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테스트 실패설' 부인…"HBM 검사 중, 아직 끝나지 않았을 뿐"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삼성전자의 HBM(고대역폭 메모리)가 엔비디아 제품에 탑재될 가능성이 있다고 시사했다.
5일 업계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대만 타이베이 그랜드 하이라이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젠슨 황 CEO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제공한 HBM 반도체를 검사중이라고 했다.
젠슨 황 CEO는 "삼성전자는 아직 어떤 인증 테스트에도 실패한 적이 없지만, 삼성 HBM 제품은 더 많은 엔지니어링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삼성전자 HBM이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테스트가) 아직 끝나지 않았을 뿐이며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황 CEO는 그러면서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서 HBM을 공급받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의 공급 일정을 묻는 질의에는 "우리에게 필요한 HBM 양은 매우 많기 때문에 공급 속도가 무척 중요하다"며 "3사와 모두 협력하고 있으며 이들 업체로부터 모두 제품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가 "우리는 그들이 자격을 갖추고(qualified), 우리 제조 공정에 최대한 빠르게 적용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해 실제 공급 체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이 있다.
엔비디아가 3사로부터 HBM을 받겠다고 밝히면서 HBM 공급 시기·물량을 둘러싼 3사간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HBM 시장 주도권은 SK하이닉스가 잡고 있다. GPU(그래픽처리장치)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에 HBM3를 사실상 독점 공급해왔으며 지난 3월부터는 HBM3E 8단도 양산해 납품했다.
HBM의 강한 수요에 힘입어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DS부문 보다 빨리 전사 흑자를 달성했고, 올해 1분기에는 1조 가까이 영업이익 격차를 벌렸다. 삼성전자는 작년의 부진을 만회하고 HBM 강자 타이틀을 가져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 기세를 몰아 HBM3E 12단 개발 속도전에도 돌입했다. 지난 4월 말에만 하더라도 "올해 3분기 개발 완료, 내년 공급"이라는 입장이었으나 불과 1주일 만에 "5월 샘플 제공, 3분기 양산"으로 로드맵을 전격 수정했다.
HBM3E 12단은 초당 최대 1280GB(기가바이트)의 대역폭과 현존 최대 용량인 36GB을 제공해 성능과 용량 모두 전작인 HBM3(4세대 HBM) 8단 대비 50% 이상 개선된 것이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2026년 공급 예정이었던 HBM4(6세대) 12단 제품도 내년으로 앞당겨 양산하기로 했다. HBM4 16단 제품은 2026년에 양산한다.
로드맵 변경 이유로는 AI 메모리 시장의 가파른 성장이 지목된다. SK하이닉스는 2023년 전체 메모리 시장의 약 5%(금액 기준)를 차지했던 HBM과 고용량 D램 모듈 등 AI 메모리 비중이 5년 뒤인 2028년에는 61%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쟁사들이 엔비디아향 HBM 수주전을 놓고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대응책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HBM3E를 앞세워 반격을 준비중이다. HBM3E 8단 양산을 4월에 시작한 삼성은 현재 12단 제품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중으로, 2분기 중 양산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HBM 제조사 중 가장 빠른 속도다.
그러나 지난달 말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의 4세대 HBM(HBM3)과 5세대 HBM(HBM3E)이 제품 발열 및 전력 소비 등의 문제로 엔비디아 납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삼성전자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HBM 공급을 위한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현재 다수의 업체와 긴밀하게 협력 하며 지속적으로 기술과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앞으로 삼성이 엔비디아향 HBM 물꼬를 트게 된다면 하이닉스와의 점유율 차이도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삼성이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게 되면 이르면 올 하반기 HBM3E 12단 공급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한다.
마이크론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마이크론은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현재 10%인 HBM 점유율을 내년에는 30%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다. 마이크론은 2024 회계연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HBM3E로부터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며 2025년 HBM 생산량 대부분이 이미 판매 계약이 끝났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