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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는 PD들㉕] ‘밥 맛 없는 PD’들이 열 ‘먹방’ 콘텐츠 새 장


입력 2022.07.29 09:07 수정 2022.07.29 13:53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많이 먹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잘 먹고 만족하는 한 끼가 중요한 것 같다. 그런 걸 같이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변주를 줄 생각이다. ‘소식좌’들끼리 먹어달라고 요청 하기도 하고, 그들의 일상을 담으며 한 끼, 한 끼를 어떻게 먹는지도 보여주고 싶다.”

<편집자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확대되고,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TV 플랫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창작자들도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즐겁지만, 또 다른 길을 개척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PD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천천히 곱씹고, 또 적게 먹는 독특한 ‘먹방’이 최근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다. 한때는 맛있는 음식을 양껏, 또 최대한 맛깔나게 먹는 먹방 콘텐츠에 열광했다면, 지금은 그 반대인 ‘소식 먹방’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튜브 콘텐츠 ‘밥 맛 없는 언니들’은 이 트렌드를 콘텐츠에 적용, 씹고 뜯고 맛보아도 식욕 없는 박소현의 산다라박의 먹방기를 그려나가고 있다. 대식가와 함께 먹으며 서로를 이해해보기도 하고, 새로운 조합에 도전하며 취향에 맞는 음식을 찾아가기도 한다. 음식, 그리고 먹방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 중이다.


ⓒ샌드박스네트워크

제작진 또한 소식 먹방을 기획할 때부터 ‘이건 통하겠다’라는 믿음이 있었다. 물론 지금처럼 초반 회차부터 100만, 200만이 넘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지금의 시청자들이 원하고, 또 즐거워할 수 있는 콘텐츠라고 여겼던 것이다.


“‘이건 재밌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의심한 사람이 없었던 것 같다. 단순한 기획이 좋은 기획이라고 말하는데, 이 콘텐츠가 그렇지 않나. 주변 지인, PD, 작가들에게 모두 물어봤는데, ‘재밌겠다’라는 반응을 주더라.”(정혜진 CP)


“모든 사람들에게 통하는 키워드가 ‘잘 먹고, 잘 살자’인 것 같다. 먹방도 사실 많이 먹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잘 먹고 만족하는 한 끼 식사가 중요한 것 같다. 그런 걸 같이 느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심청 PD)


특히 ‘소식좌’ 박소현, 산다라박을 캐스팅하며 더욱 자신감이 붙었다. ‘소식 먹방’의 트렌드를 이끈 두 사람이 함께 먹방을 펼친다면, 그 자체로 신선한 그림이 탄생할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본좌라고 생각한 두 분이 섭외 0순위였다. 박소현 님부터 섭외를 시도했는데, 너무 재밌겠다는 긍정 피드백을 받고 놀랐다. 산다라박 님께도 직접 이야기를 해주셨다. 너무 수월하게 하신다고 하셨는데, 오히려 무서웠다. 빠르게 흔쾌히 일이 진행이 돼 PD님들께 ‘무섭다’고 할 정도였다.(웃음)”(정혜진 CP)


제작진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박소현과 산다라박이 ‘즐겁게’ 먹방을 펼치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두 사람이 부담이나 책임을 느껴 무리를 하지 않도록 세부적인 장치까지 마련하며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이러한 고민이 담겼기에 출연자도, 그리고 이를 보는 시청자들도 ‘편안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잘 먹었습니다’라는 장치를 설정한 게 있다. 언니들이 ‘잘 먹었습니다’를 외치시면 드시지 말라고 한다. 게스트가 나와서 조합도 알려주고, 방법들을 알려주기도 하는데, 그때도 ‘막입만’이라는 장치를 통해 ‘한 번 더 가능하겠냐’라는 의사를 묻는다. 이런 식의 설정들을 더했다.”(오안익 PD)


“언니들이 배부르게 먹는다기보다 경험을 하고, ‘잘’ 먹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많이 먹거나, 적게 먹는 것.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잘 먹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심청 PD)


ⓒ샌드박스네트워크

물론 유튜브 먹방 콘텐츠는 처음이었던 이들에게 ‘밥 맛 없는 언니들’의 촬영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정혜진 CP는 과거 ‘수요미식회’를 진행하며 음식 프로그램을 경험해보기도 했지만, ‘밥 맛 없는 언니들’을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했다. 그러나 결국 가장 중요한 사람과 음식에 집중하며 오히려 ‘심플’하게 다가갔고, 이에 짧지만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먹방 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었다.


“‘수요미식회’를 할 때는 전개 흐름에 따라 음식을 다양하게 찍기도 하고 보여주기도 했는데, 유튜브는 호흡이 빨랐다. 주제를 보여줄 때도 한, 두 컷 안에 담아내야 했다. 그래서 오히려 접근은 심플했다.”


“내가 먹방 콘텐츠를 할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었다. 제작적인 면에서는 확실히 신경을 쓰는 부분은 있다. 소식 먹방이라도 맛있게 보여야 하니까 인서트 촬영에 공을 들인다. 음식을 포착할 때 김이 나야 한다거나 그런 부분에 신경을 썼다. 그래서 그 전 콘텐츠랑은 많이 달랐던 것 같다.”(오안익 PD)


먹방과 여행의 결합을 비롯해 추후에는 다양한 시도들을 하며 재미를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전하며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나가고 있는 출연자, 시청자들의 반응을 바탕으로, 더욱 다채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거듭 고민하는 중이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변주를 줄 생각. 현재 댓글 반응들 보면. ‘소식좌’들끼리 먹어달라고 요청을 하기도 하고, 그들의 일상을 담으며 한 끼, 한 끼를 어떻게 먹는지도 보여주고 싶다. 산다라박은 전국에 단골집이 있다고 하시더라. ‘이거면 밥 한 공기를 먹는다’라고 하시는 선호 음식도 있다고 하셨다. 여행 콘텐츠와 결합해봐도 좋을 것 같다. 이런 식으로 다양한 변주들을 줄 생각이다.”(정혜진 CP)


‘재미’, ‘즐거움’을 향한 고민이 있었기에 가능한 시도들이기도 했다. ‘시청자들에게 또 어떤 재미를 줄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하는 그들이었기에 새로운 시도도 또 변주도 가능했던 것이다.


“유튜브는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원하기만 하면 모두가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PD라는 직업을 가진 우리는 어떻게 하면 다르고, 또 그들과는 또 다른 포인트를 만들 수 있을까, 그들이 못하는 것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한 단계 더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심청 PD)


“나만의 제작 능력과 개성을 가지고 싶다. 그런 것들을 갖춰 대체 불가능한 창작자가 되고 싶다는 고민을 한다. 어떻게 해야 개성을 살리고, 창작자로서 크리에이티브함을 확장할 수 있을지 요즘 고민하고 있다.”(오안익 PD)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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