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월 매수세서 이 달 매도세 전환…복합적 요인
국내 유입 탈중국 자금, 코로나 정책 완화로 재유출
연준 긴축 기조 지속에 달러 강세도 투자 부담감 가중
지난 두 달간 국내 주식을 사들이던 외국인들이 이달 들어 팔자로 태도를 전환하고 있는 것은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정책 전환과 미국의 강력한 긴축 기조, 연말 거래 감소, 환율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지난 16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9553억원 순매도를 나타냈다.
그나마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16일에 2927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수치가 1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15일까지만 해도 순매도가 1조2000억원이 넘는 수준(1조2479억원)이었다. 지난 2일부터 8일까지는 5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는 지난 두 달간 ‘바이(Buy) 코리아’였던 외국인들이 ‘셀(Sell) 코리아’로 스탠스가 급반전한 것이다. 외국인들은 지난 10월과 11월 코스피시장에서 각각 3조3106억원과 3조9114억원을 순매수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중국의 코로나19 대응 정책 전환이 꼽힌다. 중국 당국이 앞으로도 계속 고수할 것 같았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다소 완화하면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기대감이 커진 상태다.
이에 중국의 강력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로 갈 곳을 찾지 못해 국내 증시로 흘러들어 왔던 글로벌 투자자금이 이제 다시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강력한 긴축 기조에 대한 부담도 작용하고 있다. 연준은 지난 13일(현지시간)과 14일 양일간 개최된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당초 예상보다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인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이를 입증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회의를 마치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물가 안정세가 아직 제한적인 수준에 이르지 못한 만큼 내년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고 있고 물가 목표치인 2%를 수정할 계획도 없다며 조기 ‘피벗’(pivot·정책 전환) 가능성을 차단했다.
파월 의장은 “아직 갈 길이 좀 남았다”며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기 위해선 훨씬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밝혀 연준의 매파적 기조가 한동한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같은 발언은 FOMC에 앞서 미국 노동부가 13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Consumer Price Index) 상승률이 전년동월 대비 7.1%로 전월인 10월(7.7%)은 물론, 지난해 12월 이후 최소 상승 폭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부담은 가중될 수 밖에 없게 됐다.
시기적인 영향 탓도 있다. 1년 중 12월은 증시에서 모멘텀이 약해지고 외국인 거래대금도 가장 줄어드는 시기다.
지난해 12월의 경우,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53조3255억원을 매수하고 49조9268억원을 매도했는데 전월이었던 지난해 11월(매수 62조8874억원·매도 60조2800억원)과 비교하면 매수나 매도 모두 약 10조원 안팎의 감소세를 보였다.
여기에 더해 환율 영향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200원대로 떨어지며 하향 안정화되는 듯 했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다시 1300원대로 재진입했다.
지난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99.7원에 마감하며 종가 기준으로 지난 8월 5일(1298.3원) 이후 약 4개월 만에 1300원을 하회했다.
이후 1200원 후반대를 유지하던 환율은 지난 6일(종가 1318.8원) 다시 1300원대로 진입하는 등 1300원선을 사이에 두고 등락했지만 16일 기준 환율은 1305.4원으로 1300원선 위에 있다.
달러화 강세로 원화 가치가 하락하는 환율 상승은 종국에 국내 주식을 매도해 원화를 달러로 환산해야 하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을 팔때 막대한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어 불리하다. 반대로 환율이 하락하면 달러로 환산시 금액이 커지는 효과가 있어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외국인의 국내 증시 귀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향후 투자도 보다 신중한 자세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자금은 단기적으로는 환율에, 장기적으로는 경기에 민감한데 환율이 1300원 초반 수준에 진입하면서 환율 메리트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외국인 수급이 재차 강하게 유입되는 국면은 글로벌 경기의 턴어라운드 기대가 높아지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