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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밤중의 '비명횡사'…박광온·강병원·윤영찬 무더기 공천 탈락


입력 2024.03.07 00:10 수정 2024.03.07 00:10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친명계 원외·비례대표 경선 승리

박용진은 정봉주와 결선투표

'친문' 노영민도 고배 마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서울 강북을·은평을 등 20곳의 4·10 총선 후보자 경선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이 이변 없이 이뤄졌다. 비명계 현역 의원 대부분이 친명 원외인사·비례대표에 무릎 꿇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당 지도부는 연일 '시스템 공천'을 강조하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비명(비이재명)계만 골라 '썰려나가는' 공천 정국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이번 경선 결과에서도 '비명횡사' 기조가 증명돼 계파 간 갈등은 악화일로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는 6일 밤 10시, 4~6차 20곳 지역구에 대한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비명(비이재명)계 현역과 친명(친이재명)계 도전자 간 경선이 치러진 여러 곳에서 본선 진출자가 확정됐으며, '친명 인사' 대다수가 본선행 티켓을 가져갔다.


특히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에 속하며 경선 득표율 30% 감산 페널티를 적용 받았던 윤영찬(경기 성남중원) 의원은 친명계 비례대표 이수진 의원에게 패배, 4·10 총선 공천에서 탈락했다. 윤영찬 의원을 비롯해 비명계 최고위원으로 당 지도부의 일원이었던 강병원·전혜숙 의원 뿐만 아니라 이재명 대표와 함께 원내대표로서 '당의 투톱'이었던 박광온 의원까지 당내 경선에서 줄줄이 친명 후보에게 패배했다.


이날 경선 발표 결과 오기형·신영대·최기상 의원이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으며, 박용진 의원 정도가 최후의 결전을 남겨둔 상태다.


이날 박용진 의원은 서울 강북을 지역구 공천을 두고 정봉주 전 의원과 경선을 치른 결과 결선행에 올랐다. 다만 최종 공천 확정 여부를 예단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친명 진영으로선 이재명 대표의 잠정적인 경쟁자이자 차기 당권·대권 주자인 박 의원의 선전이 달갑지는 않은 상황이다. 더군다나 현역의원 평가 하위 10%에 포함됐던 박 의원은 30% 경선 득표율 감산 페널티를 안고 결선에 임해야 한다.


친명계 후보들 중에는 김의겸 의원, 조상호 변호사 등 일부가 경선에서 패배했다. 비례대표 김의겸 의원은 전북 군산에서 현역인 신영대 의원에게 밀려 패배했다. '대장동 의혹' 변호인에 이름을 올렸던 조상호 변호사는 서울 금천 경선에서 최기상 의원에게 패배했다.


또 서울 도봉구 현역 오기형 의원은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을 제쳤다. 이날 경선을 통과한 지역구 의원은 신영대 의원, 최기상 의원, 오기형 의원과 허종식 의원(인천 동미추홀갑) 등이다.


일부를 제외한 비명계가 대다수가 무더기 탈락한 가운데, 직전 원내대표를 지낸 박광온 원내대표조차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박 의원은 친명 김준혁 정당혁신추진위원에게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수원정 본선 티켓을 내줬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9월 21일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따라 긴급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고, 박 전 원내대표를 타깃으로 삼아 책임을 돌렸다. 결국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총사퇴했고, 비명계 내부에선 체포동의안 가결 책임을 박 의원이 오롯이 뒤집어썼다는 성토가 터져나왔던 바 있다.


또한 당내 혁신계 그룹 원칙과상식(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이 당을 떠날 때 함께 탈당하지 않고 잔류했던 윤영찬 의원도 '하위 10%' 통보에 이은 공천 탈락으로 '잔류의 댓가'를 돌려받았다.


강병원 의원은 친명계 원외조직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대표를 맡고 있어 '친명 자객'으로 불린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에게 은평을 본선 티켓을 내줬다. 김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의 면전에서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예수처럼 헌신하라는 마태복음을 낭송한 강 의원을 역으로 '자객'이라 지칭하며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앞서 김 위원장이 강원도당위원장직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울 은평을 지역 경선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벌어졌으나, 경선이 허용됐다.


강병원·박광온·윤영찬 의원과 함께 비명계로 분류되는 전혜숙(서울 광진갑)·김한정(경기 남양주을)·정춘숙·(경기 용인병)·이용빈(광주 광산갑) 의원도 자신의 지역구에 생환하지 못했다.


박용진 의원과 마찬가지로 하위 10% 평가 통보를 받은 김한정 의원은 김병주 비례대표 의원에게 패했다. 비명계 지역구 의원과 친명계 비례대표 간 의원 대결에서도 이수진·김병주 의원이 승리하는 등 친명계의 약진이 펼쳐진 셈이다.


전혜숙 의원은 이정헌 전 JTBC앵커에게 패배했다. 정춘숙 의원은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에게 본선 티켓을 내줬다. 이용빈 의원은 또 다른 '대장동 의혹 변호사' 박균택 전 광주고검장에게 졌다.


또한 친문(친문재인)계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충북 청주상당 지역구 경선에서 이강일 전 지역위원장에게 밀려 탈락했다.


이외에 △강태웅(서울 용산) △윤준호(부산 해운대을) △배재정(부산 사상) △박영미(부산 중영도) △최민희(경기 남양주갑) △조택상(인천 중강화옹진) △김경욱(충북 충주) 예비후보가 경선을 통과했다.


한편 이재명 대표는 '비명 학살 공천'에 대해 연일 부인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사천 논란은 언론의 탓이라고 화살을 돌렸다.


이 대표는 "민주당의 공천이 사천이니 측근 공천이니, 친명 공천이니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며 "여당의 이러한 엉터리 지적도 문제이지만, 이것을 확대·재생산할 뿐만 아니라 여당의 이러한 허위 가짜 주장에 근거를 만들어주는, 가짜뉴스를 만들어내는 일부 언론의 잘못된 행태도 정말로 심각하다"고 했다.


이어 "단수공천을 받으니까 친명(친이재명)이 됐다가, 경선이 되니까 비명(비이재명)이 되었다가, 다시 단수로 바뀌니까 친명이라고 쓰는 곳도 있었다"라며 "이것이 언론이냐"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것은 언론의 직무를 어기는 것뿐만 아니라,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그야말로 허위사실공표를 통한 낙선 목적의 불법선거행위 아니냐"라며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라고 엄포를 놨다.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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