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임종석 '공천배제 수용', 잔류배경 관심
설훈 "총선 후 민주당에 큰 변화 일어날 것"
이재명 쫓는 원희룡, 계양을 판세 '오리무중'
민주당 표심 텃밭 호남에서도 '지지율 급락'
'비명 학살' 공천 파동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현역 의원들의 이재명 대표를 향한 성토가 커지는 가운데, 이와는 반대로 당의 하위 20% 평가 통보, 컷오프(공천배제)에도 잔류하기로 한 인사들의 의중에 관심이 쏠린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중·성동갑 컷오프 결정에 반발해 탈당까지 예고하던 친문(친문재인)계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당의 뜻을 수용하고 잔류 의사를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임 전 실장의 컷오프 수용 의사에 대해 "어려운 결단이었을 것"이라며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반면 당 안팎에서는 임 전 실장의 잔류 결정은 이재명 체제로 치르는 22대 총선 결과를 고려한 전략적 수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참패할 경우 그간 이 대표에 불만을 가져왔던 인사들이 당 내·외부에서 당대표와 친명계를 애워싸고 총선 패배의 책임을 전적으로 묻겠다는 것이다.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설훈 의원은 같은날 경기 부천을에 연 출마 기자회견에서 "지금 민주당이 처해 있는 상황을 보면 이번 총선 종료 후 민주당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당 안에서도, 당 밖에서도 문제 제기를 하며 민주당을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를 대비하기 위해 민주당 내에 많은 분들이 남아 계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이 대표 체제로 총선에서 패배할 만일을 대비하자는 취지로 읽힌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동일 선상의 의견을 내놨다. 한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임 전 실장이 민주당의 총선 공천 배제를 수용한 데 대해 "이 대표가 어떻든 간에 여러가지 이유로 (대표직이) 유지되기 어려우니까 그 때를 노리겠다는 생각인가"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 기반인 호남의 여론도 심상찮다. 특히 이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도전장을 던진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불과 한 달여 만에 원내 제1당 대표의 지지율을 바짝 쫓고 있는 상황이다.
경인일보의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1~2일 100% 무선 ARS 방식으로 설문한 여론조사 결과, 인천 계양을에서 이 대표 지지도는 45.2%, 원 전 장관 지지도는 41.6%로 조사됐다. 격차는 3.6%p로 오차범위 내였다.
아울러 지난달 27~29일 100%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설문한 한국갤럽 조사 결과, 호남(광주·전남북)에서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53%로 집계됐다. 이는 조사 일주일 전인 지난달 20~22일에 같은 방식·같은 업체에 의해 집계된 67%보다 14%p 하락한 수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의 '비명계 찍어내기'에 반발해 탈당한 인사들과 일단 잔류해 물러선 이들이 각자의 역할을 모색할 수 있다"며 "만약 당이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를 염두에 두고 '이재명 책임론'을 들어 '양면전술'을 구사하려는 복안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