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정 감독 "김선호 외 대안 없었다"
김주환 감독 "완성도 위한 선택"
여론과 완성도 사이서 시험대
전 여자친구의 폭로로 부침을 겪은 김선호부터, 음주 운전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 받은 김새론, 그리고 학교 폭력(학폭) 가해자로 지목돼 아직 진실공방 중인 조병규까지 물의를 일으킨 배우들이 작품 출연으로 다시 대중 앞에 섰다. 다른 대안이 마땅히 없으며 많은 스태프들의 피와 땀을 고려해 리스크를 안고 가기 위한 선택이 주효한 이유로 꼽힌다.
이렇게 된 이상, 배우들의 연기력과 작품의 완성도가 시청자들의 눈에 들어야 만 한다. 이들은 성공적인 복귀를 꿈꿀 수 있을까.
우선 14일 개봉을 앞둔 '귀공자'로 스크린 데뷔작이자, 미디어 연기의 활동 신호탄을 쏜 김선호의 경우, 희망적으로 보인다.
김선호는 2021년 10월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종영 직후 전 여자친구 A 씨는 "김선호가 낙태 종용을 했고, 일방적으로 이별을 요구했다"라는 폭로로 활동 위기를 맞았다. 이에 김선호는 출연 중이던 예능 프로그램 KBS2 '1박 2일'에서 하차하고 내정돼 있던 영화도 출연이 무산됐다. 다만 박훈정 감독만이 김선호를 '귀공자'에 그대로 출연시키기로 결정했다.
이에 '귀공자'는 리스크를 안고 출발해야 했지만, 지난 8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된 '귀공자'에서 김선호는 다행히 연기 면에서 좋은 평을 얻었다. 박훈정 감독의 "당시 촬영을 앞두고 있었다. 영화를 중단하던지, 아니면 김선호로 계속 갈지를 결정해야 했다. 저는 영화를 접을 생각이 없었고, '귀공자' 캐릭터는 김선호 밖에 대안이 없었다"라고 김선호를 교체하지 않은 이유가 설득되는 지점이 영화 안에 내재돼 있었다.
만약 로맨스 작품이었다면, 과거 논란들이 연상 됐겠지만, 액션 작품으로, 러브라인 하나 없는 복합적인 캐릭터를 연기한 덕분에 다행히 몰입이 가능했다는 점도 유효했다.
또한 김선호는 앞서 연극 '터칭드 보이드'로 무대에서 먼저 복귀하며, 사과의 말과 함께 눈물까지 쏟으며 논란을 정면으로 마주했고, 각종 플랫폼으로 팬들과 소통하고 있기에 더 이상의 왈가왈부가 소모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연기로는 좋은 평을 얻으며 나쁘지 않은 출발을 했지만 아직 김선호에게 흥행 성적표라는 다음 과제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5월 만취 상태로 음주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우 김새론은 약 1년 만에 넷플릭스 '사냥개들'로 시청자와 만났다.
김새론은 '사냥개들'을 촬영하던 지난해 5월 18일 오전 8시쯤 서울 강남구 학동사거리 인근에서 만취 상태로 차량을 몰다 변압기 등 구조물을 들이받고 도주한 혐의로 경찰에 적발됐다. 당시 김새론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 이상으로 면허 취소 수준(0.08%) 이었다. 음주 운전은 벌금형으로 상황이 마무리 됐지만, 김새론은 범죄 행위를 한 사례였기에 시청자들의 시선이 따가웠다.
김새론이 '사냥개들'에서 맡은 역할은 최 사장(허준호 분)의 가족 같은 존재로 건우(우도환 분), 우식(이상이 분)과 함께 악의 무리를 파고드는 차현주란 인물이다. 김새론의 음주운전이 발각된 후, 촬영 중이던 '사냥개들'에서 통편집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으나, '사냥개들' 측은 전체적인 이야기의 완성도를 위해 김새론을 통편집하지 않고 최소한의 분량만 남겨두기로 했다. 김주환 감독은 "많은 사람이 수천, 수만 시간을 들여 이 작품을 완성하면서 노고를 쏟아부었는데, 이를 해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야기가 망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김새론 분량을 최소화하면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김새론을 그대로 품은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최소한의 분량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김새론은 주인공 우도환, 이상이와 함께 활약하는 모습이 꽤 많이 담겼다. 거칠지만 따뜻하고 정의로운 마음을 품은 캐릭터라는 점은 김새론이 저지른 범죄 행위와 상충 되는 지점이 잦았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었던 김주환 감독의 변대로라면 비중과 분량을 최소한으로 꾸렸어야 했지만, 주인공 소개와 포스터에서만 사라진 셈이다. 오죽하면 도대체 비중과 분량을 최소화하기 전, 분량이 도대체 어느 정도였을 지에 대한 관심마저 늘어났다. '사냥개들'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김새론에 대한 평가가 더 싸늘해진 이유이기도 하다.
tvN '경이로운 소문2: 카운터-펀치'(이하 '경소문2')로 복귀를 앞두고 있는 조병규는, 아직 그를 둘러싼 학폭 여부 진위가 드러나지 않아 더욱 위태롭다.
'경이로운 소문'은 2020년 최종화에서 자제 최고 시청률 11%를 기록하며 OCN 역대 드라마 최고 기록이라는 역사를 쓴 작품이다. 하지만 '경소문' 종영 후 조병규가 학교 폭력 가해자라는 주장이 제기됐고, 승승장구하던 단번에 추락했다. HB 엔터테인먼트는 사실무근이라면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후 작성자가 인터넷에 올린 글이 허위사실임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는 공식 사과문을 보냈다면서 조병규 논란을 종결시키려 했지만, 작성자가 그런 적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여전히 진실게임 중이다.
학폭 논란 이후 2년 동안 활동을 하지 않던 조병규는 지난해 OTT 티빙 오리지널 '전체관람가+:숏버스터'의 곽경택 감독 단편영화 '스쿨카스트'에 출연하며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이후 영화 '죽어도 다시 한번', 드라마 '찌질의 역사' 등 출연을 확정 지었고, 3년 만에 '경소문2'로 안방극장 복귀를 앞두고 있다.
'경소문' 측은 작품이 워낙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구심점인 조병규를 포기할 수 없었던 계산으로 보인다.
흔히 배우들은 사건, 사고를 일으킨 후 "연기로 보답하겠다"라는 말을 공식처럼 하곤 한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이지만, 제 몫을 해내지 못할 땐 복귀하기 위한 핑계로 들리는 양날의 검 같은 말이다. 김선호, 김새론, 조병규가 시험대에 올랐다. 판단은 이제 대중의 몫이다.
무엇보다 이들의 사례는 물의를 일으켜 완성도와 여론 사이에서 저울질하고 있는 배우들의 새 기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