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3명 중앙위원 표 조직하면 본선
진출 기대감에 사전 단일화엔 '거리'
"주목도 높아지면 3주만에 10배 된
'우영우 시청률'을 만들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의 중대 변수로 꼽히던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 단일화가 후보들 간의 동상이몽(同牀異夢) 속에서 예비경선 컷오프를 통한 '자동 단일화'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97그룹' 당권주자인 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 의원은 이날 당대표 예비후보 토론회를 가진 직후 '호프 타임'을 통해 단일화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같은 일정의 성사 여부마저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훈식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컷오프 자체가 단일화"라며 "단일화 논의를 두 번에 이어서 할 필요는 없는 문제"라고 잘라말했다.
아울러 토론회 직후 '호프 타임'에 대해서도 "주도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나는 아닌데, 오늘 오전에도 무슨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는 모양"이라며 "(일정) 확정은 아닌 것"이라고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혁신 단일화'에 주도적인 입장을 보였던 박용진 의원도 이날 KBS라디오 '최강시사'에 출연해 '호프 타임'과 관련 "최종적으로 약속이 안됐다"며 "'97그룹' 간의 연대와 단일화 논의를 원치 않는 97이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와 맞서거나 각을 세우는 것에 대한 부담일 수 있다"며 "나 혼자서 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일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민주당은 오는 28일 중앙위원회의를 열어 8명의 당권주자를 3인으로 압축하는 예비경선 컷오프를 실시한다. 이재명 의원의 본경선 진출은 상수(常數)로 여겨지는 가운데, '97그룹' 중에서는 1~2인이 본경선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본경선에 올라가기만 하면 세 명의 당대표 후보 중 한 명으로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정치적 체급이 한 단계 뛰어오를 것이니만큼, 당장 단일화를 하기보다는 예비경선 컷오프를 통과하기를 기대해보는 심리가 있는 게 당연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비경선은 중앙위원투표 70%·국민여론조사 30%의 비율로 시행되기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밀리더라도 383명의 중앙위원들을 상대로 표만 잘 조직하면 컷오프를 통과할 수 있다는 점도 이같은 기대감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강훈식 의원은 "최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가 시작했을 때보다 3주 만에 10배의 시청률이 올랐다고 한다"며 "만약 컷오프에 통과하고 주목도가 높아져 내가 말하는 게 정말 혁신과 미래, 민주당이 가야할 방향이라는 게 확산된다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시청률을 만들 수 있다"고 기대하기도 했다.
이같은 기류 속에서 이날부터 30%가 반영되는 예비경선 국민여론조사 설문이 시작된 점도 '예비경선 전 단일화' 가능성에 셔터를 내리는 요소다. 이미 8명의 당권주자를 보기에 넣고 조사가 돌기 시작한 셈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는 26~28일 사흘간 실시해 28일에 있을 중앙위원투표와 합산, 컷오프에 반영된다.
국민여론조사는 '역선택 방지조항'을 채택해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집계된다. 앞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교통방송의 의뢰로 지난 22~23일 사흘간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이재명 의원이 74.0%로 선두인 가운데 박용진 의원 6.5%, 박주민 의원 5.4%, 김민석 의원 3.0%, 설훈 의원 2.2%의 순이었다.
'무당층'에서는 이재명 의원 32.7%, 박용진 의원 10.6%, 박주민 의원 4.9%, 설훈 의원 4.8%, 김민석 의원 2.1% 순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