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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보다 안정" 삼성SDI·파나소닉 '닮은 꼴'


입력 2022.07.18 06:00 수정 2022.07.15 18:30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리튬이온 배터리 투자에는 '신중모드'…전고체 등 차세대 기술로 '판도 변화' 노려

삼성SDI 기흥사업장ⓒ삼성SDI

삼성SDI와 파나소닉의 배터리 전략이 '다른 듯 닮아' 눈길을 끈다. 리튬이온 배터리 투자에는 '신중 모드'를 보이면서 차세대 기술 개발에는 가장 공격적으로 임하고 있어서다.


이 같은 '속도 보다 안전', '규모 보다 품질' 전략이 완성차업체들의 수요 증가→배터리 생산 확대로 이어져 글로벌 시장 판도를 뒤집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일본 배터리 제조사인 파나소닉은 40억 달러(5조2000억원)를 들여 미국 캔자스주에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신설키로 했다. 최대 고객사인 테슬라에 공급하기 위한 것으로, 북미에서는 두 번째 투자다.


캔자스주는 테슬라 생산공장이 있는 텍사스주와 멀지 않아 제품 조달이 용이할 뿐 아니라 비용절감 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테슬라는 4월 초 텍사스주에 기가팩토리를 완공했으며 연간 50만대 규모의 모델Y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캔자스 공장을 포함해 파나소닉은 현재 연 50GWh(기가와트아워) 수준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9년까지 3~4배 확대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7년 뒤 글로벌 생산능력은 200GWh로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파나소닉의 행보가 국내 삼성SDI와 '다른 듯 닮았다'고 평가한다. 경쟁사들이 시장점유율 확대에 열을 올리는 것과 달리 테슬라, BMW 등 주요 고객사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파나소닉은 2009년부터 테슬라 물량에만 집중하며 LG에너지솔루션, SK온, 중국 CATL처럼 공격적으로 수주 다각화 전략을 펴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해 파나소닉의 테슬라향 배터리 비중은 87%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테슬라 리스크 우려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이번 투자 결정으로 양사는 더욱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게 됐다. 테슬라가 전기차 경쟁사들의 추격에 맞설 든든한 지원군을 확보했다면 파나소닉은 안정적인 배터리 물량을 확보해 장기 이익을 거둘 수 있게 된 것이다.


삼성SDI도 이와 닮은 구석이 있다. '테슬라 올인'이 아닌 수주 다각화 전략을 펴고 있다는 점은 파나소닉과 다르지만, 글로벌 투자에 대해서는 국내 배터리사 중 가장 절제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일찌감치 제너럴모터스(GM), 포드와 손 잡고 배터리 영토를 늘리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합작법인(JV) 및 단일공장 등을 포함해 글로벌 생산능력을 올해 말 200GWh 수준에서 2025년 520GWh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합작사 '얼티엄셀즈'(Ultium Cells)는 3공장 건설 계획까지 밝힌 상태로, 1공장은 올해, 2공장은 내년 양산한다.


SK온 역시 2025년까지 220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충해 4년 안에 몸집을 5배 이상 키우겠다고 했다. 포드와의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BlueOvalSK) 공장의 경우 2025년부터 순차적으로 상업 가동한다고도 밝혔다.


경쟁사들이 앞다퉈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는 것과 달리 삼성SDI는 최근 들어서야 스텔란티스와의 북미 합작공장 부지를 확정하는 등 다소 느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속도라면 3사의 생산능력 격차는 더욱 확대돼 자칫 시장 내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2030년 글로벌 전기차용(ESS 포함) 배터리 생산능력이 LG에너지솔루션 778GWh, SK온 465GWh, 삼성SDI 374GWh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파나소닉의 경우 이 보다 적은 228GWh에 그칠 것으로 봤다.


이 같은 전망대로라면 시간이 갈수록 삼성SDI와 파나소닉의 배터리 점유율은 더 떨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SK온이 후발주자임에도 불구, 많게는 200GWh 이상 생산능력이 웃도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는 두드러진다.


테슬라 모델Y. ⓒ테슬라코리아

일각에선 파나소닉과 삼성SDI의 '신중 모드'가 차세대 배터리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치열한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 경쟁에서 힘을 빼기보다,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기술 선점에 전력을 기울이는 방식으로 승부를 볼 것이라는 진단이다.


실제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서 양사는 가장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SDI의 경우, 2027년부터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지난 3월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SDI연구소 내에 전고체 전지 파일럿 라인(S라인)을 착공하며 기술 개발 선도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원가 부담이 높은 코발트를 제외하고 망간 비중을 높인 NMX(코발트 프리) 배터리 양산 추진 속도도 가장 빠르다. 업계에서는 경쟁사와 비교해 삼성SDI의 NMX, 저코발트(OLO) 배터리 생산이 1년 앞선 2024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한다.


파나소닉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글로벌 특허는 220건으로 토요타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차세대 배터리 개발과 동시에 테슬라 차량에 최적화된 맞춤형 기술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2030년까지 배터리 에너지밀도 20% 증가를 목표로 한 신기술 연구를 진행중으로, 성공 시 동일 크기의 배터리 팩으로 '모델Y'의 주행거리를 100km 이상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설비 투자에는 신중, 기술 투자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양사의 행보는 품질과 안정성만 확보된다면 금방 시장 판도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시장이 커질수록 긴 주행거리 확보와 화재 리스크 최소화가 배터리 제조사들의 가장 큰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이를 먼저 해결할 수 있는 기업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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