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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론스타 관료 책임론…최종결과는 '아직'


입력 2022.09.01 10:03 수정 2022.09.01 10:21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이창용·김주현, 의사결정 핵심 관료

'모피아 승승장구' 여론 악화 불가피

이창용(왼쪽) 한국은행 총재와 김주현 금융위원장.ⓒ데일리안

옛 외환은행을 둘러싼 이른바 먹튀 논란에 휩싸였던 론스타 사태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끝내 4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물어주게 되면서, 주요 금융당국 관료에 대한 책임론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은행 총재와 금융위원장 등 현재 금융권을 이끌고 있는 핵심 수장들이 론스타를 둘러싼 의사결정에 관여했던 만큼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이제 와서 잘잘못을 따지기엔 시간이 너무 흘러 버렸다는 반론과 함께, 정부가 완승을 위해 이의제기에 나서기로 한 만큼 최종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시선도 여전하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의 론스타 사건 중재 판정부는 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청구한 손해배상금 중 4.6%인 2억1650만 달러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원·달러 환율 1350원을 적용하면 배상액은 우리 돈으로 약 2925억원 정도다.


여기에 추가로 1000억원 가량의 이자도 물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재 판정부는 우리 정부가 2011년 12월 3일부터 이를 모두 지급하는 날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중재 판정부의 결정은 우리 정부 입장에서 선방했다고 평가할 만한 결과다. 론스타가 요구한 금액의 4.6%만을 인용했다는 점에서 한국 측의 설명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반면, 론스타의 주장은 상당 부분 기각한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2012년 11월 외환은행 매각 절차에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46억7950만 달러(약 6조 1000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를 통해 국제중재를 제기했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1조3834억원에 사들인 뒤 2012년 하나금융그룹에 3조9157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론스타는 매각이 진행되는 와중 우리 정부가 개입해 더 비싼 값에 매각할 기회를 잃었다며 손해 배상을 주장해 왔다.


외환은행 매각 관련 론스타와 한국 정부 간 분쟁 주요 일지.ⓒ연합뉴스

다만, 이번 중재 판정부의 판단과 별개로 애초에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당시부터 우리 정부의 선택이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은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비금융주력자, 즉 산업자본의 은행 인수가 금지돼 있음에도 금융당국이 예외를 용인하면서 문제를 자초했다는 얘기다.


특히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렸던 고위 관료들이 지금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의 수장이 돼 있는 현실은 여론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우선 이창용 한은 총재는 2008년 론스타가 산업자본임을 스스로 인정했을 때 금융위 부위원장이었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한 국회 인사청문회 질의에 "론스타가 보내준 자료가 원자료와 다르고 확인 절차가 계속됐으며 확인되더라도 주식매각 명령을 내려야 하는지 논의가 있어 시간이 갔다"고 해명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011년 하나금융이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협상을 할 때에도 금융위에서 고위직인 사무처장을 맡고 있었다. 당시 금융위는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승인 등을 담당했다.


금융당국을 넘어 정부 최고위층 인사들까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했을 때 론스타 측 법률대리를 맡은 김앤장의 고문이었다. 또 당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으로 매각 과정에 관여했고, 2011년에는 금융위 부위원장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10여년 전 론스타 사태와 관련된 주요 관료들이 여전히 금융권 등에서 승승장구하는 현실이 재조명되면서, 기획재정부 금융권 관료 출신 인사들을 일컫는 모피아에 대한 비난 여론이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 사건 판정 선고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시스

반면 10여년에 걸친 다툼 속에서 여러 정권이 론스타 사태와 연루됐고, 그 와중 여러 인사들이 거론돼 온 만큼 지금 또 다시 책임론을 거론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정부가 중재 판정부의 판단에 불복해 판정 취소 신청을 검토하기로 한 만큼 최종 결과는 아직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전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론스타 국제투자분쟁 사건 판정 관련 브리핑에서 "비록 론스타 청구액보다 감액됐으나 중재판정부 판정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리 정부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각할 당시 승인 심사 과정에서 국제법규와 조약에 따라 차별 없이 공정·공평히 대응했다는 일관된 입장"이라며 "소수 의견이 우리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정부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것만 봐도 절차 내에서 끝까지 다퉈볼 만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 같은 대한민국 국민 세금이 한 푼도 유출되지 말아야 한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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