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송도에서 30명으로 시작해 10년 만에 세계 최대 CDMO
4공장 이어 7조5000억 투자해 4개 공장 추가…"압도적 1위"
메모리반도체에서 ‘초격차’ 전략을 통해 신화를 이룩한 삼성이 바이오 분야에서도 공격적 투자를 통해 ‘제2 반도체 신화’ 구현에 나선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1일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캠퍼스에서 제4 공장 준공식을 개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은 생산 능력이 24만ℓ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으로, 이달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삼성이 2조원을 투자해 설립한 공장이다.
이번 4공장 가동으로 삼성은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 총 42만ℓ를 확보, 바이오의약품 위탁 개발‧생산(CDMO) 분야 글로벌 1위를 달성했다.
삼성은 지난 2010년부터 바이오를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하고, 이듬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다. 당시 허허벌판의 갯벌 송도에서 직원 30명의 초라한 규모로 시작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0년 내 세계 최대 CDMO 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긴 힘들었다.
2011년 인천 송도 매립지에 1공장 건설을 시작한 이후 위탁생산 물량 확보를 위해 건설 현장에 글로벌 바이오 기업의 담당자들을 초청해 가며 오랜 기간 설득작업을 진행할 정도로 시장 진입은 녹록치 않았다.
하지만 삼성의 공격적 투자가 이어지고, 기술적 도약이 이뤄지며 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보는 눈도 달라졌다.
이제는 글로벌 톱 제약사 20곳 중 12곳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삼성바이오의 시가총액은 약 60조원으로, 코스피 4위에 해당할 정도로 기업 규모가 커졌다.
삼성은 세계 1위에 만족하지 않고 공격적인 투자 및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확대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인 바이오 사업을 계속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CDMO(바이오의약품 위탁 개발·생산) 분야에서는 이번에 가동을 시작한 4공장에 이어 5, 6공장 건설에 나서는 한편, 생산 기술과 역량을 고도화해 '압도적 글로벌 1위'를 더욱 공고히 할 방침이다.
이번 4공장 건설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기존 조성해 놓은 공장 부지는 모두 소진됐다. 추가 공장 건설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통한 '제2 바이오 캠퍼스' 조성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삼성은 2032년까지 향후 10년간 바이오 사업에 7조5000억원을 투자해 11만평 규모의 '제2 캠퍼스'를 조성하고, 이곳에 공장 4개를 추가로 건설해 바이오 분야에서의 '초격차'를 완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한 직접 고용 규모도 4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시밀러 분야도 제품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고도화해 글로벌 수준으로 사업을 키울 계획이다.
삼성은 최근 바이오젠이 보유했던 바이오에피스 지분 전체를 인수해 개발‧임상‧허가‧상업화 등 바이오 R&D 역량을 내재화 했다. 이를 두고 제약 업계에서는 삼성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할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모더나 백신 생산 과정을 통해 검증된 실력을 전세계 바이오 업계에 선보이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뒤 생산기술 이전 기간을 3개월로 단축했으며, 짧은 기간에 높은 수율을 달성하며 안정적인 백신 생산을 조기에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도 스마트공장 인력을 파견해 공장 자동화 노하우 등을 지원하는 등 그룹 차원의 총력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코로나 백신을 국내외에 공급한 것은 단기적인 수요 대응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이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로 성장하는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삼성은 바이오 전문인력 양성과 원부자재 국산화, 중소 바이오텍 기술지원 등을 통해 국내 바이오 산업 생태계 활성화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바이오 사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배경에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 이를 통한 미래 성장산업 선점, 압도적인 제조 기술력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