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피한 측면 있지만 가계‧기업부채 부실화 등 부작용 우려"
무협 "환율안정으로 무역업계 수입부담 완화" 긍정적 측면 주목
한국은행이 13일 기준금리를 0.5%p(1.75%→2.25%)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한 것에 대해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정부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임진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 원장 명의의 논평을 통해 “최근 물가 불안과 환율 급등 진정시키기 위해 금리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 있지만 가계·기업부채 부실화, 경기위축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통화정책의 부정적 효과 완화하기 위해 정확한 경제상황 진단과 경제주체의 체력을 고려한 금리인상 속도 조절, 취약 중소·중견기업 지원 등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입장문을 내고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은 높은 물가 상승, 미국 금리 인상 등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기업들의 금융부담이 급증해 투자활동이 위축될 수 있고 민간소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경총은 “특히 한계상황에 처해 있는 많은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다각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급격한 금리 인상에 우려를 표하며 속도 조절을 당부했다. 전경련은 “경기침체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p 인상한 것은 최근 소비자물가의 급등과 미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감안한 조치였다고 판단한다”면서도 “다만 가계와 기업의 금융방어력이 취약하고 실물경제도 부진한 만큼 향후 인상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의 금리역전 현상에 유의하면서, 정부는 무역수지 흑자 전환 등을 통한 원화가치 안정 노력으로 금리인상 부담을 완화해 나가야 한다”며 “규제개혁, 세제개선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을 제고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의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를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금리인상의 여파가 중소기업들에 집중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중기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6월말 기준 전체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931조원이고, 이 중 개인사업자 대출이 437조원에 달하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금리가 지속적으로 인상된다면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처럼 건실한 중소기업도 외부 요인에 의한 부도 위기에 처할 수 있고, 이는 실물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기중앙회는 “특히 과거 은행들의 대출 관행을 살펴보면, 중소기업 대출은 60.3%가 담보대출임에도 불구하고 신용대출이 66.5%인 대기업보다 대출금리가 높은 경우가 많았다”며 “더욱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중은행의 가산금리도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연이어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시중 은행들이 금번의 기준금리 인상을 계기로 중소기업에 과도하게 불리한 대출조건을 적용하지 않도록 금융권의 자금공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적극적인 금융지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9월 말 종료 예정인 대출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와 관련해서도 조속히 대안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무역협회는 금리인상의 긍정 효과에 주목했다. 무협은 장상식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동향분석실장 명의의 논평을 내고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함께 환율 상승으로 인한 무역업계의 수입부담이 컸다”며 “이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상향 조정은 환율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출 금리가 올라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무협은 “이번 금리인상으로 수출 초도자금 및 운영자금 등 기업대출금리가 상승해 투자 및 제품생산에 어려움이 커질 우려가 있는 만큼 정부가 정책금융 저리대출을 통한 수출업계 지원도 함께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기존 1.75%에서 0.5%p 인상한 2.25%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금통위는 지난 4월 금리를 0.25%p 인상한 데 이어 5월 0.25%p로 추가로 올린 바 있으며, 이번 인상을 통해 사상 첫 3회 인상 기록을 썼다. 빅스텝 역시 1999년 기준금리 도입 이래 사상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