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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나


입력 2024.09.07 04:30 수정 2024.09.07 10:36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지난 5일 팔레스타인전서 졸전 끝에 무승부 거둔 우리 축구 국가대표팀

손상된 잔디 상태, 경기력에 영향 미쳐…손흥민 "볼 컨트롤·드리블에 어려움"

서울시에서 10억 들여 하이브리드잔디 깔았지만…지난해 '잼버리 콘서트' 개최 이후 심각하게 훼손

축구계 "콘서트 개최 막을 수 없다면 명확한 가이드라인 필요…올 여름 날씨도 잔디 손상 원인"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1차전 대한민국과 팔레스타인 경기에서 손흥민이 득점에 실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뉴시스

지난 5일 우리 축구 국가대표팀이 팔레스타인과의 경기를 졸전으로 마치자, 경기가 열렸던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A매치가 열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축구전용구장인데, 지난해 잼버리 콘서트를 기점으로 심각한 수준으로 잔디가 손상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관리 책임에 대한 비난 여론도 쇄도하고 있다.


축구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지난해 잼버리 콘서트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경기장에서 콘서트가 개최되면서 잔디가 회복할 시간이 없었다며 콘서트 개최를 막을 수 없다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어길 경우 주최 측에 강력한 페널티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6일 데일리안의 취재를 종합해 보면,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상태가 심각하게 손상된 가장 큰 원인은 지난해 8월 열린 '잼버리 콘서트'라고 다수의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잼버리 콘서트를 위해 운동장 위에 무대를 설치하면서 무거운 무게에 눌린 잔디가 훼손됐다는 것이다. 실제 당시 콘서트 개최를 앞두고 축구 팬들은 경기장의 잔디가 손상될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잼버리 콘서트가 열리기 직전까지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는 말 그대로 '관리가 잘 된 잔디'였다고 한다. 서울시설공단은 2019년부터 꾸준히 잔디 상태 개선을 위해 노력했으며 2021년 10월에는 10억 원을 들여 하이브리드잔디로 교체하기도 했다. 하이브리드잔디는 천연잔디와 인조잔디가 95:5의 비율로 혼합돼 인조잔디의 파일이 천연잔디의 뿌리와 엮여 결속력을 높이고 외부 충격으로 인한 잔디 패임 현상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이런 효과는 선수 부상 예방과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지난해 8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잼버리 콘서트 현장.ⓒ뉴시스

실제 5일 경기를 마치고 대표팀 주장 손흥민(32·토트넘) 선수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오만 원정 경기의 운동장 상태가 더 좋다는 것이 한편으로 안타깝다"며 "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 팬들의 눈으로 보기에도 오늘 볼 컨트롤과 드리블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 부분들이 하루빨리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상대팀 감독인 마크람 다부브 팔레스타인 감독도 경기장의 잔디 상태를 비난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FC서울의 김기동 감독은 지난달 K리그 경기 직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잔디 상태가 아쉽다. 선수들에게도 부상이 올 수 있는 잔디 상태였다"며 "좋은 선수들이 와 부상을 당하면 국가적으로도 손해 같다. 신경을 써주셨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지난 4월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의 모습.ⓒ뉴시스

이와 관련해 축구계 관계자 A씨는 "한국 축구의 성지인 곳인데 잔디 수준이 처참하다. 이런 잔디 상태는 선수들에게도, 경기를 보러 온 관중들에게도 민폐"라며 "잼버리 콘서트 이후 주기적으로 경기장에서 콘서트가 개최되면서 잔디가 회복할 시간이 없는 것이 문제다. 콘서트 개최를 막을 수 없다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어길 경우 주최 측에 강력한 페널티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축구계 관계자 B씨는 "이런 잔디 상태 속에서 경기하는 우리 대표팀은 사실상 홈어드밴티지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미 여러 상황으로 인해 잔디가 망가진 상태에서 추운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까지 겹치게 된다면 복구는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K리그 관계자는 "이번 여름 같은 경우 동남아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비도 많이 오고 열대야나 폭염도 길었다"며 "또 스콜처럼 중간중간 강한 비가 내리다 보니 잔디가 열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런 점들이 한꺼번에 모여 잔디 상태를 망가뜨렸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대한민국 대 팔레스타인의 경기. 무승부 이후 주장 손흥민 선수가 아쉬워 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를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잔디 생육의 적정 온도는 15~25도"라며 "잔디 관리를 위해서는 고온다습한 여름철에는 축구 경기를 최소화하고 충분히 휴식기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잼버리 콘서트로 인해 잔디 상태가 악화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잼버리 콘서트와 관련해서는 이미 복구가 완료됐다"며 즉답을 피했다. 또 향후 콘서트 개최로 인한 잔디 손상 문제에 대해서도 "앞으로 문화체육행사 개최 시 잔디 손상이 없도록 행사 주최 측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만 답했다.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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