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잭슨홀 회의에 패널로 참석
전통적 통화정책 절충안으로 소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 ‘잭슨홀 회의(미팅)’에서 최근 발언한 ‘0.25%p 점진적 인상’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예고 지침)를 효과적인 통화정책 사례로 소개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주최로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의 세션(The Outlook for Policy Post-Pandemic)에서 패널 토론자에서 참석해 이같이 언급했다.
이창용 총재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신흥국 및 소규모개방경제에 대한 교훈(Lessons From Unconventional Monetary Policy for Small Open Economies and Emerging Markets)’이라는 주제로 급격한 경제 변화속에서 신흥국이 사용할 수 있는 통화정책에 대해 언급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비전통적인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하는 정책을 취하면서, 장기금리를 낮추고 경기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명확한 조건을 제시하는 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와 달리 비전통적 정책은 과도한 단순화, 출구전략 실행의 어려움, 시장 왜곡에 따른 방만한 재정운용 등의 부작용을 가져왔다.
신흥국 역시 이같은 정책으로 긍정적 효과를 거두었으나, 구조적 장기침체에 빠지게 될 때는 제약 요인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총재는 “신흥국은 대외 불확실성이 커 급격한 경제여건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더욱 중요한 것이 사실”이라며 “출구전략의 유연성을 크게 제약하는 비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가 신흥국의 이상적인 정책수단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른 대안으로 시나리오에 기반한 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를 언급하며, 해당 사례로 0.25%p 점진적 인상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한 사례를 꼽았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 7월 사상 처음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인상)’을 단행하며 포워드 가이던스를 별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공식의결문에는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정성적 문구만 제시하고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물가 흐름이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당분간 25bp(1bp=0.01%)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본 시나리오와 연계된 금리 경로적 측면에서, 시나리오 기반의 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 성분을 갖추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 총재는 “(빅스텝) 인상 시점에는 50bp 인상폭이 이미 예견돼 있어 7월 인상 자체보다는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포워드 가이던스가 중요해져 일종의 절충안을 취했다”며 “이러한 접근은 시장이 원하는 최소한의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공하면서도 향후 통화정책 운용상의 신축성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신흥국 및 소규모 개방경제가 최적화된 비전통적 정책 수단을 갖추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분석 역량, 경험의 축적, 폭넒은 연구가 필요하며 지금이야 말로 이를 위해 투자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한편 매년 8월마다 열리는 잭슨홀 회의에는 글로벌 중앙은행 총재들과 재무장관, 경제학자, 금융시장 전문가들이 참여해 경제・금융 시장에 관한 주제들을 논의한다. 올해는 9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파월 연준 의장의 입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파월 의장이 잭슨홀 회의에서 발언할 내용으로 향후 미국의 통화정책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