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재선 "다선 개별 발언, 의총장 결의 진의 훼손"
5선 서병수 "초·재선의 모양새가 상당히 좋지 않다"
국민의힘 '새 비상대책위원회 추진'을 놓고 초·재선 의원들과 중진 의원들이 충돌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당의 비상상황 조건을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사퇴'로 고쳐 추석 전까지 새 비대위를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윤심(尹心)을 의식한 초·재선 의원들은 '새 비대위'를 주장하고 있지만, 중진 의원들은 '비대위 재출범 반대'를 외치고 있어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31일 "추석 연휴 전인 9월 8일 목요일쯤 비대위가 출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일과 5일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당헌 개정안을 의결하고, 8일 전국위서 신임 비대위원장 임명안을 의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5선 서병수 의원은 새 비대위 구성에 반대해 전국위 의장직을 사퇴하면서 "초·재선의 모양새가 상당히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서 의원 의장직 사퇴에 따라 부의장단 중 연장자인 윤두현 부의장이 권한대행 자격으로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주재할 예정이다.
3·4·5선 중진의원들은 30일 의원총회에서 새 비대위 구성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 방침에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서병수·조경태 의원(5선), 윤상현 의원(4선), 안철수·유의동·하태경 의원(3선)은 "새 원내대표를 뽑아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가야한다", "권성동 원내대표 즉시 퇴진" 등을 주장했다.
조경태 의원은 31일 저녁 YTN 라디오 뉴스 정면승부에서 '초선 의원들이, 중진 의원들에 대해서 "비판을 삼가해 달라"라는 의견을 낸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저를 포함해 다선 중진들이 이 사태를 미리 막지 못했고, 또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 후배 초재선 의원들한테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옛날에는 아시는 것처럼 다선 중진들이 초재선들 입단속을 했지 않았느냐. 그런데 지금은 거꾸로 초재선들이 다선 중진들 입단속을 하는 거 보고 '우리 당 다선 중진들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구나. 우리 당도 많이 변했구나' 이런 느낌을 받았다"고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초·재선 의원들과 중진의원들의 설전은 계속돼왔다. 의총 후 초·재선 의원들은 각각 초선 모임, 재선모임을 열고 '새 비대위 출범'에 대한 뜻을 다시 한 번 모았다. 초선모임에는 총 63명 중 30여명이, 재선 모임에는 총 21명 중 1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선 간사인 노용호·이주환 의원은 이날 초선 모임 후 "일부 다선 의원이 밖에 나와 개별적인 의견을 말씀하시는 과정에서 의총장에서 결의됐던 내용의 진의가 많이 훼손됐다"며 "(중진 의원에게)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비대위원인 전주혜 의원은 31일 라디오에서 "(비대위 반대) 이러한 얘기를 당내 의원들이 한다고 하면 이것은 해당 행위라 생각한다"며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겠지만 외부에서 그것이 옳은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당의 화합에 굉장히 해를 끼치는 행위"라고 말했다.
재선 의원들도 "의총에서 숙고 끝에 추석 전까지 새 비대위를 출범시키기로 했음에도 일부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대안도 없이 당을 흔드는 언행을 계속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재선의 '윤핵관' 이철규 의원은 "권성동 원내대표가 마치 무엇인가 지키려고 집착하는 사람인 양 왜곡시키고 하는 행위에 정말로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초·재선 의원들이 각각 초·재선 모임을 연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의원들에게 "당이 도와줘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라는 정치권 분석이 나온 바 있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1일 "오늘 대통령이 당에 SOS쳤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사실에 맞지 않다"며 "대통령이 당 의원에게 도와달라는 부탁을 한 적이 없으며, 그럴 이유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대통령으로서 당 혼란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는데, 대통령은 그간 일관되게 의원들이 중지 모아 내린 결론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의원과 당원분들이 치열한 토론 통해서 합당한 결론을 잘 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는 그런 취지"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