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尹 제안 이후 실무회동 단계서 합의 불발
민주당 "우리가 제시한 의제 검토 의견 안 밝혀"
대통령실 "자유로운 형식 회담 빨리 개최 입장"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을 위한 대통령실과 민주당 양측의 실무회동이 의제 설정에 대한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잡음만 내고 있다. 민주당은 민생 문제와 국정기조 전환 관련한 의제를 특정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대통령실은 의제 설정 없이 폭넓은 대화를 하자는 입장이다. 이에 당초 이번주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영수회담은 다음 주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대통령실과 민주당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진행된 영수회담 2차 실무협상은 일정이나 의제에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종료됐다. 협상에는 대통령실 측에선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참석했다.
양측은 지난 23일 1차 협상을 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은 △지난 2년간 국정 운영에 대한 대국민 사과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자제 △채상병 특검법 수용 △민생회복지원금을 위한 13조원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 비서실장은 2차 실무회동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제시한 의제에 대해 대통령실의 검토 결과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면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검토 의견을 제시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준비회동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 눈높이에 맞는, 내용 있는 회담이 되도록 대통령실의 노력을 당부드린다"면서 "대통령실 입장에 대해선 당 지도부와 함께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천 비서실장은 '의제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저희가 제시한 의제에 대해 대통령실의 검토 결과를 기대하고 회의를 진행했는데 대통령실에서 검토 결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은 민주당이 제안한 의제에 대해 전반적인 입장 표명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 비서실장은 "(대통령실이) 저희가 제시한 의제에 대한 그쪽의 대략적, 종합적, 전체적인 생각을 말씀해 주셨다"고 했다.
그는 "회담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주셨고, 저흰 회담이 국민이 기대하는 방향 속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위해 각 의제와 관련된 검토 의견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그게 긍정이든 부정이든 어느 정도 수준이든 이게 이야기가 되면 두 분이 만나서 대화할 때 이야기를 구체화하고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이야기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홍 수석도 2차 실무회동 종료 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연 브리핑에서 "(우리는) 의제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사전의제조율이나 합의가 필요 없는 자유로운 형식으로 회담을 가능한 빨리 개최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홍 수석은 "(영수회담은) 시급한 민생과제를 비롯해 국정과 관련한 모든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자리여야 한다"며 "이는 형식과 조건에 구애받지 말고 국정 전반을 다양하게 대화해 달라는 국민 여론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입장은 결과를 만들어 놓고 하자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10과목이 있다면 다만 몇 과목이라도 답안 작성을 하고 만나자는 것이다. 저희는 그렇게 하나씩 나눠서 얘기하지 말고 두 분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결과에 따라 할 일이 있으면 후속 조치를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양측이 의제 설정에서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서 영수회담 일정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민주당 내에선 "영수회담 시기는 다음 주일 것 같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3차 실무회동 여부도 미정이다. 천 비서실장은 "아직 잡히진 않았지만 저희가 논의를 신속히 해 회신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저희가 고민하는 것은 어떻게 성과 있는 회담을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회담 무산 가능성에 대해선 일축했다.
영수회담과 관련한 대통령실과 민주당의 신경전이 이어지자, 여당에서는 민주당이 정쟁용 의제만을 내세운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선거에서 크게 승리해서 그런지 너무 거칠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시점에 국민이 가장 기대하는 모습은 여야가 서로 협치하고 협치를 통해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라며 "국민이 기대하는 영수 회담의 의제나 목적을 판단하고, 여야 협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도 대통령실의 입장처럼 의제를 정하지 않고 만나야 된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장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의제는 오히려 다양하게 열린 상태에서 대화를 하는 게 맞다"며 "민주당 입장에서는 가감 없이 대통령께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전달해 드리는 게 중요한데, 의제를 선정해서 듣고 싶은 얘기만 듣겠다, 가려 듣겠다 이거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