해 제2, 제3의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국가배상은 충분히 받아들여질 것이다. 아울러 소송에서 승소해 금전적 손해배상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업무상과실치사의 경우 고소하더라도 혐의가 인정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시 소방대원들이 신고를 받고 출동했던 만큼, 조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과실을 인정하는 건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어 "소방당국의 업무는 신고자의 주소를 확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도 민간 지도앱을 이용한다면 언제든지 유사사례가 발생할 텐데, 시민들 입장에서는 너무 불안하지 않겠나"라며 "비용적인 측면에서 어렵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정부 차원에서 지도 앱을 자체 개발해 오류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지도 앱을 크로스체크하는 등 정확한 위치 파악을 해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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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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