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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줏대 없는 정책①] 고물가·고금리·고환율…거시정책 실종이 ‘삼중고’ 키웠다


입력 2022.07.14 07:00 수정 2022.07.13 17:08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예견했던 코로나19 후유증 ‘3高’

확장재정 뒤이은 후속 대책 부재

미국 물가 상승세, 안일하게 판단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동월대비 6.0% 오른 가운데 1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거시경제정책 실종이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삼중고’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어느 정도 예견된 경제 위기임에도 단기대책 위주로 정책을 이어온 탓에 시간이 지날수록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6.0% 올라 23년 7개월 만에 6%대 상승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3.2%)을 시작으로 11월(3.8%), 12월(3.7%), 올해 1월(3.6%), 2월(3.7%)까지 5개월 연속 3%대 상승했다. 3월(4.1%)부터는 폭을 키워 4월 4.8%, 5월 5.4% 오르더니 결국 지난달 6.0% 치솟았다.


인플레이션 우려는 지난해부터 제기됐다. 지난해 3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동월대비 1.5% 오르면서 14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자 언론과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인플레이션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전체 물가는 1.5% 오르는 데 그쳤지만, 농·축·수산물 가격이 두 자릿수 상승하고 국제유가도 계속 오르면서 물가 상승 우려가 컸다. 특히 소상공인 손실보상금을 포함한 재난지원금이 7차례나 집행됐고, 기타 코로나19 지원을 목적으로 수십조원이 넘는 추가경정예산이 뿌려지면서 물가 상승을 자극했다.


실제 4월 소비자물가가 2.3% 오르면서 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5월 역시 2.6% 오르며 9년 1개월 만에 다시 최고 상승 폭을 보였다. 이후 연말까지 2~3%대 상승률을 보였는데, 당시 정부 물가 관리목표가 2.0%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인플레이션이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면서도 공공요금 인상 등을 계속 미뤘다.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계속 억누르다 올해 막대한 적자가 예상되자 어쩔 수 없이 이번에 올렸다. 물가가 2% 오를 때는 미루다가 6% 상승할 때 인상한 셈이다.


치솟는 환율도 지난해 이미 예측 가능했던 대목이다. 미국은 지난해 4월 소비자물가가 시장 예상(3.6%)을 웃도는 4.2% 상승하자 즉각 긴축 재정으로 돌아섰다.


원·달러 환율이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당시 우리 정부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에 “과도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우리 금융시장이 일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우리 경제의 강한 회복세, 견고한 대외 신인도 등을 고려하면 과도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자신했다.


이억원 당시 기획재정부 1차관은 “4월 미국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공급 부족과 이연수요 등 경기회복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시적 요인과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예측은 빗나갔다. 미국 물가 상승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연방준비제도는 금리 인상 폭을 계속 높이고 있다. 그 결과 원·달러 환율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300원대를 돌파했다.


미국 고금리 정책은 우리 금융당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결국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기준금리를 0.5%p 인상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 금리 차이 역전으로 외국계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에 대비한 것으로 분석된다.


3개월 연속 상승한 기준금리는 8년 만에 2.25%까지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늦은 대처가 금리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앞서 DSR을 강화해 가계부채를 관리해왔고 그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폭등을 못 하도록 관리했는데, 우리는 대출을 경기조절 수단으로 접근해 왔다”면서 “DSR 등 기본적인 가계부채 대책을 원칙으로 정립하고 (자영업자 등에 대한) 정책 금융을 유연하게 해서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 민간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는 생물이라는 말처럼 예측이 어려운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니까 오히려 장기적 시각에서 정책의 틀을 구성해 방향타를 잡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물가만 하더라도 최소 4% 이상 상승할 거라고 이미 예측해 왔던 상황”이라며 “환율이나 금리, 물가 정책 모두 적시성만 강조돼 거시적 차원의 방향성을 상실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줏대 없는 정책②] ‘5년만 산다’…정권 치적 쌓기에 국가 미래 실종에서 계속됩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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