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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단협 지각생 HD현대重, 16일부터 사흘간 줄파업


입력 2024.10.14 10:43 수정 2024.10.14 11:30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완성차 5사, 삼성重‧한화오션 등 대형 사업장 모두 교섭 타결

홀로 남은 HD현대중, 제시안-요구안 격차 7만2300원 '진통'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HD현대중공업 노조)가 9월 27일 파업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국내 주요 사업장들이 대부분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타결한 가운데 최대 조선업체인 HD현대중공업만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노사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사측은 첫 제시안보다 금액을 높인 2차 제시안을 내놓고 ‘업계 최고 조건’이라며 수용을 호소했지만, 노조는 거부한 채 줄파업으로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HD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는 오는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 연속 파업에 돌입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교섭에 진전이 없을 경우 다음 주에는 파업 강도를 더 높이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8월 28일 중앙쟁대위 출범과 함께 단행한 3시간 파업을 시작으로 지난 10일까지 총 10차례의 파업을 벌였다. 이번 주 파업이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 파업 일수는 13일로 늘어난다.


국내 대규모 사업장 중 아직까지 파업 리스크를 안고 있는 곳은 HD현대중공업이 유일하다. 국내 제조기업 가운데 생산직 근로자가 많아 파업에 따른 파장이 큰 곳으로 완성차 5사와 대형 조선 3사가 꼽힌다. 완성차 업계는 지난 11일 르노코리아를 마지막으로 5사 모두 교섭을 타결했고, 대형 조선 3사는 지난달 12일 삼성중공업에 이어 이달 11일 한화오션까지 교섭을 마무리지으면서 HD현대중공업만 남은 상태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임단협 교섭에서 임금인상폭을 놓고 큰 이견을 보이고 있다. 사측은 지난달 5일 기본급 10만2000원(이하 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격려금 400만원 등을 제시했다가 노조가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친다며 줄파업을 벌이자 지난달 25일 교섭에서 2차 제시안을 내놨다.


2차 제시안은 기본급 12만2500원 인상, 격려금 400만원+상품권 30만원, 중대재해 미발생 성과금 신설 등으로, 기존 제시안에 비해 기본급 인상폭을 2만500원 높이고, 상품권 30만원을 추가했지만 노조는 이 역시 거부했다.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인상폭은 사측 제시안을 크게 상회한다. 노조는 지난 4월 말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성과급 산출기준 변경(영업이익 분모 7.5%→5%), 근속수당 지급 변경(근속 1년에 1만원 인상) 등을 담은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했다. 특히 기본급 인상에는 호봉승급분 3만5000원이 제외돼 있어, 이를 포함할 경우 19만4800원까지 치솟는다. 사측 제시안과의 격차가 7만2300원에 달하는 것이다.


사측은 2차 제시안이 업계 최고 대우라며 이 이상 금액을 높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삼성중공업은 기본급 12만1526원 인상, 격려금 300만원 지급 조건에 교섭을 타결했고, 한화오션의 타결 내용은 기본급 11만7404원 인상, 타결 일시금 및 상생격려금 370만원으로, 모두 HD현대중공업의 2차 제시안에 못 미친다.


사측은 특히 HD현대중공업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3.2%로 한화오션(0.9%)보다 높지만 삼성중공업(4.3%)보단 낮은 데다, 인당 매출액도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조건을 제시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역대 최대 인상폭의 임금협상 타결이 올해 출범한 현 노조 집행부의 부담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호선 집행부가 주관한 첫 교섭에서 지난해보다 부족한 제시안을 수용할 경우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는 시각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기본급 12만7000원 인상, 격려금 400만원+상품권 50만원의 조건으로 교섭을 타결했다. 사측이 2차 제시안보다 기본급 4500원을 추가로 올리고 상품권 20만원을 더 얹어줘야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집행부가 사측 제시안을 수용해 잠정합의안을 만들었다가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되면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는다”면서 “실적은 지난해보다 좋은데 임금인상폭은 더 낮은 수준이라면 집행부가 조합원들의 찬성을 이끌어낼 명분이 약해진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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