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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터미널 상인들 "1년새 임대료 46% 인상이라니...서울시 상대로 투쟁"


입력 2023.10.26 09:28 수정 2023.10.26 09:28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수탁업체에서 단독 운영권 따내기 위해 입찰금액 대폭 인상

서울시설공단 "주변 유동인구와 시세 고려해 13년만에 인상한 것"

상인들 "코로나로 타격받은 것 이제야 겨우 회복하고 있는데 너무하다"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에 게시된 상인들의 항의문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점포 상인들과 서울시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지하상가 수탁업체인 '고투몰'이 상인들로부터 받는 점포 임대료를 인상하겠다고 예고하면서부터다.


상인들은 코로나19 시기에 심한 타격을 입었고 올해 겨우 회복세로 들어서는 상황에서 임대료를 인상하는 것은 너무하다며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반면 서울시 측은 지난 13년간 올리지 않은 대부료율을 유동인구 등을 반영해 올렸다고 해명한다.


26일 연합뉴스 등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이같은 갈등은 서울시설공단(공단)이 계약 만료를 한 달여 앞둔 10월 초 낸 입찰 공고를 둘러싸고 벌어졌다.


고속버스터미널 지하도상가는 서울시 공유재산으로, 공단이 입찰을 통해 선정한 민간업체에 위탁해 상가 점포 620곳을 관리·운영하고 있다. 수탁업체가 상인들로부터 대부료를 받아 공단에 납부하는 구조로, 현 수탁업체는 지하도상가 상인들이 모여 설립한 '고투몰'이다.


공고에 따르면 투찰 상한가(공단이 제시한 연 대부료 예정가격의 120%) 내에서 최고 가격을 써낸 곳이 낙찰을 받게 돼 있는데 공단이 내놓은 연 대부료 예정가격이 156억원이었다. 이에 따라 공고상 투찰 상한가는 156억원의 120%인 187억원이 됐다.


전년 대부료 127억원과 비교하면 연 대부료 예정가격은 22%, 투찰 상한가와 실제 납부 금액은 46%나 오른 것이다.


하지만 고투몰은 이번에도 영업권을 얻기 위해 상한가로 단독입찰, 결국 5년 계약을 진행해 어쩔 수 없이 187억원을 부담할 수밖에 없었단 입장이다.


고투몰 관리 이윤 등을 제외하면 점포(평균 면적 22∼23㎡)당 대부료는 평균 연 2400만원(월 200만원)에서 연 3500만원(월 290만원) 수준으로 뛰었다. 고투몰은 "투찰 기준인 새 대부료 예정가격을 실제 올해 대부료보다 22% 높게 잡는 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하며 대부료가 과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인들도 고물가·고금리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와중에 이 같은 대부료 상승은 과도하다고 서울시를 비판했다. 상인들은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 민원도 접수했다. 다만 내부에선 "이미 계약을 맺어놓고 이제 와서 내려 달라는 게 말이 되느냐"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단은 대부료 산출 기준이 되는 대부료율을 10여년간 동결했다가 유동 인구가 많은 고속버스터미널 지하도상가의 입지 등을 반영해 인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공단에 따르면 예정가격은 외부기관에 감정평가를 의뢰해 산출한 적정 '재산 가격'과 '대부료율'을 곱한 값으로 정해진다.


문제가 된 부분은 공단이 새 입찰을 진행하면서 지난 13년간 유지돼 온 대부료율을 8.4%에서 10.1%로 인상한 것이다. 한꺼번에 20%가 뛴 셈이다. 새롭게 정한 대부료율은 공단이 부과하는 평균 대부료율(7%)이나 강남역 지하도상가 대부료율(9%)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공단 관계자는 "새 대부료율은 유동 인구와 주변 시세를 모두 고려해 산출된 수치"라며 "고속버스터미널인데다 서울 지하철 3·7·9호선도 함께 있고 평일에도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이 많은 상가라는 점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일부 상인들은 공단이 실제로는 계약상 금액보다 낮은 대부료를 부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공단 측은 "임대료는 법에 명시가 돼 있고 이미 계약도 완료해 계약 금액을 변경할 여지는 없다"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지원 정책 등이 있으면 (인하를) 할 수 있겠지만 특별한 요인이 없으면 변경은 어렵다"며 "소상공인 지원 차원에서 2020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임대료 감면 지원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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