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5사 중 쌍용차‧기아 제외 3사 내수판매 감소
수출 및 해외판매는 5사 모두 증가…르노코리아 104.4%↑
국내 완성차 업계가 7월에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생산차질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내수판매보다는 해외판매(수출 및 해외 현지생산판매)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경향이 지속된다면 국내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긴 출고 대기기간을 감수해야 할 전망이다.
반면, 수출 시장이 넓지 않은 쌍용차의 경우 인기 신차인 ‘토레스’의 국내 생산에 집중해 내수 점유율을 높였다.
1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기아, 쌍용자동차, 르노코리아자동차, 한국GM 등 완성차 5사의 7월 내수판매는 총 12만2134대로 전년 동월 대비 1.1% 감소했다.
상반기에 비하면 감소폭을 줄였지만 업체별로는 쌍용차와 기아를 제외하고는 모두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쌍용차는 7월 국내 시장에서 6100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월 대비 7.9%의 성장률을 보였다. 쌍용차가 내수 판매 6000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11월(6277대) 이후 8개월 만이다.
빼어난 디자인과 높은 가성비로 국내 SUV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토레스가 쌍용차의 내수 실적을 견인했다.
지난달 15일부터 출고를 시작해 실판매기간이 2주에 불과했음에도 불구, 2752대나 판매됐다. 그 덕에 그동안 3~4% 수준에 머물던 완성차 5사 내 쌍용차의 점유율도 5%까지 치솟았다.
쌍용차 관계자는 “지난달에는 물량 공급에 한계가 있었지만, 계약 물량이 5만대를 넘어선 만큼 8월부터 영업일수 내내 판매가 이뤄진다면 물량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토레스의 안정적인 양산체계 구축을 위해 지난 달 11일부터 평택공장을 2교대로 전환 한 바 있으며, 여름휴가 기간(7월 30일~8월 7일) 중 주말 특근(7월 30일, 8월 6~7일)까지 결정했다.
쌍용차는 수출에서도 긍정적인 성과를 냈다. 7월 4652대를 수출하며 전년 동월 대비 85.9%의 성장을 나타냈다. 회사측에 따르면 수출 물량도 적체 현상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모기업이 해외 수요를 확보해주는 한국GM이나 르노코리아와 달리 자체적으로 수출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한계상 절대 물량은 완성차 업체 중 가장 적은 수준이다.
현대자동차는 7월 국내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5.9% 감소한 5만6305대를 판매했다. 그랜저와 팰리세이드, 아이오닉 5, 제네시스 G80 등 주력 모델들의 인기는 여전하지만 생산이 뒷받침해주지 못한 결과다.
지난해 7월까지 없었던 광주글로벌모터스(GGM) 공장에서 생산된 캐스퍼 4478대의 물량을 더한 수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내수 판매 감소폭은 더 커진다.
반면, 현대차는 7월 해외 시장에서는 26만9694대를 판매하며 6.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국내와 해외 판매를 더하면 4.0%의 플러스 성장이다.
르노코리아는 7월 XM3(수출명 르노 뉴 아르카나) 수출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7월 내수 4257대, 수출 1만2416대 등 총 1만6673대를 판매한 가운데 내수판매는 14.1% 감소했고, 수출은 104.4%나 늘었다. 높은 수출 증가율 덕에 전체 실적도 51.1%나 증가했다.
7월 XM3 수출은 1만1431대로, 르노코리아 전체 판매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했다.
내수 판매 부진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보다는 한정된 라인업에 기인한다. 2년 넘게 신차가 없어서는 내수 판매를 끌어올릴 방법이 없다. 르노코리아는 올 가을 출격을 앞두고 있는 XM3 하이브리드 모델이 내수 판매 반등의 키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GM 역시 르노코리아와 비슷한 구조다. 7월 2만1949대를 수출하며 전년 동월 대비 53.2%의 성장률을 보였지만 같은 기간 내수판매가 15.7% 감소한 4117대에 그쳤다. 전체 판매는 35.7% 증가한 2만6066대였다.
단일 모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르노코리아와 비슷하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및 동일한 플랫폼을 공유하는 뷰익 앙코르 GX의 수출 물량은 총 1만6585대로 한국GM 국내외 전체 판매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기아의 경우 국내와 해외 생산을 적절히 배분한 모습이다. 7월 국내에서 5만1355대를 판매하며 6.6%의 성장률을 보였고, 해외 시장에서도 6.2% 증가한 20만6548대를 판매했다. 전체 판매 증가율은 6.3%였다.
기아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이지만 유연한 반도체 배분과 차량 생산 일정 조정 등으로 공급 지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