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인 "죽음과 삶은 자연이 부여한 현상…국가의 생명 박탈 정당한가"
법무부 "헌법에는 기본권 전반에 대해 법률에 의한 제한 가능토록 명시"
"청구인, 무기징역 선고 받아…위헌소송에 적법 요건 못 갖춰"
사형제 위헌 결정이 나오려면, 헌재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 동의 필요…1996년·2010년 합헌
헌법재판소가 12년 만에 사형제 폐지 여부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사형제도가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의 청구인 측과 사형제 존치를 주장하는 법무부는 이날 법리적 정당성과 사형제의 실효성 등을 놓고 첨예하게 맞섰다.
헌재는 14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존속살해 등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모씨와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함께 청구한 '형법 41조 1호 등에 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청구인 측은 "사형이라는 형벌에 대해서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느냐'는 의문을 대전제로 깔고 있다"며 "죽음이나 삶은 국가라는 제도를 넘어선 자연이 부여한 하나의 현상인데, 이에 대해 국가가 관여할 수 있느냐를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구인 측은 특히, 해외 사례를 설명하며 사형제 폐지를 촉구하기도 했다. 청구인 측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흑인들 대상으로 사형이 차별적으로 선고된 어두운 역사가 있는 나라"라며 "이 남아공에서 사형제를 폐지할 때 11명 헌재 재판관 중 8명이 위헌으로 판단하며 '사형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모멸적인 처벌의 금지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코네티컷 대법원에서도 사형제도가 주법을 위반한 것이라 판단했다"며 "코네티컷 대법원은 사형제도가 교정학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는 증거가 축적됐고 사형이 거의 집행되지 않는 현실도 지적했다"고 말했다.
청구인 측 대리인으로 출석한 허완중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형제도는 사형수를 오로지 국가의 형사정책적 수단으로 전락시켜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다"며 "사형은 범죄자의 생명을 박탈함으로써 범죄자에 대한 개선 가능성을 포기한 형벌로, 교화를 추구하지 않는 형벌은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법무부는 "범죄 예방에 따른 공익의 실현 대상은 무고한 일반 국민의 생명"이라며 "정의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중대한 흉악 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사형 선고·집행이 이뤄지는 것이라면 사형제가 달성하는 공익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맞섰다.
법무부 측은 특히, 청구인 측이 따진 '국가가 개인의 생명권을 침해할 수 있느냐'는 부분도 반박했다. 법무부 측은 "사형제의 위헌 여부에 있어 청구인 측이 문제 삼는 기본권은 생명권인데, 청구인 측은 이것을 절대적 기본권으로 주장하지만 헌법에서 절대적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헌법에는 기본권 전반에 대해 법률에 의한 제한이 가능하도록 명시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헌재 선례를 보면 매우 예외적인 상황하에서 국가는 법적 평가를 통해 특정 개인의 생명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며 "매우 중대한 공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엄중한 형벌을 가하고, 범죄의 일방예방을 한다는 점에서 생명권은 제한이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고인으로 참석한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생명권이 가장 중요한 기본권 중에 하나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생명권을 불가침의 절대적 기본권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와 함께 법무부 측은 청구인이 사형제 폐지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측은 "청구인은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이 확정됐기 때문에 당해 사건 소송에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며 "청구인 측은 위헌소송을 청구할 적법 요건 갖춘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편 헌재는 1996년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사형제를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2010년에도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사형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사형제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나오려면 헌재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