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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 부실 기업대출 5000억 매각…더 곪기 전 '고육책'


입력 2024.10.15 06:00 수정 2024.10.15 06:0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작년 연간 기록 이미 훌쩍 넘어

사업 규모 큰 4대銀보다도 많아

고금리 여파 리스크 관리 '총력'

서울 서대문 NH농협은행 본점 전경. ⓒNH농협은행

NH농협은행이 외부 기관에 헐값에 파는 형태로 정리한 부실 기업대출이 한 해 동안 세 배 가까이 급증하면서 올해 들어 반년 만에 벌써 5000억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지난해 연간 매각 규모를 1000억원 이상 웃도는 속도로, 농협은행보다 기업대출 사업의 덩치가 큰 4대 시중은행들보다도 많은 액수다.


생각보다 길어진 고금리 터널 속에서 기업대출의 질이 계속 악화하자, 더 곪기 전 이를 도려내려는 농협은행의 고육지책은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농협은행이 매각한 기업 대출 관련 부실채권은 52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7.6% 늘었다. 부실채권 매각은 은행 입장에서 회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된 대출을 처리하는 방식 중 하나다. 채권 원가에 훨씬 못 미치는 돈을 받고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이를 넘긴 것이다.


이대로라면 농협은행이 외부 매각으로 정리하는 기업대출은 올해만 1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지난해 연간 기록인 4000억원은 이미 올해 상반기에만 1200억원 넘게 뛰어 넘은 상황이다.


농협은행의 이같은 기업대출 매각 처리는 다른 대형 은행들과 비교해도 단연 눈에 띄는 금액이다. 조사 대상 기간 4대 은행이 매각으로 정리한 기업대출은 ▲하나은행 5091억원 ▲신한은행 3695억원 ▲우리은행 3232억원 ▲KB국민은행 3050억원 등이었다.


5대 은행 기업대출 매각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특히 농협은행의 기업대출 파이가 이들 은행에 비해 아직 작은 편인데도 부실 매각이 오히려 더 많았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농협은행의 기업 여신 잔액은 152조3581억원으로, ▲하나은행 216조6446억원 ▲국민은행 211조2512억원 ▲신한은행 210조6159억원 ▲우리은행 182조9362억원 등을 밑돌았다.


그럼에도 농협은행이 리스크 처리에 더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부실 기업대출이 더 많이 누적돼 있어서다. 농협은행의 기업 관련 고정이하여신은 8588억원으로 하나(5004억원)·우리(5680억원)·신한(5690억원)은행보다 많은 실정이다. 4대 은행 중에서 농협은행보다 해당 고정이하여신이 더 많은 곳은 국민은행(1조1390억원) 뿐이다.


은행은 보통 고정이하여신이란 이름으로 부실채권을 분류해 둔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통상 석 달 넘게 연체된 여신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금융사들은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기업대출을 둘러싼 위험이 커지고 있는 배경에는 장기화한 고금리 기조가 자리하고 있다. 쌓여가는 이자 부담에 은행 빚을 갚지 못할 정도로 경영상 어려움에 빠진 차주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를 유지해 왔다. 그러다 이번 달 들어서야 인하가 단행되면서, 2021년 8월 시작된 통화 긴축 기조는 3년 2개월 만에 비로소 종지부를 찍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사라지자마자 부실 기업대출이 몸집을 불리고 있다는 점도 염려스러운 측면이다. 금융지원이 아니었다면 연체로 이어졌을 대출 중 상당수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억눌려 오다가, 이제 본격적으로 고개를 내미는 것일 수 있어서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직후인 2020년 4월부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상대로 실시돼 온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는 3년 넘게 지속되다가 지난해 9월 종료됐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따른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금액은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76조2000억원에 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가 본궤도에 오르고 있지만 역대급 고금리가 길게 유지됐던 만큼 여신 리스크는 상당 기간 해소되기 힘들 수 있다"며 "은행들의 부실대출 매각 확대 흐름은 올해 내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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