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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민영화' 없던 일 되나...고심 깊어지는 채권단


입력 2024.08.19 06:00 수정 2024.08.19 06:00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CB·BW주식전환에 몸짓 커진 HMM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임기도 곧 끝나

"연임 없다면 임기 내 마무리 못해"

"내후년까지 불확실...국영기업 이어가나"

HMM의 민영화가 올해에도 진척없이 표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서 화물을 선적하는 HMM의 컨테이너선. ⓒHMM

국내 최대 선사 HMM의 민영화가 올해도 진척 없이 표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채권단인 산업은행(산은)과 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영구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보통주로 전환하면서 몸값이 수조 원 높아진 데다 강석훈 산은 회장의 임기 만료까지 다가오면서 차일피일 미뤄질 것이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산은과 해진공은 HMM의 민영화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당초 연내 재추진될 것으로 예상됐던 매각 작업이 여러 요인에 발목 잡혀 끝내 진행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매각 작업의 가장 큰 암초는 HMM의 몸값이다. 산은과 해진공은 HMM을 상대로 발행한 CB·BW 물량을 도래 시기마다 주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산은·해진공이 보유한 HMM 주식 수는 4억5889만주(합산율 61.07%)로 지난해 7월 말 기준 3억9879만156주(합산율 38.9%)와 비교하면 22.17%포인트(p) 증가했다.


오는 10월 예정된 1억3200만주와 내년 4월 1억4400만주까지 전환하게 되면 채권단의 지분율은 71.7% (7억3480만주)까지 늘어난다. 주가를 단순 반영해 몸값을 추산해보면 약 12조원까지 치솟는다. 지난해 말 우선협상대상 기업으로 결정된 하림이 내건 6조원 가량의 몸값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업계에서는 HMM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해야 민영화가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식 수가 늘어나는데, 결국 주가 하락을 기대하는 것 외에는 채권단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HMM이 해운업계의 호황에 힘입어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어, 주가하락 가능성은 희박하다. HMM은 올 상반기 기준 매출액은 4조9933억원, 영업이익은 1조514억원, 당기순이익 1조145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4666억 원) 125%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21.1% 늘었다.


중동발 홍해 사태로 운임이 오른 상황에서, 수익성 위주의 영업을 강화한 전략이 매출액 및 영업이익이 증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하반기에도 고운임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업계는 HMM의 연간 순이익이 2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1년도 채 남지 않은 강석훈 산은 회장의 임기도 암초로 작용할 전망이다. 2022년 6월 취임한 강 회장은 오는 2025년 6월 임기를 종료한다. 내년 4월 진행될 영구채 전환까지 마무리한 뒤 매각 작업에 돌입한다면 임기 내 마무리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선 매각 절차는 매각 관련 자문사 입찰공고를 시작으로 실사, 본입찰 등 과정에 약 11개월 정도가 소요됐다.


강 회장은 지난 6월 열린 2주년 기자회견에서 HMM 재매각은 당분간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기도 했다. 강 회장은 "HMM 재매각은 산업은행 입장과 더불어 정부의 해운정책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의된 안건을 갖고 나서야 할 것으로 본다"며 "당장은 매각 계획이 없고 궁극적으로는 정부 부처 간 협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임기 내 끝낸다고 하면 연말 쯤에는 재차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데, 시황도 그렇고 대내외적인 상황들이 발목을 잡을 것 같다"면서 "강 회장이 연임을 한다는 전제하에는 빠른 매각 추진이 가능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임기 내에도 매각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협상에 참여했던 하림보다 더 큰 대기업 입장에서는 HMM 인수에 큰 이점을 찾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매각은 없던 일이 되고, 국영기업 형태로 계속 남게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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