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로 중국산 OUT
최대 경쟁자 물리친 배터리업계서 반사이익 기대
'탈중국' 공급망이 관건…"美에 우호 업체에 피해 가진 않을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서명을 끝으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통과하면서 배터리 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모두 이미 미국 진출을 완료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하지만 '탈중국' 소재 확보라는 과제가 아직 남아있기에 긴장의 고삐는 계속 죄야 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IRA이 발효되면서 현지 내에서 조립되는 전기자동차만 세금혜택을 받게 됐다. 내년 1월부터는 미국이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생산한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일정비율 이상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FTA에 해당되지 않는 중국산 재료를 사용한 전기차는 혜택에서 제외된다.
이번 법안 통과로 이미 미국에 깃발을 꽂은 국내 배터리업계가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 두루 나오고 있다. 최대 경쟁자인 중국 CATL을 비롯한 중국 배터리 업체의 미국 진출 길이 막혀 배터리3사가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유리해져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성장이 가장 빠른 미국 시장에 중국 업체가 들어오는 게 힘들어졌기 때문에 국내 배터리 업계가 큰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을 거라고 기대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국 진출을 코앞에 뒀던 최대 경쟁자 CATL의 계획은 완전히 틀어졌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미국 내 첫 배터리 공장을 짓기 위해 여러 부지를 탐색했으나, 최근 투자 계획을 잠시 중지했다.
중국 배터리 업체인만큼 배터리에 들어가는 부품이나 원재료가 거의 중국산으로 이뤄져 불리한 위치가 됐을뿐더러, 미중갈등으로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배터리3사는 일찌감치 미국에서 생산시설을 갖췄다. 오는 2025년 발효될 신북미자유협정(USMCA)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USMCA는 자동차 핵심 부품 75% 이상이 미국에서 생산돼야 무관세 혜택이 적용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투자도 계속해서 확대해나가고 있다. 유럽과 중국에 이어 대표적인 전기차 신흥시장으로 떠오르는 미국을 확실하게 선점하겠단 이유에서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순 없는 상황이다. 중국에 편중된 원자재 공급망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배터리 핵심 원자재인 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 망간, 구리 등 대부분은 중국을 통해 들어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와 관세청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5대 산업분야 중 하나로 배터리 분야를 꼽기도 했다. 양극재 소재인 산화코발트, 음극재 핵심 소재 인조흑연의 중국 의존도는 각각 63.9%와 67.0%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예전부터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원재료를 국산화하는 등 여러 노력을 해오고 있었지만 좀 더 빠른 시일 내에 이뤄내야 할 것 같은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법안이 급하게 만들어진 만큼 명확한 기준점이 없어 현재로서는 뚜렷한 대응방안을 세울 수 없다고 토로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공급망 규제 자체가 애매하고 명확하지가 않다"며 "중국에서 직접 캐는 원재료를 제한할지, 중국이 제련한 원자재들도 모두 포함시킬지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 전기차-배터리 시장 상황을크게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완성차 빅3가 모두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 배터리 공급을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미국 정부도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기회로 생각한다"며 "결론은 중국을 미국에서 퇴출시키는 것이 목적이니 미국과 우호적인 배터리업계에 큰 피해가 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가 준비와 대응만 잘 한다면 강력한 경쟁자가 들어오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