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이간계' 논란에 계파 갈등 격화…친명 "이적행위" 비명 "적반하장"

이원욱 공개 문자 발단…이재명 "외부 이간질 놀아나지 말라"

친명계도 李 행동 비판하며 "개딸들은 우리의 소중한 자산"

비명계 "사태 본질 봐야" 반발…개딸 공격 중단 결의문 제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쇄신 의원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계파 갈등이 '이간계' 논란으로 한층 격화되고 있다. 비명(비이재명)계 이원욱 의원이 SNS에 공개한 '문자 폭탄' 발신자가 일단 당원은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친명(친이재명)계는 비명계가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을 '악마화'하기 위해 이를 공격 소재로 활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비명계는 "논점을 흐리는 이야기"라며 개딸들의 공격 행태에 당 지도부가 적극 대응해야 한다며 맞섰다.

25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간계' 논란은 이 의원이 공개한 강성 팬덤 문자 메시지의 발신인이 당원은 아닌 것으로 확인된 게 발단이 됐다. 박성준 대변인은 전날 서면브리핑에서 "외부 세력의 이간질로 드러났다"며 "진보 진영의 와해를 노리는 이간계에 단호히 대응하겠다. 이와 같은 이간계에 또다시 넘어가지 않도록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도 전날 당원과의 만남 행사에서 "외부 이간질에 놀아나지 말고 확인하자"라며 "허위 사실에 기초해서 (의견을 내는 건) 음해다. 이런 것을 해서는 안 된다. 가짜뉴스를 비판하면서 우리끼리 허위 사실에 기초해 비난해서 되겠나"라고 비난했다.

친명계, 이원욱 겨냥해 "객관적 사실 근거해 얘기하라"
"민주당 분열 책동 가짜 당원들 묶어 공격 재료 사용"

친명계도 가세해 이 의원의 문자 공개 행동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은숙 최고위원은 이날 BBS라디오에서 "누가 문자를 보냈는지 알 수 없는데 이런 문자로 갈등을 키우는 건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라며 "무리한 낙인찍기가 오히려 상대를 악마화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데 방해가 된다"고 주장했다.

서 최고위원은 이 의원을 향해 "폭력적인 문자가 들어왔을 때 문자 자체를 당의 고발센터에 고발하고, 사실 조사를 통해 나온 결과를 가지고 판단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며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 이야기하는 게 더 좋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민석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에서 "유독 중진들이 '내부 총질'하는 현상을 보면서 중진은 중진다워야 한다, 말을 아끼고 하고 싶은 말도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내부 총질하는 중진 의원들의 진정성을 의심한다"고 공격했다.

안 의원은 이어 "개딸들이 의원들에게 욕을 하는 것은 더 이상 자제해야 한다"면서도 "개딸들을 악마화시키는 건 일종의 이적행위에 해당된다. 개딸들은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민형배 의원은 SBS라디오에 출연해 "대선 때부터 쭉 보니까, 당원이 아닌데도 침투해 들어와 있는 이를테면 세작, 간첩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뭔가를 조작해내기 위한 기획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런 사람들과 실제 열성 당원을 구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민 의원은 이 의원을 비롯한 비명계를 겨냥해 "상대방을 공격하는 언어로 쓰려고 자꾸 열성팬들, 강성팬들 이런 말을 만든다. 열성 지지자들이 많은 정당이 좋은 정당 아닌가"라며 "이거는 민주당 분열을 책동하는 그런 기획, 의도를 가지고 있는 가짜 당원들을 강성팬덤에 묶어서 그걸 공격하는 재료로 쓰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비명계 "당원 아니라 이간계에 속았다고? 어이가 없다"
野 원로도 "이재명, 文처럼 개딸 '양념' 정도로 생각해"
청년 정치인 향한 공격 중단 결의문 제안…서명 운동

비명계는 친명계가 사태의 본질을 잘못 짚고 있다며, 지도부의 대응에 대해 "적반하장"이라고 반발했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지도부가 진상을 파악하고 이간계에 대비하겠다는 건 적반하장 아니냐"라며 "특정인이 200만 당원 중의 한 명이 아니라고 해서 이간계에 속았다고 경위를 파악하겠다는 건 어이가 없다"고 했다.

조 의원은 "그분이 당원인지가 이 사태 본질이냐고 되묻고 싶다"며 "개딸이 아닌데 왜 개딸이냐고 하냐는데 개딸은 어느새 강성 지지자나 정치 훌리건을 지칭하는 대명사가 돼버렸다. 그건 논점을 흐리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SNS에 스페인 축구 리그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인종차별에 항의했다 퇴장당한 레알 마드리드 비니시우스 선수를 언급하며 "피해자를 처벌하는 것"이라며 에둘러 친명계를 비판했다.

야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도 CBS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개딸들을) 자제시키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처럼 '양념'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저러면 총선에서 어려워진다는 위기의식 없이, 저 세력이 받쳐줘서 지지가 이만큼이라도 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특히 비명계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개딸들의 당내·외 청년 정치인 공격이 중단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결의문을 공개 제안했다. 비명계 4선의 홍영표 의원을 중심으로 30여 명의 의원들은 "적대와 증오, 공격과 협박을 당이 나서서 막아야 한다"며 당 지도부가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당 지도부는 청년 정치인들에게 향하고 있는 폭력적 행위의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중단시켜야 한다"며 "이를 방치한다면 민심은 당으로부터 더욱 멀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민주당이 어려운 상황이다. 당의 미래를 위해서 한 목소리가 아니라 여러 목소리가 필요한 때"라며 "다양한 목소리를 녹여내어 하나로 만들어 가는 것이 리더십이다. 당 지도부가 리더십을 발휘해 주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결의문 채택 필요성을 주장하며 서명 운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과 당이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있었다"며 "도를 넘는 적대와 공격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에 많은 의원이 동의하고 공감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내홍 심화하자 개딸 향해 공격 자제 당부
"상대 억압 방식 옳지 않아…결코 용납될 수 없다"

계파 갈등이 심화하자,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개딸들을 향해 "우리 당 대학생위원회나 청년정치인들을 향한 폭력적 표현은 우리 당과 공동체를 해치는 행위"라며 "오늘 의원총회에서도 타인을 억압하는 행위는 민주당을 해치는 일이며 적대적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분명히 말씀드린다. 더이상의 부당한 내부공격은 없어야 한다"며 "의사표현과 의견개진은 자유롭고 나아가 활발해야 하지만, 폭언·위협·모욕·허위사실 유포 등 상대에게 고통을 가하고 억압하는 방식은 옳지 않을 뿐 아니라 갈등 분열 적대감을 야기하는 것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원칙이 흔들림 없이 지켜질 수 있도록 구성원 모두가 함께 해주실 것을 재삼 당부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