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23일 '중장년 고독사 실태와 해법 마련 위한 정책토론회' 개최
전문가들 "주거취약지역 거주 50대 이상 남성 1인 가구, 정책 우선순위"
"중장년 고립 가구, 쉽게 도움 청하기 어려운 사각지대…대상자 2만6000가구 실태조사 거부"
"전문기관 상담보다 비슷한 상황 극복한 동료 상담사 도움이 유용"
서울시의 '주거취약지역에 거주하는 50대 이상 남성 1인 가구'가 고독사 고위험군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50~60대 중장년층 고립 가구를 발굴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인데, 가족 해체 등으로 인한 '비자발적 1인 가구'가 본인의 자존심을 우선시해 지원이 필요한 상태에서도 지원을 요청하지 않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위험은 더욱 증가하는 만큼 지원에 응하지 않는 '중장년 1인 지원 거부 가구'를 지속적으로 접촉해 고독사 위험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시의회는 23일 '중장년과 노년의 고독사 실태와 제도적 지원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해 이같은 해법을 제시했다. 고독사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의미한다.
◇ 50~60대 '중장년 남성 1인 가구' 고독사 高위험군
서울시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서울에서 발생한 고독사는 총 205건이다. 연령대를 보면 50대부터 80대까지 중장년부터 노년 인구의 고독사가 176명으로 전체의 85%에 달한다. 특히 남성 고독사는 166명으로 81%를 차지해 여성보다 사회적 고립에 더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장년 1인 가구는 이혼과 은퇴 위기에 처하면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고, 노년 남성들은 가족을 비롯해 주위와 단절된 채로 생활한다는 점이 취약 원인으로 꼽혔다.
이날 토론에 나선 이수진 서울시복지재단 사회적고립가구 지원센터장은 "고독사 발생 현황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50~60대 중장년층, 특히 중장년층 중에서도 사회적 관계망이 없는 1인, 무직, 질병이 있는 경우 고독사 발생 가능성이 높은 위험군으로 조사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옥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도 "정책 우선순위는 '주거취약지역에 거주하는 50대 이상 남성 1인 가구'로 대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중장년층 고립 가구 발굴 어려운 이유…비자발적 1인 가구 多
중장년 1인 가구의 경우 청년과 달리 가정불화, 이혼, 별거, 실직 등에 의한 비자발적인 1인 가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센터장은 "민관 복지 현장 이야기를 들으면 중장년 남성 사회적 고립 가구의 경우 자존심 등의 이유로 서비스 지원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며 "주로 가족들이 도움을 신청하는 청년과 노인보다 중장년 사회적 고립 가구는 가족관계와 단절된 경우가 많고 부모 또는 자녀 등 가족 돌봄을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고립과 고독사 위험에 놓여 있지만 쉽게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사각지대"라고 진단했다.
김 의원은 "서울시는 2021년부터 고독사 위험군 실태조사를 하고 있는데 대상자 14만 가구 중 5만9000가구를 조사하지 못했고, 이 중 2만6000가구는 실태조사 자체를 거부했다"며 "문제는 마음의 문을 닫은 대상자들의 거부"라고 진단했다. 김 의원은 이어 "대상자를 상시 발굴해 연중 안부 확인이 가능한 복지 서비스를 구축하고, 대상자가 정기적으로 외부 활동에 참여해 지역사회로 다시 편입하는 것이 궁극적인 정책 방향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英·日선 '고독 장관'..."소득보장, 주거 지원, 일자리 창출해야"
전문가들은 외로움 문제를 사회적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국은 2018년 전 세계 최초로 고독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두고 고독에 관한 정책과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은 은퇴 후 홀로 지내는 65세 이상 노인가구가 많은 지역을 대상으로 '자연발생적 은퇴 공동체'라는 지역 공동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2001년 뉴욕을 시작으로 26개 주에서 활용하고 있다. 일본 역시 총리관저 내각관방에 '고독·고립 대책실'을 출범시켜 사회적으로 고독에 방치된 사람들을 본격 지원하고 있다.
발제자로 나선 김상교 세한대학교 글로벌인재교육원 주임교수는 "고독사는 초고령 사회와 함께 증가하는 1인 가구 세대가 고독 사회에 더 취약한 상황에 높여 있다"며 "고독사 위험군과 1인 가구들 중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복지 및 경제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소득 보장, 주거 지원, 일자리 창출 등의 방안을 고려해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사회적 관계 개선과 연결 강화로는 사회적 고립과 고독감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사회 커뮤니티 활동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중장년층 '거부 가구', 동료 상담사 도움이 유용"
서울시 실태조사를 보면 고독사 발견 경로는 지역주민이 45.9%로 가장 많았다. 김 의원은 "공무원이나 사회복지사가 숨어 있는 대상자까지 발견하기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일반시민들-지역자원'을 적극 활용하고 연계해야 할 것"이라며 "고독사 위험과 인식 개선을 통해 고독사 위험에 처한 이웃주민을 지나치지 않고 관계 부서에 연락, 신고해 시민과 시민이 연결되는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마트플러그 등 IT 기술을 이용해 고독사 위험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중장년의 경우 사회적, 가정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자기 자신에게 돌리고 알코올에 의존하거나 집 안에 고립되는 형태가 있다"며 "이런 경우 전문기관 상담보다는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다가 극복한 '동료 상담사'가 유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 이 센터장은 "식사, 청소 등 집 안과 일상 생활에서 스스로 해야 하는 자기 돌봄에 대한 교육도 병행해야 하고, 사회 참여를 위한 촉진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사회적 고립 가구가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회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오세훈 "서울시 고독사 예방 종합계획 적극 추진할 것"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은 축사를 통해 "최근 1인 가구의 급증과 사회적 관계망 단절로 인해 고립과 외로움, 고독사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 적극적 대처가 절실한 시점"이라며 "서울시는 2018년 고독사 예방 조례를 제정한 후 사회적 고립 가구의 안전망 확충을 위한 선도적 정책을 추진해 왔다. 올해 6월에는 연결.돌봄 강화, 생애주기별.분야별 맞춤 복치서비스 지원 등 내용을 담은 '서울시 고독사 예방 종합 계획'을 수립해 고독사 예방을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고독사는 사회에서 타살이다'라는 말은 섬뜩하지만 우리 현실을 꿰뚫는 말"이라며 "한 사람이 고립되고 단절된 환경 속에서 생을 마감하게 되기까지 우리 사회 책임은 없는지 되묻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서울에서 홀로 쓸쓸히 세상을 떠난 시민이 무려 76명에 달한다 전국적으로는 매일 10명꼴로 외롭게 세상을 등지고 계지만 현실에서는 '고독사 골든타임'을 지키기 어렵다"며 "시의회는 고독사 안전망을 중요한 과제로 삼아 촘촘한 지원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호정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사회적 고립과 고독사가 복지영역에 들어온 지 몇 년 안 됐고 관련 조직과 인력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며 "고립 가구는 압도적으로 집에서만 생활하거나, 경제 활동에 종사하는 비율도 낮고 우울함과 불안감 등 부정적 정서 또한 일반 가구보다 높다"고 말했다. 이어 "더 많은 사례 발굴과 모니터링이 필요한 만큼, 지원체계의 확충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상교 세한대학교 글로벌 인재교육원 주임교수가 기조 발제를 맡았다.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는 김영옥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 이수진 서울시복지재단 사회적 고립가구 지원센터장, 장미리 명지대학교 미래융합대학 복지경영학과 특임교수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