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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인재 전상범 "판사 출신으로 이재명의 민주당 갈 수 없었다" [4류 정치 청산 - 연속 인터뷰]


입력 2024.02.11 08:00 수정 2024.02.11 08:00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강북구 토박이 서울대 졸업 후 판사 역임

與에 전격 영입돼 천준호와 맞대결 예고

"이념 치우친 정책은 민생에 악영향"

"운동권 교체해 생활정치로 나아가야"

전상범 국민의힘 서울 강북갑 예비후보가 서울 강북구 선거사무소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던 1995년 '베이징 발언'으로부터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에 우리 정치는 4류에서 랭크가 올랐을까. '헌정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은 21대 국회의 모습을 보며, 일말의 기대마저 내려놓았다는 국민이 적지 않다.


과연 우리 정치는 22대 총선을 통해 '4류 정치'를 청산하고 선진 정치로 나아갈 수 있을까. 데일리안은 '4류 정치 청산'을 주제로 하는 연속 인터뷰를 통해 그 길을 찾아본다. 마흔네 번째 순서로 서울 강북갑에 출사표를 던진 전상범 국민의힘 예비후보를 만났다.


독립운동가 전종관 애국지사의 손자인 전 후보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춘천지방법원·서울고등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판사로 근무했다. 재직 중 약자에 관대하고 흉악범에 단호한 판결로 변호사회가 뽑은 우수 법관으로 선정되는 등 활약으로 국민의힘 인재영입 대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유리한 공천을 요청할 수 있는 '영입인재'라는 위치였음에도 험지인 서울 강북갑을 선택해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놀라워했다는 후문이다. 서울 강북구가 고향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은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고 "강남은 국민의힘, 강북은 민주당이라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는 게 전 후보의 얘기다.


현실정치에 뛰어든 이유는 '편 가르기'와 '이념에 치우친 정책'을 바로잡고 민생을 위한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정치권이 정쟁에 몰두하며 정작 민생에 필요한 입법적 공백을 해결하는데 등한시 하고 있다는 것을 판사로서 느꼈다는 게 요지다. 나아가 정쟁의 산물로 만들어진 사법개혁과 부동산 정책 등을 예로 들며 민생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다음은 전상범 국민의힘 서울 강북갑 예비후보와의 일문일답이다.


Q. 정치 신인이라 아직 생소하다고 느끼는 주민과 유권자가 많을 것 같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1979년생인데 그때부터 서울 강북구 번동에서 살았다. 먹자골목이 있는 곳이고 여기서 걸음마를 배우고 친구들과 팽이치며 놀고 북한산 계곡에서 헤엄치며 자랐다. 이곳이 고향이다. 이곳에서 대학 때까지 살았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도 집과 고시촌 생활을 병행했다.


태어난 곳은 조금 불분명한데 지금의 도봉구로 알고 있다. 1979년 당시에는 지금의 도봉구·노원구·강북구가 행정구역상 도봉구였다. 강북구에서 태어났다고 하고 싶은데 '태어난 곳'을 잘못 말하면 선거법에 걸리더라.(웃음) 그래서 '걸음마를 배우고 자란 고향'이라고 표현한다. 결혼 후 거주지를 옮겼는데 그건 높으신 분(배우자)의 의견을 따랐다.(웃음)


2008년 4월 춘천지방법원에서 근무한 것을 시작으로 15년 동안 판사로 지냈다. 수많은 기록 속에 파묻혀서 지냈는데, 판결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이 달라지기 때문에 부담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다. 법관으로서 한계를 느낀 지점이 있었고 진로를 고심하던 차에 국민의힘의 연락을 받았다."


Q.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하게 된 이유나 계기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아동복지법을 보면 보호자가 아동에게 신체적 학대를 하면 취업제한을 하는데, 보호자가 아닌 사람은 여기에 해당이 안 된다. 법의 공백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공탁법 같은 경우도 최근 바뀌면서 피해자 동의 없이도 공탁이 가능해져 판사가 이를 고려해 양형을 판단한다. 피해자가 보기에 공탁금이 적을 수도 있는데 의견을 듣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판사를 하면서도 보람을 느꼈지만 여러 제도의 공백이 크게 다가왔다. 판결로써 개개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제도적으로 근본적인 변화나 보완이 있었으면 좋지 않을까 고민했다.


변호사의 삶도 그려봤는데, 판사보다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발언을 할 순 있지만 직접 바꾸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입법을 통해 나아갈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 그리고 최근 판사들의 업무 의욕이 많이 떨어져 있는데, 사법개혁 등의 문제도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상범 국민의힘 서울 강북갑 예비후보가 서울 강북구 선거사무소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Q. 판사들의 업무 의욕이 떨어진 건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때문인가.


"100%는 아니지만 하나의 원인은 맞다. 경력법관 제도로 변호사 생활을 오래 하셨던 분들이 업무가 완전히 다른 판사로 전환되는데 효율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자연스럽게 사건 처리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경력법관 제도는 김명수 대법원장 때 들어온 제도는 아니다.


그런데 판사 승진제도 폐지는 분명히 영향이 있다. 배석판사가 몇 건 이상 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부장들이 배석판사와 싸우면서 사건 처리를 더 해야 할 이유가 없다. 승진이나 다른 인센티브가 없는데 굳이 관계를 나쁘게 만들면서까지 일을 할 필요가 있을까. 관료화를 막는다는 승진제도 폐지의 취지나 목적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다른 인센티브도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또 판사 수가 2019년 이후 법으로 인해 늘지 않고 있다. 사건이 복잡해지고 많아져 많은 판사가 필요한데 정원이 그대로여서 지연되는 부분도 있다."


Q. 최근 정치권에 '지연된 정의'가 화두가 된 적이 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이 의혹이 제기된 지 6년 만에 1심 선고가 나왔고, 그 사이 당사자 일부는 국회의원 임기도 거의 마쳤다.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단은 그 사건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잘 모른다. 증인들이 굉장히 많이 나온 것으로 안다. 검사가 기소를 할 때 굉장히 많은 서류를 내는데, 그 사람들이 진술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면 판사는 다 증인으로 불러야 하는데 수백 명 단위가 되면 지연이 될 수밖에 없다. 늦게 끝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다만 정치적인 것보다는 일반 국민들 사건이 문제가 더 클 수 있다. 예를 들면 (소송에 얽혀) 상가 임대료를 계속 안 내고 있으면 임대인은 손해를 본다. 빨리 퇴거를 시켜야 하는데 소송이 3~5년 걸리면, 개인에게 상당한 피해가 된다. 민생 사건을 빨리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보다 중요하다."


Q. 공익법 운동에 관심이 많고, 또 부모님 본적이 전북으로 알고 있다. 민주당과도 코드가 어느 정도 맞을 것 같은데 국민의힘을 선택한 이유는.


"먼저 아버지가 태어나신 곳이 전북 익산이 맞고, 나는 서울 태생이다. 내가 호남과 가깝지만 꼭 민주당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은 편견이다. 또한 국민의힘도 얼마든지 공익적인 의제를 다룰 수 있고 서민정책을 펼칠 수 있다. 그러한 기존의 편견에서 벗어난 정치를 하고 싶다. 특히 강남은 국민의힘, 강북은 민주당이라는 편견도 깨고 싶다.


무엇보다 민주당은 당대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다. 판사 출신이 민주당에 입당하는 것 자체가 국민의 사법 불신을 초래할 수 있는 문제다. 판사와의 연결고리를 만들겠다고 보일 수 있지 않나. (정치를 하면서) 당대표의 재판 도울 생각은 없고, 따라서 민주당에서 제안이 왔더라도 갈 수 없었다."


Q. 판사라는 공직에 있으면서 21대 국회를 지켜봤을텐데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가.


"완전히 이념에 치우쳐 편 가르기만 극대화된 것 같다. 특히 부동산 정책이 그렇다. 문재인 정부 때 이념에 치우쳐 공공임대 또는 민간임대를 통해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싶어 했던 게 대표적이다. 그러한 이념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실책이 나와도 인정을 하지 않는 것이다. 또 형사소송법 개정을 보면 검사는 그냥 '악'으로 전제하고 만들고 있다. '편 가르기'에 집착해 정책을 만드는 것이다."


Q. 소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말하는 것인가.


"100%는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검사는 악이라고 상정해 법을 만들었다. 그런 법은 반드시 부작용이 따른다. 그럼에도 이념에 집착하고 있으면 실책을 인정하지 않고, 수정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부동산 정책도 20번 나오면서 (기본 방향을) 수정하지 않았고 국민만 피해를 봤다."


전상범 국민의힘 서울 강북갑 예비후보가 서울 강북구 선거사무소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Q. 이념적 대립, 편 가르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고민을 많이 해봤는데 이건 제도적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결국 구성원들의 문제다. 편 가르기를 하는 분들이 표를 얻으면 계속할 수밖에 없다. 운동권 세대는 상대를 절대 악으로 규정하고 민주화 운동을 했다. 민주화에 기여했지만 지금은 (그런 방식이) 통용되는 시대가 아니다. 지금은 생활정치·실용정치의 시대다.


'검사는 절대악'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실용정치를 추구하거나 그게 되지 않는다면 구성원을 교체해야 한다. 편 가르기에 익숙하지 않고, 이런 프레임을 원치 않는 미래 세대들로 구성을 바꾸는 등의 세대교체가 단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정치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면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


Q. 서울 강북 지역 대부분이 험지이고, 강북갑 역시 국민의힘에 녹록지 않은 지역이다. 강북갑을 선택한 배경이 있다면.


"고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역 정서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인물과 정책에 따라 투표할 수 있는 시대를 열고 싶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극성 지지층을 바라보며 편 가르기가 아니라 실용·생활 정치를 통해 국민께 인정받는 정치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Q. 강북갑은 어떤 곳인가. 지역 주민과 나아가 국민께 지역 소개를 부탁드린다.


"북한산과 우이천 같은 천혜의 자연환경이 있는 곳이다. 이런 자연환경을 통해서 감성·체력·가치관이 형성된 곳이다. 그런데 동시에 예전에 차가 많지 않던 시절 만들어진 좁은 도로와 골목, 주거지역이 남아 있는 변화가 굉장히 더딘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역사를 아는 사람이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일해야 하는 곳이다.


일단 주거 문제 해결에는 맞춤형 주거정비를 생각 중이다. 저층 주거지가 많고 이해관계가 첨예해, 대규모로 하면 좋지만 블록 단위 소규모 정비도 가능하다. 주차장과 공원, 문화체육 시설 등 공공이 지원하는 방향의 주거 환경 개선 방안을 고심 중이다.


교육은 여러 고민이 있다. 예산을 많이 받아오는 게 중요하고, 주민이 원한다면 복합교육센터 안에서 수준 높은 교육이 진행하는 방안도 있다. 그게 어렵다면 학교 내에서 예산을 확보해 방과 후 수업의 질을 높여야 한다. 맞벌이 부부들이 퇴근할 때까지 보육이 아닌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가장 고민이 큰 부분은 교통 문제다. 도로를 새로 깔기도 어렵고 지하철 급행 노선 신설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출퇴근 시간 안전을 먼저 강화하고, 작은 것부터 개선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하려고 한다."


Q. 현역 국회의원이자 본선 맞대결이 유력한 천준호 후보에 대해 평가를 하신다면.


"지역 주민들을 만나보니 국민에게 상처를 주면서까지 당대표만 모신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지역은 안 챙기고 당대표만 따라다니는 게 보기 안 좋다는 취지의 말씀이었다. 부산 헬기 이송 사건이 그 예다. 이송대원에게 90도 인사를 받는 장면도 있었고 (이송 결정이) 부산시민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지 않았나. 지역 주민 입장에서는 국회의원이 섬기는 자리가 아니라 섬김을 받는 자리였나 의문을 던질 수 있는 장면이었다."


Q. 지역 주민들이 천준호가 아닌 전상범을 뽑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상범 예비후보가 생각하는 본인의 강점, 천 의원과 상대적인 우위 포인트가 궁금하다.


"강북구 출신이고 이곳의 역사와 함께했다. 지역에 대한 애착과 진정성에서 우위에 있다고 자신한다. 또한 편 가르기나 특정 정파가 아닌 정책과 입법을 통한 실용·생활정치를 추구하기 때문에 지역을 위해 일할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무엇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조정전담 판사로 근무하며 협상과 조율에도 익숙하다. 강북구가 당면한 문제를 정부와 서울시, 이해관계자들 사이 조정과 협상을 통해 이뤄낼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유권자 및 당원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당과 이념을 보고 투표하는 게 아니라 인물과 정책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투표함으로써 모든 정치인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시대가 열렸으면 좋겠다. 정치는 생활이다. 판사로 재직할 때 판결은 한 명에게 영향을 주지만 법은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는 생각을 했다. 정치와 입법은 우리 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을 바라봐 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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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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