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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차장 확보율 100% 넘은지 오래지만…여전히 '주차지옥'


입력 2023.10.26 04:53 수정 2023.10.26 04:53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지난해 서울시 주차장 확보율 140% 넘겨…2011년 120.8% 넘어선 이후 꾸준히 상승

상업용 건물 주차장과 공영주차장까지 더해 넉넉해 보여도…주택가로 한정하면 주차장 확보율 떨어져

다세대주택·빌라 밀집지역은 주차장 확보율 심지어 60%선…매일 매일이 주차전쟁

주차수요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서울시 차원의 정책 필요

서울 종로구 숭인동에 조성된 공영주차장. 이 지역은 다세대와 단독주택이 밀집해 심각한 주차난을 겪어왔던 곳이다.ⓒ서울 종로구 제공

서울의 주차장 확보율이 100%를 넘어선 지 오래지만 여전히 시민들이 체감하는 주차 공간은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수치상으로는 상업용 건물에 있는 주차장과 공영주차장까지 더해 넉넉한 것처럼 보여도 주택가로 한정하면 주차장 확보율이 떨어진다며, 주차 공간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차공간의 효율적 이용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시 전역의 주차장 확보율은 141%다. 등록된 차량 100대 당 주차 공간이 141면 확보됐다는 뜻이다. 서울시의 주차장 확보율은 2011년 120.8%를 넘어선 이후로 꾸준히 상승해왔다.


숫자만 놓고 보면 주차공간이 부족하기는 커녕 남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숫자는 대형마트·스포츠경기장·공연장·오피스빌딩 등 상업용 건물에 있는 주차장과 공영주차장까지 모두 더한 수치다. 주택가로 한정하면 주차장 확보율은 104.3%로 뚝 떨어진다. 차 1대 당 주차장 1면이 겨우 확보되는 것이다.


그나마도 이 숫자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나 해당된다. 아파트를 제외한 다세대주택·빌라의 주차장 확보율은 63%로 전체 주차장 확보율의 절반 아래로 떨어진다. 같은 서울이라도 지역과 주거형태에 따라 주차환경의 차이도 크게 나타나는 것이다.


'베드타운' 성격이 강한 양천구, 중랑구의 지난해 기준 주차장 확보율은 각각 109.5%와 114.5%로 서울시 평균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양천구의 경우 '목동 아파트 단지'로 대표되는 대규모 공동주택이 있음에도 과거 차량이 많지 않던 시절의 기준에 맞춰 주차장이 조성돼있다. 주차장의 지하화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양천구에서는 아파트에서조차 1세대 당 1면의 주차공간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목동 아파트 단지에서는 저녁만 되면 정식 주차구획선 내에 주차된 차 앞에 다른 차량을 주차하는 '2중 주차'를 흔히 볼 수 있다. 목동 5단지에 거주하는 A씨는 "오후 4시만 지나도 주차장이 꽉 차고 야간에는 2중 주차가 기본, 3중 주차까지도 한다"며 "야간에 급하게 차를 써야 할 때는 그냥 차를 빼는 걸 포기하고 택시를 타는 게 속편할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아파트 단지의 주차장. 주차공간이 부족해 이중삼중으로 주차를 했다.ⓒ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다세대주택이 많은 중랑구도 주차난이 심각하다. 골목 이면도로마다 주차된 차량이 빼곡해 소방도로가 확보되지 않는 위험한 상황도 자주 벌어진다. 중랑구 상봉동에 거주하는 B씨는 "도로 양 옆에 주차된 차들이 많아서 사고 위험도 높고 주민들 간에 주차시비도 종종 일어나는 편"이라며 "주차할 자리를 찾아 동네를 두세바퀴 도는 것이 일상"이라고 전했다.


이런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주차장을 더 확보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주차장을 무작정 늘릴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이미 있는 주차장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도 주차난을 상당히 완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주차난이 발생하는 기본 원인은 주차장이 부족하기 때문이지만, 특정 시간대에 특정 지역으로 주차수요가 몰리는 수급 불균형 역시 매우 큰 원인"이라며 "주차수요를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내 1급지 노상 공영주차장 주차비가 1시간에 6000원인데, 이는 도심 접근성을 감안하면 오히려 저렴한 금액"이라며 "도심 접근성이 좋은 곳은 지금보다 주차비를 비싸게 책정하고, 비교적 한산한 외곽지역은 주차비를 낮게 책정해서 주차수요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주차비가 비싸면 차량이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며 "시에서 관리하는 공영주차장 요금 조절을 고민해 볼 때"라고 덧붙였다.


주차장 공유 활성화도 시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꼽혔다. 주차장 정보 제공 어플리케이션인 '모두의 주차장' 관계자는 "주간에 사용중인 주차장은 야간에 비는 경우가 많고, 야간에 사용하는 주차장은 주간에 비는 경우가 많다"며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비어있는 주차장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저렴한 요금에 공유함으로써 비어있는 시간을 최소화한다면 주차장 1개 면이 2개 면으로 늘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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